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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평범한 영웅들의 기상천외하고 기막힌 이야기"
피에르 르메트르의 < 우리 슬픔의 거울>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01/pimg_7526911563843063.jpg)
“웃기는 동시에 기가 막힌 스토리, 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
-공쿠르상 수상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기교와 블랙 유머의 거장이자 공쿠르상 수상 작가인 피에르 르메트르가 다시 돌아왔다. 전작인 .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을 이어 3부작의 대미를 잇는 이 책 『우리 슬픔의 거울』은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작인 『오르부아르』에서는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전쟁에 상처 입은 두 젊은이의 위선적인 세계에 맞선 사기극을 담은 반면, 이 책 『우리 슬픔의 거울』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영웅들의 기상천외하고 기막힌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전쟁 상황 속에서 얽혀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여주었다. 전쟁의 비극적이고 참혹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나름의 기교와 블랙 유머를 사용하여 웃기고 기막힌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 속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정말 황당하고 웃기다. 단골 손님에게서 옷을 벗어달라는 기묘한 제안을 받은 카페 종업원이자 교사인 루이즈, 전선에서 도망다니다 붙들린 군인 가브리엘과 라울, 아내 대신 비밀이 든 가방을 택한 헌병대원 페르낭, 변장과 사기술의 대가 데지레, 그들 모두가 제 2차 세계대전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닥친 역경을 헤치고 살아가는지를 작가는 아이러니한 유머와 위트로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렇게 개성이 강한 인물들의 이야기 중에서 루이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퇴근 후에는 집 앞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루이즈, 어느 날 그녀는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에게서 기묘한 제안을 받는다.
"당신의 벗은 모습을 보고 싶소." 그가 말했다.
"딱 한 번만. 그냥 보기만 하고 다른 것은 안 해요."
-p. 16
벗은 모습을 보기만 하게 해줘도 기꺼이 10만 프랑의 돈을 지불하갰다는 그 단골손님의 제안에 고민한 끝에 루이즈느 그 제안을 마지못해 수락한다. 그래서 그 손님과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결국 그 앞에서 루이즈는 옷을 벗는데, 갑자기 그 손님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고 자살해버린다.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에 루이즈는 정신을 놓고 기절해버린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부터 루이즈의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섬광이 번쩍하면서 그녀는 다시 총성을 들었고, 화약 냄새를 맡았다. 피의 커튼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다.
-p. 37
앞으로 루이즈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녀는 전쟁의 상황 속에서 이런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바로 설 수 있을까.
루이즈의 이야기 말고도 가브리엘과 라울의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했다. 전쟁 상황 속에서 가브리엘과 라울은 마지노선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독일군의 공격으로 전선이 무너지면서 그들은 졸지에 탈영병으로 뒤바뀌게 된다. 전선에서 도망치다가 붙들리게 된 가브리엘과 라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전쟁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 앞에는 어떤 역경과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한 같이 피란을 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뿌리치고 파리에 남게 된 기동 헌병대원 페르날은 어느 날 엄청난 비밀이 담긴 가방을 얻게 된다. 아내와 함께 피란가는 것 대신에 얻게 된 비밀이 가득한 가방 때문에 그는 아내와 연락이 끊기고 만다. 과연 이 가방 속에는 어떤 엄청난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페르낭은 나중에 아내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쟁에 휘말려서 그들의 삶은 상당히 뒤틀리게 된다. 이렇게 뒤틀리고 어긋난 삶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작가는 전쟁의 비극과 참혹상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오히려 슬픔과 비극보다는 웃음, 재미, 유머가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말 '악마 같은 플롯' 과 '블랙 유머'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최고의 재미와 쾌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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