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이든 필포츠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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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읽는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소설을 특히 좋아하게 된 이유고,여기에 기발한 트릭이나 반전까지 추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그 작품을 만족하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특히 추리소설의 경우가 그런 것 같다. 추리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결말에 트릭이나 추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스릴러적인 요소들로 채여진 전체에 일부분의 추리만이 들어가있는 작품들도 상당수 읽었고,본격추리보다는 유머와 호러 같은 다른 장르를 결합한 독특한 추리소설들도 많이 봐왔는데,그들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반드시 마지막에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든 필포츠의 대표작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에서는 그런 면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다. 줄거리는 추리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그 구성에 있어서 추리소설이라고 크게 느낄 수가 없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세계 추리 베스트 1위에 당당히 선정했다고는 하지만,확실히 이 작품이 다른 추리소설에 비해 그렇게까지 뛰어난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제목과 연관되는 작품 속의 여러가지 등장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범인의 자기고백에 의한 추리적 결말을 그나마 이 작품의 좋은 점으로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저 이 작품을 순전히 트릭이나 추리같은 기발한 부분과 읽는 재미로만 찾고 싶었던 나에게는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작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 형사로 나오는 마크 브랜던은 젊은 나이에 런던 경시청에서 일하는 재능있는 형사다. 어느덧 35살이 된 그가 여름휴가 차 들린 곳에서 레드메인 살인사건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그는 붉은 머리를 한 레드메인 가의 막내아들 로버트 레드메인이 조카사위인 마이클 펜딘을 살해하고 도망친 사건을 맡게 된다. 이 와중에 마크는 레드메인가의 마지막 후손이자 마이클 펜딘의 남편인 제니 펜딘에게 빠지게 되고,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겉돌기 시작한다. 중반부까지 마크는 제대로 된 사건해결은 고사하고 제니 펜딘과의 사랑에만 대부분의 설명을 할애하고 있는데,그 부분부터 이 작품이 약간 추리에서 로맨스로 빠지는 감이 있었다. 그 사이에 간간이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적 조사가 나오긴 하지만,마크의 부분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이런 사이,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그 부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작품이 다시 살아난다. 중반까지 마크의 비중이 컸다면,후반부에는 미국 형사 피터 건스가 본격적으로 사건을 맡게 되는 것이다. 중반부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은 마크가 짝사랑하는 여인인 제니가 이탈리아인 주제페 도리아와 결혼하게 되면서 끝나게 되고,이후부터 다시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오히려 그 부분에 더 사건에 집중하여 어떤 단서나 트릭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면,오히려 또 다른 형사 캐릭터의 등장과 함께 추리대결이나 비교나 대조로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비록,이 작품이 다른 독자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나에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작품이다. 추리소설에서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전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이 작품에서는 그 사이에 뭔가가 꼬여버린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 부분을 풀어내었다면 더 뛰어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크 대신 피터 건스가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도 마크의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마저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약간의 트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이 약간 지나쳤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일 것 같다. 또한 실제 범인의 등장도 의도적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아예 초반부부터 등장했다면 오히려 더 사건이 풍성해지고 배경 설명도 많아졌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2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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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 제2회 골든 엘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이시카와 도모타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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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맨' 시리즈는 영웅의 절대적인 존재로 붙이는 말이었다.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스파이더 맨,DC 코믹스의 수퍼맨,배트맨 같은 만화들은 이후 영화,TV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재탄생하면서 우리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런 영웅 시리즈가 없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내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건 아마 우리 사회가 영웅이 나올 수 없게 구조화가 되어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물론 여기에는 소설이나 만화 같은 부류로 만들어질 수 없는 인프라 부족이라던가 사람들의 관심 부족도 한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작품은 비록 일본 작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저 일본 사회 안에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을 살펴보면 <그레이 맨>은 의적처럼 행동하면서도 뒤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영웅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본다. '그레이'는 회색인데,회색은 검은색과 하얀색을 섞어야 나오는 색깔이다. 즉,의적 활동과 그레이가 또 다른 좋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하얀색과 자신의 가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그레이가 벌이는 행동은 검은색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레이의 양면적인 행동들은 이 작품을 그저 단순하게 엔터테인먼트로만 느낄 수 있게 하지 않고 우리에게 반성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레이의 등장은 중반 이후부터지만 그레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의 인생굴곡과 그레이의 의적활동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쉬워서 단시간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으로서 이 작품이 그 취지에 맞는 골든 엘리펀트 상에 제격이라는 게 딱 느껴졌다. 충분히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그레이를 도와주는 존재로 여러 약자들이 나오는데,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약자부터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직업이나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바닥부터 상층부까지 높낮이가 있는 사람들을 출연시키며 그들의 불편한 삶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초반부부터 나오는 사유리의 매춘이라는 직업과 행동에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작품 안에서 납득이 되는 행동이었다. 다만,그레이맨이 과연 실제로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레이맨의 뒷이야기가 조금은 부족한 것도 그렇고,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눈치챌 수 있는 어떤 행동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는 것도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빠른 전개와 그레이맨의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행동은 이 책의 매력에 충분히 빠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레이맨이 죽지 않길 바라게 되었다. 그레이맨이 마지막에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긴 후 절규하는 부분은 읽고 나서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실제로 이런 세상에 그레이맨 같은 존재가 나타날 수 있을까? 아마도 작품 속으로나마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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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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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딱히 기억할 만한 탐정 캐릭터가 있을까? 기껏해야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추리작가가 김내선이나 김성종 같은 작가임을 고려해본다면 캐릭터는 아마도 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실존인물을 탐정으로 등장시키거나 유명한 문학작품 속 주인공을 탐정으로 등장시키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그걸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은 대체적으로 저변이 약하고,그나마 장편보다는 단편집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박하익의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는 우선 캐릭터자체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캐릭터는 모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아마도 여탐정이라는 부분에서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여탐정이라는 보기 드문 캐릭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부터 큰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다.

