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강미 지음 / &(앤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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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했다는 청소년들에게 외치는 뜨거운 응원"
 
 
강미의 <
키 다른 나무들이  이루고> 를 읽고




"실패도 특권이야. 실패 면허증 발급해 줄 텐데 뭐가 걱정이야?"

 

-서로 의지하고 위하며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출생률이 줄어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줄고, 학생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교사까지 학교를 떠나고 있다. 배움과 가르침이 만나는 즐거운 공간이어야 할 학교가 어느덧, 두렵고 무섭고 불편한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은 제대로 된 심리 치료와 재발 방지에 대한 해결책 없이, 학교에 더이상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렇게 이번 생은 망했어 라고 '이생망'을 외치며 자포자기 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주는 듯하다.

이 책에는 모두 각자의 다른 이유로 학교에 부적응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현'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당한 학교 폭력은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초등학교 때 아무 이유 없이 당한 학교 폭력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학교 교복만 봐도 손에 땀이 차오를 정도로 두려워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이 느껴져서 이럴바에 차라리 자퇴를 하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이른 상황 속에서 현은 위클래스 선생님을 통해 '청소년북돋음학교 부설 센터'를 소개 받게 된다. 그리고 현은 그 곳에서 자신처럼 학교에 부적응하게 된 '민철'과 '진목'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는 다섯 명의 수상한 멘토들도 있다. 호박벌, 아까시, 문문, 수달 그리고 같은 고등학생인 하쿠까지 그들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그들이 멘토 역할을 잘할지 의심이 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555 나나숲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수상한 멘토들과의 50번의 만남, 500시간 몸 쓰기를 채워야 하는 수상한 미션들로 가득한 555 나나숲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끝마쳐질 수 있을까? 현, 진목 그리고 민철은 과연 그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한 멘토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상처 받은 마음을 인식하고, 치유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이번 생은 망했어' 라고 생각하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던 아이들은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인마, 어리니까 실패하는 거야. 내 나이쯤 되면 실패 없어. 왜? 시도하는 게 없으니까. 그러니까 실패도 특권이야. 그러니 면허증도 있는 거다....하쿠도 지금 입사 서류 넣는 곳마다 떨어지고 있대. 너만큼 다들 실패하고 있다고.(p. 93)


실패도 특권이라고 말하며 실패 면허증은 아무나 발급해주는 게 아니라며,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멘토의 말에 아이들은 내일을 향한 희망과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는 용기를 얻게 된다. 비록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실패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해보자! 우리 함께 가자! 라고 외치며 뜨겁게 응원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호박벌, 아까시, 문문, 수달, 하쿠 또한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며, 각자 아픔과 실패를 겪으며 살아간다.
 사고로 18살 아들을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며 충무김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교사 호박벌, 호박벌과 인연을 맺어 숲체원에서 숲해설가로 근무하는 아까시, 자립청소년 나이가 되어 보육원을 나와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수달, 마이스터고를 다니며 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하쿠, 시각장애인으로서 안마원을 운영하고 있는 문문까지 이 다섯 명의 멘토들은 겉보기에는 멘토의 자질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인간적인 만남과 교류를 통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준다. 단순한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과 진심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저기 저 나무들은 키가 다르고 덩치도 다르면서 숲을 이루었네요. 누군가 나서서 키 낮춰라, 줄 맞추자 얘기했더라면 숲은 병들었겠지요. 우리도 나와 또 다른 나, 수많은 내가 숲으로 만나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색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나무로 성장하길 빕니다. (p. 216)


나무들의 키가 저마다 다르듯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꿈과 희망도 각기 다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키가 다르고 덩치도 다른 아이들을 똑같은 모양과 크기대로 맞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줄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렇게 학교를 떠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에게 실패 면허증을 주면서 '실패해도 괜찮아!", "힘들면 우리 함께 가자!" 라고 따뜻한 위로와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다. 또한 이 책과 같은 555 나나숲 프로젝트와 같은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대안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이 학생과 선생님, 어른과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읽어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처해있는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들을 마련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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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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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귀신 치료 대작전"


배명은의 <수상한 한의원> 을 읽고

 


"대박 한의원을 꿈꾸는 한의사의 좌충우돌 귀신 치료 대작전 "

 

-다양한 장르 소설을 써 왔던 배명은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한의원과 귀신, 오컬트와 코미디가 만나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하였다. 요즘 귀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가 유행인데, 더이상 귀신은 우리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존재만은 아니다. 영화 <코코>에서처럼, 귀신 이야기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이 책 『수상한 한의원』의 귀신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준다. 

