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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 안다는 착각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뒤흔드는가
카렌 호나이 지음, 서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2월
평점 :
<나를 다 안다는 착각 - 원제: 자기분석 Self-analysis> 은 최근 출판계 제목 트렌드인 “~한다는 착각”의 또하나의 버전 같아서 흥미를 끌었다. 저번엔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의 <게으르다는 착각>을 읽었고, 마음챙김으로 유명한 하버드 임상심리학자 앨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 도 전자도서관에서 읽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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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다는 착각 by 데번 프라이스
<나를 다 안다는 착각>의 저자는 베를린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한 의학박사 카렌 호나이(Karen Honey)로, 미국으로 건너와 시카고(Chicago institute of psychoanalysis)와 뉴욕정신분석연구소(NY psychoanalytic institute)에서 근무했는데, 프로이디안 흐름에서 남성중심의 정신분석 경향을 비판하고, 아들러와 에리히 프롬 등과의 교류로 보다 확장하고 발전시켜 미국정신분석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미국정신분석저널을 창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인 <자기분석>에 따라 아주 충실하게 전문지식을 서술하고 있다. 이 분야의 초심자가 읽기에는 저자서문에 밝힌 것- 전문용어를 지양하겠다-과 달리 원문도 쉽게 쓰여지지 않았고, 번역도 그리 친절치 않은 편이며(이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한 느낌이 적고, 직역에 급급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며 특히 전공자들의 자기분석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강렬히 든다. 왜냐면 거의 논문수준이고… 정의하자면 “자기분석”이란 심리상담/치료사가 자기 스스로(혹은 다른 상담/치료사들이 교육적으로)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글의 목적은 대중서로 쓰고 싶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난이도나 접근성이 의도와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편이다. 자기분석을 하려면, 어떻게보면 내담자 경험을 하는 것이기도 해서, 석사과정이나 졸업 후에 어느정도 임상경험도 있어야 이 책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제1장에서는 자기분석의 실현가능성과 정당성에 대해 논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그 한계에 대해 주장한다. 무의식적 발현을 신경증적 경향으로 개념화하고, 이후 분석적 이해와 정신분석에서 환자와 분석가의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수시 분석과 체계적 분석을 나누며, 초반부터 등장한 사례인 클레어라는 회사원 유자녀 모에 대한 심층적 분석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저항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호나이 박사는 초입부터 정신분석의 효과성에 있어, 내담자의 동기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한편 1장부터 무척 흥미로웠는데 특히 전문분석가가 아니어도 내담자가 스스로 분석이 가능한가 그 실현가능성을 의문할때, 전문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와 관련한 문화가 발전할 때 그 안에서 전문 분야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전문화에 대한 지나친 경외감이 자주성을 미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23
(중략)… 물론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완전히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교육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실제보다도 더 크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전문화에 대한 믿음은 맹목적인 경외로 쉽사리 변질하여,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지 못하게 억누른다.
조금 엇나가는 화두이긴 하지만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내가 자기분석을 할 때 주로 생각해본 것들이어서 이 문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담사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면 예상치 않았던 책들에서 작가들이 답을 던져주는, 혹은 내가 찾아내는 경우들을 보았다.
어쨌든 자기분석 중 전문분석가의 부재는 환자-분석가의 대인관계가 작용되지 않고, 전문가의 ‘인간적인 도움’도 부재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남는다. 저항에 개입하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도 부재한다. 한편, 자유연상을 하면서 글쓰기를 하는 것은 향후 기록을 남겨 다시 읽어보는 것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생각은 글보다 빠르고, 일기나 자서전은 누군가 타인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쓰기 때문에 솔직성이 떨어진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꿈이나 어린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르게 되는 것도 무의식의 연속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정신분석에 대해 깊이 알아볼 수 있는 도서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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