 

이런 전대미문의 여고생 탐정단 캐릭터를 등장시켜 신종 변태인 '무는 남자'부터 스타의 총격사건,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학급 내에서 일어난 사건,토끼 인형만 훔쳐가는 괴상한 사건,연극 <악마의 대본>에 얽힌 사건 등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을 마치 하나로 보이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에 탐정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던 표지 그림과 마치 문제를 푸는 것 같은 특이한 각 사건의 챕터가 얼핏 보면 가벼워보이는 작품처럼 느껴지겠지만,작품을 읽어보면 점점 무거워지고 심각해지는 작품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 나온 사건들 모두 기발한 트릭이나 추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대부분 사건의 동기나 원인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구성이 억지 설정이 아니라 다른 사건과 절묘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한 사건에 이전 사건의 등장인물이 다시 나와 그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정하기도 하고,또 한 사건 안에 또 다른 사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때문에 마치 연작소설을 읽는 것처럼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사건의 소재도 왕따,낙태,인터넷의 루머,성적 문제 등 우리가 언론을 통해 듣거나 한 번 쯤 들었던 문제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읽고 나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쯤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사회적 역할까지도 찾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수록된 사건 중에서는 문제 2와 3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바로 위에서 말한 부분들 때문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나쁘게만 보였던 사건들이,탐정단의 조사 결과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의 비뚤어진 생각과 주변의 지나친 관심 혹은 무관심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작가의 말 부분에 나온 여러 도움을 준 분들 대부분이 여성인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작가의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유쾌한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읽고 나서는 그렇게 유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작 이 작품의 원전이 된 박하익 작가의 단편 <무는 남자>를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 단편에서 장편으로 바꿀 수 있었던 작가의 노력에 감탄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속편이 나오길 바란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한국 추리소설에서 적게나마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추리소설은 기발한 트릭이나 추리 없어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박하익 작가가 보여준 셈이다.

 

2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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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2 : 지하의 리플리 리플리 2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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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건 2권이 먼저였지만,서평 때문에 4편을 먼저 써버렸다. 그래서 자칫 기억을 못할 뻔 했다. 그러나 2권과 4권에서 리플리의 상반된 모습이 기억나서 이제서야 서평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나중에 쓰게 됐지만,그래도 치명적인 리플리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이번에 읽은 2권 역시 강렬했다. 이번에도 리플리는 자신의 속물근성과 이중적인 면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행동 일부는 미필적 고의라고도 볼 수 있고,다른 사건은 자신이 직접적인 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의 행동 때문에 만들어진 또다른 살인으로 나타났기에 이 작품이 약간은 애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1편에서 자신의 실체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리플리는 자신을 더와트라는 유명한 화가로 위장하여 이미 몇 년 전 자살해버린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여 그 수입으로 먹고 살게 된다. 그러나 이 화가의 작품은 모방작가인 버나드라는 사람의 작품으로,나중에 이 작가의 그림에 위조문제를 제기한 토마스 머치슨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리플리의 살인이 시작된다. 1편에서 처음에 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갔다가 조금씩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면,아예 이번 2편에서는 처음부터 악의의 목적으로 사기 행각과 함께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좀 더 치밀한 리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죄가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아무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고,알리바이를 만드는 모습은 소설이긴 하지만 섬뜩한 편이다.