 

이 책은 크레마클럽 연재로 1화부터 시작했는데, 연재 초기부터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점차 이야기가 전개될 때마다 궁금증과 기대감을 일으켰다. 그런 인기와 관심,독자들의 출간 요청 덕분에 드디어 『수상한 한의원』이라는 제목의 종이책으로 출간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여 한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었던 한의사 승범, 그래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울 대형 한방병원의 부원장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원장에게 뇌물을 주는 것까지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뇌물을 받은 원장은 승범 대신 다른 사람을 부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승범을 배신하게 된다. 돈도 잃고 직장도 잃은 승범은 지방에서 한의원을 개점하여 대박나리라, "내가 꼭 명의로 떠서 다시 인 서울 한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인적이 드문 '우화시'로 떠나게 된다. 

 

대박 한의원을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내려온 승범의 기대와 달리, 한의원에는 환자들이 전혀 오지 않는다. 대박은 커녕 쪽박 한의원이 되서 망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런데 그의 한의원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데 맞은 편에 있는 '수정 한약방'은 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분명 저기에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승범은 한약방을 염탐하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승범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존재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영업 비밀을 듣게 되는데, 과연 그가 그곳에서 알게 된 영업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귀신들을 치료해주는 것!" 인데 "귀신 하나당! 사람 열 명!" 이라는 솔깃한 제안에 승범은 귀신을 치료해주는 한의사가 된다. 

 

“귀신 하나당 사람 열 명!”
공실이 다급해져 소리를 질렀다. 다시 승범은 멈춰 서서 입을 떡 벌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귀신 하나당 사람 열 명이라니? 그의 눈이 사람과 귀신으로 북적대는 한약방으로 향했다.
“고 선생이 귀신을 고쳐 주면 그 귀신이 사람 열 명을 데리고 오는 게 값을 치르는 방법이야.”
- p.69~70

 

귀신을 치료하면 사람 열 명을 손님으로 맞을 수 있다는데, 과연 귀신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수정  한약방의 귀신인 공실이 말한다. 처음에는 귀신이 보이는 것이 무섭고, 자신이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두려워하기만 했던 승범은 한약사 수정과 함께 각 귀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줌으로써, 점차 돈만 밝히고 이기적이었던 승범은 달라지게 된다.

 

돈만이 최고이며, 돈을 많이 벌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승범은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승범은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고 난 후 대박 한의원을 만들고 싶은 그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대박 한의원만을 꿈꾸던 한의사 승범의 좌충우돌 귀신 치료 대작전이 웃음과 재미, 감동과 공감을 준다.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친근하고 인간적인 귀신의 등장으로 인해, 나는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따뜻함 감동을 느낄 수 도 있었다.

귀신과 한의원의 콜라보로 탄생한 신선하고 독창적인 오컬트 판타지 이야기인 수상한 한의원 이야기가 우리에게 유쾌한 재미와 쌉싸름한 위로와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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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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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의 미스터리"


차무진의 <여우의 계절> 을 읽고




고려를 거란의 침입으로부터 구한 고려의 영웅인 겅감찬 장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란의 침입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고려를 구한 절세의 영웅 강감찬과 그가 대승을 거둔 '귀주대첩 ' , 그런데 정작 귀주대첩은 극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사료 연구도 많지 않아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해왔다.


이 책 『여우의 계절』 의 작가는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스무 날 전에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스릴러적 요소, 오컬트적인 소재와 내용 등을 가미하여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창조해 낸 강감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을지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강감찬이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라는 것인데, 과연 어떻게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는지,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전, 그 성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이 없어서 이런 이야기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론 강감찬 장군이지만, 그의 존재는 원숭이 탈 속에 감춰진 신비롭고 기이한 존재로 여겨진다. 강감찬과 관련된 다른 책에서는 강감찬 장군의 용맹함과 기개같은 영웅적인 면모를 다루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강감찬 장군을 '눈이 네 개 달린 원숭이탈을 쓴 왜소하고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허는 노인, 불쏘시개를 뒤적여 화로 안에 묻어둔 도라지 뿌리를 꺼내 부실해보이는 뻐드렁니로 이것을 오물거리는 노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모습만 보아서는 우리의 영웅 강감찬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작가는 강감찬을 겉으로 보기에 왜소한 노인의 모습으로 그리면서 내적으로는 눈빛만으로 상대에게 암시를 걸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묘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하였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은 강감찬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신기를 가진 '설죽화' 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거란의 지명을 받고서, 갓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고려의 방어성인 구주성으로 오게 된다. 설죽화가 역사적 사료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 책 속에서 설죽화는 귀주대첩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하는 안물로 그려진다.

구주성에 온 그녀는 갓난 아이를 넘겨주고 쿤 포상을 받고 죽은 동생 설매화를 데리고 가려 하지만 그녀는 군영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만나게 된다. 원숭이탈을 쓴 대원수 노인에게 대마신군 여섯 명을 살해하고 도망간 병마판관인 김종현을 찾아내라고 한다.

