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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ㅣ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운명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 "
이수안의 <시커의 영역>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4/pimg_7526911563329759.jpg)
예전 결혼 전에 친구와 함께 홍대에서 타로점을 봤었다. 나의 백마탄 왕자님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서 주로 연애운을 봤었다. 단순히 호기심에, 재미로 타로점을 보았을 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타로점을 통한 결과였다. 솔직히 타로카드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잘 해석하는지 참 신기하기도 했다. 하나의 카드에서도 해석하는 방법이 수십, 수백까지라고 하는데, 어떻게 내 상황에 맞게 그렇게 잘 얘기해주는지 정말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 「시커의 영역」에서도 타로점이 등장하고 이 타로점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설의 처음은 두 모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타로점을 치는 점성사이자, 모던 마녀인 '이연' 엄마는 '이연타로'라는 타로점집을 운영한다. 그리고 타로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 '시커'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각가지 다른 이유로 타로점을 보러 온다. 그들은 무슨 이유로 타로점을 보러 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개인적인 이유로 타로점을 보러 오고, 그 타로점 결과를 수용하는 태도에 따라 여러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타로점집은 누군가가 SNS에 올린 사진으로 유명세로 인해 타로점집은 붐비기 시작한다. 그런데 보통 타로점을 보는 점성술사는 마녀였을까. 예전에는 주로 집시가 타로점을 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마녀'의 존재를 현재로 소환한 것 같다. 옛날 중세시대에 유행했던 마녀사냥, 마녀재판이 떠오르는데 요즘 현대 사회에서도 마녀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정말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이단의 엄마 이연이 마녀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녀의 엄마는 마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딸은 정말 마녀의 딸이었다. 단순히 검은 옷을 입고 그로테스크한 화장을 하고 다녀서 사람들이 '마녀'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녀는 '마녀'였던 것이다. 마녀인 이연과 마녀의 딸 이단, 마녀라는 설정이 참으로 신선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보통 마녀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은 소위 말해 '착한 마녀' ,'현대적 마녀' 인 것 같다.
그런데 처음에는 마녀와 관련된 엄마 이연의 이야기가 중심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엄마 이연이 중심이 아닌 그녀의 딸 '이안'의 성장 스토리처럼 보인다. 12년 동안 몰랐던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함께 시간도 보낸다.
이야기의 설정이 참 특이한 것 같다. 마녀인 엄마와 그녀의 딸, 갑자기 나타나 난 생물학적 아빠,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인상깊게 느껴진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12년 만에 갑자기 알게 된 아버지의 존재..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단은 아빠에 대한 원망보다는 아빠와 친구처럼 보낸다. 생물학적 아버지인 에이단도 자신의 딸이 이안이라는 것을 알고 애정을 가지고 친근하게 대한다. 역시 핏줄은 서로 땡긴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이단은 에이단에게 영어교습도 받고, 기타교습도 받으며 아버지와 못다한 정도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단의 친구인 로운과도 살짝 로맨스도 보인다. 이안은 로운을 좋아하는 걸까? 하긴 혼혈아여서 백인처럼 얼굴도 하얗고 키도 훨씬 한 로운이 멋져 보일 수도 있겠다. 레이디 벨라도나의 예언처럼 겨우살이 아래에서 한 키스는 과연 효력이 있는 걸까.
처음에는 이렇게 이단의 일상을 얘기하는 듯 하다가 사건이 벌어진다. 평상시에 타로점만 보던 이단의 엄마 이연, 이제는 마녀로서 뭔가 결단을 내려야하나 보다. 마녀로서의 소명과 항상 불운이 따라다녔던 이단의 아빠 에이단..결국 그는 그 불운대로 그렇게 되고 만다는 사실이 정말로 안타깝다. 이 일이 이단의 성장에 미칠 영향과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 이단이 성장 스토리처럼도 보인다. 이런 슬픔을 딛고 미국으로 떠나게 된 이단...앞으로 이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그녀가 꿋꿋히 잘 이겨냈으면 하고 바란다.
이야기의 전반부에는 마녀인 이연의 인생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타로점을 보는 이연의 모습과 그녀의 딸 이단의 이야기가 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단의 이야기보다 이연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는 왠지 베일에 싸인 신비한 여인처럼 인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에이단의 죽음과 함께 이연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 이연의 과거 이야기와 이단의 이야기가 교차해서 제시되어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왔다갔다 했다. 이연이 어떻게 해서 마녀가 되었는지, 왜 그녀는 마녀가 되었는지 저자는 이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그리고 슬픔을 딛고 잘 성장해가고 마침내 대학에 입학하는 이단의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단에게는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있다. 에이단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엄마 이연의 잘못 등 이단은 에이단의 슬픔을 완전히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에이단과 추억을 생각하며 밴드에 가입하여 기타를 열심히 연습한 이유일 것이다. 이단은 마녀의 딸이라는 운명에 맞서서 마녀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일상을 살아간다. 당연히 이단도 마녀인 엄마 이연처럼 마녀가 되는 운명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운명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을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단, 마녀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될 수 있어, 마녀의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면 되는 일이야. 다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면 신중해야 해. 나는 네가 선택한 카드를 읽어주는 사람일 뿐이야."
-p.140-
엄마 이연의 말처럼 자신은 타로카드를 읽어주는 사람일 뿐이지, 그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어떤 사람도 그 선택을 대신 해줄 수도 없고 책임도 져 줄 수 없다. 그래서 이단 또한 그녀만의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에 의해 성장을 해나가게 된다. 마녀로서의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 에이단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앞으로 이단이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가길 바래본다.
누구에게나 '시커의 영역' 즉 어느 것도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한다. 그 선택 안에 각자 자신만의 시커의 영역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책 「시커의 영역」은 인생에서 운명과 선택, 내면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이단을 통해서 들려준다. 이단이 그녀만의 시커의 영역을 찾았듯, 당신도 당신만의 시커의 영역을 찾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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