 

하지만,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리플리를 악하게 설정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품 중간에 공범자를 끌어들이는 부분과,리플리도 막지 못했던 또다른 죽음이 발생하는 부분에서는 전편만큼의 큰 충격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가 사이코패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엘로이즈라는 여자와 결혼도 했고,또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죄를 덮어줄 공범을 만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은 또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부분은 사이코패스라고 보기에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작품의 배경이라든지 당시 사이코패스와 지금의 사이코패스의 해석이나 여러가지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전편을 따라가기에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전편에 이어 여전히 리플리가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못했고 어떻게 계속해서 변장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리플리 시리즈 3권을 읽었는데,1권에서 리플리의 사이코패스를 제대로 볼 수 있었고,4권에서 리플리의 사이코패스가 아닌 또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던 데 반해 2권에서는 이 두 가지 면을 살리려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어쩡쩡한 면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3편을 읽어봐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플리라는 캐릭터 자체의 힘이 크다 보니까 이번 작품도 리플리라는 캐릭터 하나로 읽기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은 장르적 재미가 아니라 리플리라는 캐릭터의 행동과 심리 묘사에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번 작품은 이전의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확실한 패턴이 약간 무뎌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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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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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추리소설에 빠지면서 유독 잘 읽히지 않았던 작가들이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 작가들 중 한 명이었는데,일단 60권이 넘는 방대한 작품의 양 때문이었다. 대표 추리작가로 꼽히는 코난 도일도 <주홍색 연구>,<바스커빌 가의 개>,<네 개의 서명>,<공포의 계곡> 등 단 4편의 장편과 60여 편의 단편만을 남겼을 뿐인데 당시 드물었던 여성 추리작가가 이렇게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것이 읽기에 조금 부담스러웠다. 최근 들어와서 그녀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무엇보다도 그녀의 작품 중 대표작을 먼저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은 작품이 바로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다.

 

폭설로 멈춘 오리엔탈 특급 열차 안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데,명탐정 푸아로와 의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지만 오히려 그 사건에서 피해자와 관련된 과거의 또다른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승객들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여기에 열차 승객들의 증언에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푸아로는 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뭔가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눈치챈다. 그리고 그가 밝혀낸 범인은 놀랍게도 이 승객들이었고,또 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실,이 작품을 읽기 전에 미리 범인을 알고 보게 되었다. 이미 영화,드라마 등 수 많은 작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을 대충은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이 바로 이 범인 설정에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읽었음에도 그 범인을 알아채기 까지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증언과 오리엔트 특급에서의 좌석의 위치,그리고 특별한 등장인물이 주는 사건에 대한 힌트 등은 그 내용을 알고 봐도 크게 재미를 뺏기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마지막에 범인일 줄 알았던 그 사람과 피해자 간의 숨겨진 뒷이야기는 이 작품의 압권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우선 위에서 말한 범인 설정이다. 어떻게 보면 스포일러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예전에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에피소드에 나온 범인 설정이 바로 이 작품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살인 장소나 무기,살해 동기는 달랐지만 설정만큼은 비슷했던 구석이 떠올랐다. 여기에 며칠 동안 계속 달려야하는 오리엔트라는 특급 열차 안에서 일어난 어떻게 보면 움직이는 밀실이라고 봐야 할 텐데,어쨌든 그 당시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차 안에서의 살인은 이후 <명탐정 코난> 같은 애니메이션을 포함하여 여러 추리소설에 문학적 영감을 갖게 만들어준 존재감을 가지게 한 것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첫번째로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나에게는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알려진 작품부터 읽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덜 알려진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쯤 그녀의 전집을 다 읽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그녀의 작품을 어느 정도 읽게 된다면 다른 추리소설을 읽을 때 어느 정도 기본 추리나 트릭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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