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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평점 :
"24년 후, 다시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 "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215/pimg_7526911564189656.jpg)
"내 주위에만 시간이 정체되어 있다"
- 출간 24주년 기념 냉정과 열정 사이 특별 리커버-
사랑을 하는 두 남녀가 사소한 오해로 오랜 시간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들에겐 남은 사랑의 기억은 무엇일까? 비록 그들이 헤어졌지만, 그들은 헤어지고서도 계속 서로를 생각하며 그리워할까? 그들에게도 사랑이 남아 있을까?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24년이 지난 지금 이 곳에서 다시 펼쳐지려고 한다. 24년 전, 나를 울고 웃게 했던 감동의 러브 스토리가 이미 사랑의 설레임도, 기억도 잃어버린 나에게 찾아왔다. 40대에 이른 나이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사랑의 기쁨과 감동, 이별의 슬픔 등을 느낄 줄 몰랐는데 이번에 24주년 출간 기념으로 특별 리커버판으로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쥰세이 그는 그녀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려 그녀의 생일날, 피렌체 두오모에 가기로 하는데, 과연 아오이 그녀는 쥰세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이별 후 아오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본다. 아오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오이 또한 쥰세이처럼 몸은 현재에 살지만, 여전히 과거 속에서 산다. 너무나 완벽하고 친절하고 자상한 나이스 가이 마빈을 만나 사랑을 하지만, 쥰세이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 자신은 과거를 다 잊었노라 말하며, 떠오르는 사랑의 기억을 애써 지우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마음 속에 쥰세이가 있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체를 통해 감정을 절제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인 듯 보이지만, 무언가 결핍되고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든다.
조용한 생황, 온화하고,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는 나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 일상 속에서 그녀는 애써 자신은 행복하고 아무 일 없다고 자신에게 말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공허하다.
그런 공허한 마음에 위안한 주는 것은, 책과 목욕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저녁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인 마빈과의 동거 생활, 보석 가게의 파트타임, 그녀 주위의 친구들,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는 부족함이 없이 행복해보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머물 곳이 어디인지,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서 방황한다.
그런 불안감은 그녀가 매일 밤 꾸는 악몽을 통해 나타나 그녀를 너무 고통스럽게 한다.
그녀는 문득 깨닫게 된다.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절대로 잊을 수도 없는,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음을 말이다.
아가타 쥰세이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터무니없는 무엇이다.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먼 옛날 학생 시절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 무엇이다.
-p. 91
쥰세이는 자신의 과거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니,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너무나 보고 싶어함을 깨닫게 된다.
봉인한 기억. 뚜껑을 닫아 종이로 싸고 끈으로 꽁꽁 묶어 멀리로 밀쳐낸 버렸다고 여긴 기억.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p. 167
그리고 그녀는 그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서른 살 그녀의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른다는 것을 말이다. 8년 전, 쥰세이와 나눈 그 약속을 말이다. 쥰세이가 '나만이 기억하는 약속'이라고 말했지만, 그녀 또한 그 약속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즉 그 약속은 그와 그녀의 사랑의 약속이었던 것이다.
비록 오해로 인해 아오이와 쥰세이는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그 마지막 약속에 의해 평행선을 달리던 그와 그녀의 삶이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이후는 그와 그녀는 어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와 쥰세이는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래본다.
24년 만에 만난 아오이와 쥰세이의 사랑, 다시 읽어도 여전히 그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몸은 현재를 살지만, 과거에 사는 여자 아오이의 삶의 모습과 과거를 밀어내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아오이의 쥰세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어우러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마치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아오이와 쥰세이처럼, 『냉정과 열정 사이』도 두 권을 함께 읽어야 비로소 글이 완성되는 것 같다.
24년 만에 다시 찾아온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나 또한 24년 전 나와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215/pimg_7526911564189657.jpg)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