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2 : 지하의 리플리 리플리 2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건 2권이 먼저였지만,서평 때문에 4편을 먼저 써버렸다. 그래서 자칫 기억을 못할 뻔 했다. 그러나 2권과 4권에서 리플리의 상반된 모습이 기억나서 이제서야 서평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나중에 쓰게 됐지만,그래도 치명적인 리플리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이번에 읽은 2권 역시 강렬했다. 이번에도 리플리는 자신의 속물근성과 이중적인 면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행동 일부는 미필적 고의라고도 볼 수 있고,다른 사건은 자신이 직접적인 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의 행동 때문에 만들어진 또다른 살인으로 나타났기에 이 작품이 약간은 애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1편에서 자신의 실체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리플리는 자신을 더와트라는 유명한 화가로 위장하여 이미 몇 년 전 자살해버린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여 그 수입으로 먹고 살게 된다. 그러나 이 화가의 작품은 모방작가인 버나드라는 사람의 작품으로,나중에 이 작가의 그림에 위조문제를 제기한 토마스 머치슨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리플리의 살인이 시작된다. 1편에서 처음에 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갔다가 조금씩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면,아예 이번 2편에서는 처음부터 악의의 목적으로 사기 행각과 함께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좀 더 치밀한 리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죄가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아무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고,알리바이를 만드는 모습은 소설이긴 하지만 섬뜩한 편이다.

 

하지만,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리플리를 악하게 설정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품 중간에 공범자를 끌어들이는 부분과,리플리도 막지 못했던 또다른 죽음이 발생하는 부분에서는 전편만큼의 큰 충격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가 사이코패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엘로이즈라는 여자와 결혼도 했고,또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죄를 덮어줄 공범을 만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은 또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부분은 사이코패스라고 보기에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작품의 배경이라든지 당시 사이코패스와 지금의 사이코패스의 해석이나 여러가지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전편을 따라가기에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전편에 이어 여전히 리플리가 용의선상에도 오르지 못했고 어떻게 계속해서 변장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긴 하지만 말이다.

 

이제 리플리 시리즈 3권을 읽었는데,1권에서 리플리의 사이코패스를 제대로 볼 수 있었고,4권에서 리플리의 사이코패스가 아닌 또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던 데 반해 2권에서는 이 두 가지 면을 살리려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어쩡쩡한 면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3편을 읽어봐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리플리라는 캐릭터 자체의 힘이 크다 보니까 이번 작품도 리플리라는 캐릭터 하나로 읽기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은 장르적 재미가 아니라 리플리라는 캐릭터의 행동과 심리 묘사에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번 작품은 이전의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확실한 패턴이 약간 무뎌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