성 내부의 기운은 어수선하고 군사들 사기는 떨어져간다. 10만 대군의 거란에 대항하여,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과연 대원수 강감찬의 계략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거란의 10만 대군에 맞서서 이기는 것이 가능한가? 정말 강감찬은 귀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기고 싶은 것일까?퇴각하는 거란군의 구주성 침략에 앞서서 고려군은 과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이미 귀주대첩의 결과를 알고 있지만, 어떻게 강감찬이 전세로 봤을 때 승리가 불가능했던 전투를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한다. 

죽어서 혼령이 되어서도 북신의 모습으로, 강감찬에서 고려군의 미래와 귀주대첩의 전세를 예언해준 설죽화, 고려군에 대한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밀접자가 되어 고려군에 침투한 각치이자 거란의 총대장, 각치를 속여 거란의 10만 대군을 구주로 유인하게 만든 강감찬, 속고 속이는 자들 속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강감찬이었다. 죽은 혼령까지도 조종하고, 적의 대장까지도 암시를 걸어 조종하는 그의 신비하고 뛰어난 능력이 강감찬 장군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준다. 

 

그는 고작 귀신의 말을 듣고 대사를 결정하는 어설픈 자가 아니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그것도 모라자 귀신까지 이용하는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이지. 

-p. 530-531

 

귀주대첩의 승리 속에는 이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예견하고, 조종한 강감찬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강감찬과 더불어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설죽화, 설매화 자매와, 밀접자로 위장한 거란 대장 각치, 강감찬을 도운 고려의 장수들의 활약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설죽화의 활약은 오컬트적 요소가 있어서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끌어갈 정도로 비중이 있는 인물이었고, 귀주대첩의 승리에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속고 속이는 자들의 대립과 작가가 숨겨둔 복선과 같은 요소들,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등을 통해 역사 이야기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 소설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냐, 허구를 따지는 것보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인물들과 사건들의 창조를 통해 새롭게 귀주대첩을 조명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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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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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 고전 호러와의 만남"

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의 창자> 를 읽고 



"<명탐정의 제물> 30년 뒤 더욱 잔혹해진 추리가 시작된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2년 연속 1위,

시라이 도모유키가 선사하는 걸작 미스터리-

 

 전작인 『명탐정의 제물』이 역사상 최악의 자살사건을 다루었다면, 그 후속작인 『명탐정의 창자』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잔인한 대량 살인 사건들을 다루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여러 개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서 추리에 추리를 이어가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책에서는 오컬트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지하 세계 존재들과도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2년 연속 오를 정도로 일본 추리문학계의 거장인 사리이 도오유키는 이번 책 『명탐정의 창자』에서 오컬트적 소재까지 가미된 대담한 소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 독창적인 구성 등으로 전작인 『명탐정의 제물』보다 더 진혹한 다중 추리를 선보이고 있다. 

 

80년 전, 살인사건의 살인자를 인귀를 통해 현재로 불러와 또다시 살인을 일으켜서 과거의 살인 사건을 재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룻밤 사이에 서른 명이 넘는 주민이 살해된 쓰케야마 사건, 독이 들어간 콜라를 먹고 12명이 죽은 농약 콜라 사건, 연인을 죽이고 국부를 잘라서 죽인 야에 사다 사건 등은 듣기만 해도 너무 잔혹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고 끔찍한 비극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끔찍하고 불가능한 일들이 이 책에서 일어난다.

 

잔혹한 살인 사건에는 항상 그 살인자를 추적하고 잡는 멋진 탐정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 속에도 물론 명탐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명탐정이 처음부터 죽어 버린다. 명탐정이 죽어버려서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짠! 하고 오래 전에 명탐정으로 이름을 날리던 명탐정의 원조격이 나타나 사건을 해결한다. 죽은 명탐정이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다시 현재의 명탐정의 몸을 빌려 다시 나타나다니 이것은 과연 오컬트 소설인가 추리소설인가.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명탐정 곁을 지키는 멋진 조수도 등장한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는 탐정인 우라노와 현재로 소환된 죽은 명탐정 고노보다 탐정 조수인 와타루의 활약이 더 돋보인다. 예리한 관찰력과 명석한 판단력으로 탐정 못지않게 추리를 하고 결국엔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와타루의 눈부신 성장이 인상적이다.

 

명탐정과 탐정 조수의 추리 대결, 인귀로 돌아와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들, 현재로 소환되어 다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소마의식, 인귀, 빙의 등과 같은 오컬트적인 요소들,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추리 소설을 만들어냈다. 고전 추리와 고전 호러와의 만남으로 인해 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초특급 공포와 스릴, 긴장과 재미까지 주고 있다. 

