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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 저택 사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평점 :
"대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역사 미스터리"
미야베 미유키의 < 가모 저택 사건> 을 읽고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s/o/soogi1224/IMG_KakaoTalk_20230413_172630673.jpg)
“역사는 바꿀 수 없으며,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다시 쓰는 역사 미스터리-
역사란 무엇인가? 만약 우리가 그때의 역사적 상황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바꾸지 싶고,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역사적 사건들이 존재한다. 이미 우리에겐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에겐 부끄럽고 뼈아픈 고통스러운 역사적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가로 인기를 얻어온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그런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둔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2.26 사건의 의미를 이 책 『가모 저택 사건』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다. 2.26 사건은 1936년 쇼와 11년 2월 26일, 일본 육군의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였다. 일종의 군사 쿠데타로 황도파와 반황도파간의 파벌 전쟁이며, 2월 27일 계엄령이 발동되고 29일에 이르러 주모자를 처벌함으로써 진압된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군사 쿠데타와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가모 저택'이라는 대저택을 무대로 하여 이 저택에 살고 있던 전전 육군대장이었던 가모 노리유키의 자결에 대한 미스터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작가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하여 이런 역사적 사건을 추리 소설 형식으로 풀어나가서 스릴과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도쿄에 위치한 숙박객이 거의 없는 작은 호텔인 히라카와초반 호텔에서 시작된다. 도쿄의 예비교에 응시하기 위해 상경한 다카시는 이 호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음료를 사러 복도에 나왔다가 우연히 엘리베이터 주변에 걸린 액자를 보게 된다. 그 액자에는 가슴에 훈장을 달린 군복을 입고 견장을 찬 초로의 남성의 사진이 있었는데 바로 그 남성이 육군대장 가모 노리유키였던 것이다. 그렇게 다카시가 사는 현대와 2.26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가모 노리유키의 연결이 시작된다. 또한 다카시는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가 마치 자살하듯 비상계단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런데 분명 떨어졌는데 죽은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마치 마술을 부린 것 같이 느껴진다.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다카시는 호텔 프론트맨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이 호텔에는 유령이 나오니깐 아마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된다. 과연 그 남자는 유령인 것인가. 이처럼 작가는 감쪽같이 사라진 남성에 대해 각종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의문이 뜻밖의 놀라운 사실에 의해 해결됨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러던 중 호텔에는 화재가 일어나고 다카시는 불길에 휩싸여 위험을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때 비상계단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 남자가 나타나 다카시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카시를 데리고 과거 속으로 타임트립하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를 갑자기 현실 세계에서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그 과거는 바로 액자 속 인물인 가모 노리유키가 살았던 가모 저택으로, 2. 26사건이 일어났던 쇼와 11년의 그 시간 속으로 말이다. 추리 소설에 시간 여행이라는 SF 요소가 가미되었다니, 도대체 미야베 미유키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다카시를 데리고 간 그 가모 저택은 58년 전 히라카와초반 호텔이 있었던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액자 속 사진으로만 보았던 가모 저택이 현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가모 저택의 주인이었던 가모 노리야키의 자결과 2.26사건의 발발 등 다카시는 뜻하지 않게 역사적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특히 2.26 사건 발발과 함께 가모 노리야키는 자결하게 되는데, 과연 그의 죽음은 자살인지 타살일까. 밀실과도 같은 가모저택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의 살인, 자결에 사용한 권총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작가는 추리소설가답게 가모 저택의 밀실 수수께끼 살인을 통해 이번에는 우리를 추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모 노리유키의 자살과 그에 얽힌 역사적 수수께끼, 전쟁을 앞두고 밀실로 변한 도쿄의 모습 등이 어우러져 우리를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가독성이 좋아서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가모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미스터리를 통해 우리에게 역사는 무엇일까. 만약 작품 속 히라타나 구로이처럼 시간 여행자가 되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시간 여행을 통해 미리 우리의 미래와 역사를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떨까.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인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p. 211
가모 노리야키의 자결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추리, 그 당시 가모 저택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생각 등이 어우러져 마치 주인공 다카시와 함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과연 가모 노리유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해결이 될 것인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세계로 간 다카시는 과연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또한 과거 속으로 들어가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타임트립의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만약 시간 여행을 통해 역사를 바꾼다면 과연 그 후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이 책 『가모 저택 사건』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질문을 던진다. 마치 그 역사 속 과거로 돌아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하면서, 주인공들과 함께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지 몰랐다. 역사 미스터리이자, 뛰어난 역사소설, 애절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한 이 책 『가모 저택 사건』을 통해 미야베 미유키 작가와 즐겁게 시간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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