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맨 - 제2회 골든 엘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이시카와 도모타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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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맨' 시리즈는 영웅의 절대적인 존재로 붙이는 말이었다.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스파이더 맨,DC 코믹스의 수퍼맨,배트맨 같은 만화들은 이후 영화,TV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재탄생하면서 우리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런 영웅 시리즈가 없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내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건 아마 우리 사회가 영웅이 나올 수 없게 구조화가 되어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물론 여기에는 소설이나 만화 같은 부류로 만들어질 수 없는 인프라 부족이라던가 사람들의 관심 부족도 한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작품은 비록 일본 작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저 일본 사회 안에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을 살펴보면 <그레이 맨>은 의적처럼 행동하면서도 뒤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영웅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본다. '그레이'는 회색인데,회색은 검은색과 하얀색을 섞어야 나오는 색깔이다. 즉,의적 활동과 그레이가 또 다른 좋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하얀색과 자신의 가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그레이가 벌이는 행동은 검은색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레이의 양면적인 행동들은 이 작품을 그저 단순하게 엔터테인먼트로만 느낄 수 있게 하지 않고 우리에게 반성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레이의 등장은 중반 이후부터지만 그레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의 인생굴곡과 그레이의 의적활동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쉬워서 단시간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으로서 이 작품이 그 취지에 맞는 골든 엘리펀트 상에 제격이라는 게 딱 느껴졌다. 충분히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그레이를 도와주는 존재로 여러 약자들이 나오는데,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약자부터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직업이나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바닥부터 상층부까지 높낮이가 있는 사람들을 출연시키며 그들의 불편한 삶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초반부부터 나오는 사유리의 매춘이라는 직업과 행동에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작품 안에서 납득이 되는 행동이었다. 다만,그레이맨이 과연 실제로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레이맨의 뒷이야기가 조금은 부족한 것도 그렇고,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눈치챌 수 있는 어떤 행동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는 것도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빠른 전개와 그레이맨의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행동은 이 책의 매력에 충분히 빠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레이맨이 죽지 않길 바라게 되었다. 그레이맨이 마지막에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긴 후 절규하는 부분은 읽고 나서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실제로 이런 세상에 그레이맨 같은 존재가 나타날 수 있을까? 아마도 작품 속으로나마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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