 

이 책 속에서 수록된 사건들 중 <쓰케야마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지막까지 도대체 살인자인 도키오의 정체를 밝히고, 유서의 비밀까지, 와타루의 연인 미요코의 생사, 고도의 부상 등 긴장과 스릴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읽는 동안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특히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추리하는, 추리에 추리로 맞서는 다중 추리 기법을 통한 사건 해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한 오컬트적 요소가 추리와 결합하니 더 잔혹한 살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살인자를 죽여도 좀비처럼 다른 몸을 통해 계속 살인을 이어간다면 이보다 더 무서운 살인 사건은 없을 것 같다. 자신을 따돌리고 무시한 마을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인해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이려고 했던 살인자 도키오를 생각해볼 때, 정말 생각만으로도 너무 소름이 끼친다. 그런 살인자가 현재에 다시 살아나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야말로 재앙일 것 같다.

 

전작보다 더 잔혹한 살인 사건 이야기인 『명탐정의 창자』,  다음에는 얼마나 더 잔인하고 잔혹한 이야기로 우리 곁으로 올지 너무나 궁금하다. 또한 탐정의 자질을 보이며 명탐정의 계보를 이을 와타루의 활약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다중 추리를 통해 우리를 잔혹한 추리의 세계로 데려갈지 기대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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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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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후다시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 "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 열정 사이 Rosso> 을 읽고



"내 주위에만 시간이 정체되어 있다"

 

- 출간 24주년 기념 냉정과 열정 사이 특별 리커버-

 

 

사랑을 하는 두 남녀가 사소한 오해로 오랜 시간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들에겐 남은 사랑의 기억은 무엇일까? 비록 그들이 헤어졌지만, 그들은 헤어지고서도 계속 서로를 생각하며 그리워할까? 그들에게도 사랑이 남아 있을까?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24년이 지난 지금 이 곳에서 다시 펼쳐지려고 한다. 24년 전, 나를 울고 웃게 했던 감동의 러브 스토리가 이미 사랑의 설레임도, 기억도 잃어버린 나에게 찾아왔다. 40대에 이른 나이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사랑의 기쁨과 감동, 이별의 슬픔 등을 느낄 줄 몰랐는데 이번에 24주년 출간 기념으로 특별 리커버판으로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쥰세이 그는 그녀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려 그녀의 생일날, 피렌체 두오모에 가기로 하는데, 과연 아오이 그녀는 쥰세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이별 후 아오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본다. 아오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오이 또한 쥰세이처럼 몸은 현재에 살지만, 여전히 과거 속에서 산다. 너무나 완벽하고 친절하고 자상한 나이스 가이 마빈을 만나 사랑을 하지만, 쥰세이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 자신은 과거를 다 잊었노라 말하며, 떠오르는 사랑의 기억을 애써 지우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마음 속에 쥰세이가 있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체를 통해 감정을 절제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인 듯 보이지만, 무언가 결핍되고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든다. 

조용한 생황, 온화하고,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는 나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 일상 속에서 그녀는 애써 자신은 행복하고 아무 일 없다고 자신에게 말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공허하다.

 

그런 공허한 마음에 위안한 주는 것은, 책과 목욕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저녁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인 마빈과의 동거 생활, 보석 가게의 파트타임, 그녀 주위의 친구들,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는 부족함이 없이 행복해보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머물 곳이 어디인지,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서 방황한다.

그런 불안감은 그녀가 매일 밤 꾸는 악몽을 통해 나타나 그녀를 너무 고통스럽게 한다. 

 

그녀는 문득 깨닫게 된다.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절대로 잊을 수도 없는,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음을 말이다.

 

아가타 쥰세이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터무니없는 무엇이다.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먼 옛날 학생 시절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 무엇이다.

-p. 91

 

 

쥰세이는 자신의 과거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니,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너무나 보고 싶어함을 깨닫게 된다.

 

봉인한 기억. 뚜껑을 닫아 종이로 싸고 끈으로 꽁꽁 묶어 멀리로 밀쳐낸 버렸다고 여긴 기억.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p. 167

 

 

그리고 그녀는 그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서른 살 그녀의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른다는 것을 말이다. 8년 전, 쥰세이와 나눈 그 약속을 말이다. 쥰세이가 '나만이 기억하는 약속'이라고 말했지만, 그녀 또한 그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즉 그 약속은 그와 그녀의 사랑의 약속이었던 것이다. 

 

 비록 오해로 인해 아오이와 쥰세이는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그 마지막 약속에 의해 평행선을 달리던 그와 그녀의 삶이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이후는 그와 그녀는 어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와 쥰세이는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래본다. 

 

24년 만에 만난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 다시 읽어도 여전히 그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몸은 현재를 살지만, 과거에 사는 여자 아오이의 삶의 모습과 과거를 밀어내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아오이의 쥰세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어우러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마치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아오이와 쥰세이처럼, 『냉정과 열정 사이』도 두 권을 함께 읽어야 비로소 글이 완성되는 것 같다. 

 

24년 만에 다시 찾아온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나 또한 24년 전 나와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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