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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영원의 시계방 ㅣ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평점 :
"빛과 영원의 시계공이 설계한 초월의 세계"
김희선의< 빛과 영원의 시계방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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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달아 마법의 영역에 도달한 과학을 압도적인 SF로 완성하다!"
-젊은작가상·이상문학상·SF어워드 수상 작가 김희선의 세 번째 소설집-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용어가 낯설지 않고 너무나 익숙하다. 2019년 SF 작가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었을때는 그저 소설 속, 영화 속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소설 속 이야기가 이제는 현실이 되려고 한다. 이미 인공지능 AI 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식당에서 인공지능이 서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로 인공지능이 우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궁금하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이 책 『빛과 영원의 시계방』 속에서 펼쳐지는 초월의 SF 세계도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은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에 그치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처럼 이런 초월적인 세계가 근미래에 오는 것은 아닐까.
이 책 『빛과 영원의 시계방』 속에는 시계 태엽처럼 치밀하게 구성된 여덟 편의 이야기들이 있다. 순수문학과 SF 경계를 넘나드는 초월적인 세계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순간이동, 가상현실, 자동인형, 시뮬레이션 우주론, 시간여행 등 SF 요소들로 가득하다. 8편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SF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꿈의 귀환>이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 같은 사회파 SF 이야기도 있다.
미래에는 정말로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영화 <백 튜터 퓨처>처럼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을까. <공간서점>은 시간 여행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이다. 과거 천금당이라는 이름의 시계방이었던 유서 깊은 고 서점 환상서점, 그 땅 밑에는 신비로운 비밀이 묻혀있다. 과연 그곳 땅 밑에는 무엇이 묻혀 있는 것일까. 시간여행 우주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압운송선'을 타고 사라져버린 의뢰인의 아버지와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사설탐정의 추격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세상에 길은 한 갈래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길의 하나일뿐일까.
죽은 영혼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전생과 영생은 존재하는 것일까. <달을 멈추다>는 전생에 신라의 승려였음을 깨닫은 스웨덴 사람인 군나르 순드베리가 영혼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해서 볼 부분이 '마인드 업로딩'이다. 미래에는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옮길 수 있을까.마인드 업로딩은 마음 혹은 정신 작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어 컴퓨터나 로봇의 두뇌에 전송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달을 멈추다>에서 작가는 전뇌 에뮬레이션을 통해 마인드 업로딩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자신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여 의식만이라도 영생불사하길 원하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막상 전뇌 에뮬레이션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을 때, 가장 먼저 실험 대상이 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p. 106
요즘 뇌과학의 발달을 비롯한 인공지능, 로보틱스, 나노 테크놀로지, 빅데이터 등의 기술 혁신으로 인해 이러한 마인드 업로딩 또한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말 나중에는 인간의 영혼도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영혼불사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과연 그런 삶은 행복한 삶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무작위적으로 메일을 받은 사람들이 무심코 그것을 클릭했다. 그리고 정교하게 구성된 일종의 교리문답식 대화를 나눴고, 그다음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머리에 전극을 부착한 채(전극은 알리바바나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영원한 잠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처음에는 천천히 느리게 일어났지만 곧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건 광적인 유행이 되었고, 그들은 모두 전극을 부착하기 전 마음 깊이 울려오는 군나르 순드베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 p.114
<꿈의 귀환>에서 작가는 소련의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꾼 꿈의 기록을 바탕으로, 꿈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사투를 보여준다. 과연 과학자들은 꿈의 기록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의 이면 속에는 지구는 냉전 시대 핵전쟁으로 멸망하였으며, 현재의 세상은 마인드 업로딩 된 유리 가가린의 꿈속이라는 음모론적 괴담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유리 가가린의 꿈속이라는 설정이 참으로 흥미롭기도 하면서도 다가오는 미래가 그런 모습일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러니 여러분, 잠든 유리 가가린을 깨우지 마십시오. 그가 푹 자게 내버려 둡시다. 어쨌든, 그가 꿈을 꾸는 이상 우린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영상은 중심을 향해 서서히 어두워진다. 마치 안으로 함몰하는 꿈의 지도처럼.
-p. 157
또한 작가는 초월적인 세계와 미래 속에 현 사회 문제를 반영해놓았다. <가깝게 우리는>에서는 작가는 한 노인의 글쓰기 과제물 속에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노인은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을 모두 자동인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스위스로 파견되고 노인이 가스 폿발 사고로 죽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노인은 인간이 아닌 자동인형이었다는 충격적이고 무서운 반전을 보여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냐랴>에서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 선수 K의 실종에 따른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 속에 역사 속 파독광부의 힘들고 힘겨운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나중에는 충격적인 진실로 긴장감과 놀라움을 준다.
<끝없는 우편배달부>는 구글의 초인공지능에게 잘못 입력된 명령어로 배달노동자인 우편배달부가 무한히 복제된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죽을 수도 없는 존재가 된다. 요즘 배달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반영한 듯하다.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혁신을 생각해볼 때 이 책 『빛과 영원의 시계방』 에서 보여준 8편의 이야기들이 더이상 허무맹랑하게만은 다가오지는 않는다. 마치 이 8편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어떤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빛과 영원의 시계공이 작가 김희선이 그리는 초월의 SF 세계를 시간 여행한 듯 하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그리는 세계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고 의미가 있었다. 다음에는 작가가 어떤 미래의 초월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끌지 기대가 된다.
이 글은 동아시아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