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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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버지스의 <원제 A Killer by Design: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를 읽었다. <마인드헌터>의 저자 존 더글라스와 동료이며 간호학 박사로 우리나라로 치면 정신건강전문요원 간호사인데 FBI에서 공조하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구조화하고 표준화한 범죄심리전문가이다.

책은 초창기 후버 국장시대의 FBI 본부의 행동과학팀의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감으로 (직관력이랄까) 의존하던 프로파일링이 점차 버지스의 방법론적 고민과 함께 체계적인 리서치를 도입하여 과학적 논리적으로 발전해나간다.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하여 프로파일링 기법의 역사를 서스펜스 있게 소설처럼 엮어나가면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각 챕터의 제목도 마치 드라마 에피소드처럼 눈여겨볼 만하고. 프로파일러들의 프로파일링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접근 스타일이 다르다거나, 그렇기 때문에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학제적인 분야라서 그런 것 같은데(법의학, 행동과학, 정신역동심리학 등등), 국내 권일용 프로파일러님도 협업의 중요성을 설파하시는 것을 보면 다른 인접 전문분야의 통섭이 정말 실무를 하다보면 중요하다는 갓을 깨닫게 된다. 왜냐? 다른 방식이나 관점으로 보는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각도로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입견을 깨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내생각이고..

최근 법심리학이 가해자 중심 죄형법정주의 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다가가는 접근도 이것에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책에 낱낱이 묘사되는 살인범의 프로파일링은 20-30대 백인 남성(앤 버지스가 조사한 36명의 살인자 모두 남성, 90%이상이 백인 등, 미혼이 많고 등)에서 다음 챕터에서 점점 예외 혹은 프로파일링 범위가 확장된다. 10대 여자 살인자로, 또는 군관련 경험의 흑인으로. 특히 트라우마 경험을 한 아동 목격자와의 에피소드는 이 책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챕터였는데, 그림을 통해 비언어적으로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 사건과 침습적 사고를 계속 치료적인 개입을 하면서 면담 마지막까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앤 버지스 박사는 범죄를 임상적으로 질병에 가깝다는 개념을 내놓았다. 살인은 중독과 같아서강박에 감염되면 멈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범죄자들의 어린시절 인식된 판타지가 현실과의 경계를 분리하지 못하면서 현실화하는 지점인 것이다.

Modus Operandi (범행수법 MO)나 좀더 쉬운 개념인 ‘시그니처’를 남기는 것으로 범죄자들은 진화한다.



프로파일링의 단계 표준화에 대해서도 정리한다.

1. 인풋 - 데이터 수집

2. Decision-making process model

조직화 하는 과정이랄까 Making baseline 을 설정하고 여기서 7가지 요소를 분석한다.

3. MO analysis 는 범행을 재구성 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동기가 드러난다.

4. 종합해서 작성하고 협업 (대화, 질문, 회의)

5. 마지막으로 수사와 체포 부분을 포함하기도 한다.

예외적인 범죄자 두 사례를 들면서 다시한번 판타지를 언급한다. 이들은 행동이나 인식 양상이 특이하고 (살인범으로서), 일반인처럼 교감능력도 있는데, 피해자들과의 좌절된 소통 욕구를 폭력과 강간 살인을 통해 해소하고 지배욕과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때 피해자들의 시신훼손이나 살해후 강간 등으로 지속적인 소통이나 교감을 원하기에, 앤 버지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증적 혼란을 짚고있다.
그래서 저자는 의례(ritual)에 다시 집중한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체포를 염두에 두면서 언론과의 소통을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사전에 내부 반대도 많았지만 범죄자들의 수사과정 모니터링을 하는 습관을 통해 전략적으로 인정과 관심욕구를 건드리고 충족시켜주는 척 하면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TK 전략으로 수퍼캅 개념을 동원하여 살인범이 경찰요원을 동일시하도록 만들어 자만심을 증폭제로 활용해 에고를 건드리는 방법을 쓴다. 한편 강간살해범들의 잔인한 폭력 묘사에 지쳐갈때즘 폭탄테러범(유나버머)이 등장하는데, 언어심리학자, 언어학자들의 활약상도 보여준다.

그러나 언론플레이는 대중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아니 대중이 피해자가 아니라… 극악한 아이러니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조건화효과(conditioning effect) 라든지(책에 이 잔문용어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나와있지 않으나, 살인범이 신문 등에 예고할때 은연중에 이뤄지리라 기대하는 심리?) 연쇄살인범이 어떠한 문화적 아이콘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반영웅(anti-hero)으로서 범죄자를 환호하는 팬덤이 발생하고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대중이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지 라고 나는 생각하게 된다. 이 모든 앤 버지스(그리고 그의 동료들, 인터뷰에 응한 살인범들, 그들의 주변지인들과 피해자들 및 가족들-이 함께한) 역사적인 작업들이 모두 우연한 상황에서의 억울한 피해자들(그리고 잠재적인)을 위한 일이라고 맺는다.

추천사도 매우 알차고 특히 권일용교수님이 지적했듯이 이 시대(70년대)의 미국사회는 2020년대 현대 한국의 범죄양상과 많이 다르지만 많은 것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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