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 문우식 -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에서
문소연 지음 / 현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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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스트문우식 #문소연 #현암사 #도서협찬

강렬한 색채의 자화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입니다. 문우식 화가의 둘째 딸 문소연 작가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버지의 작품과 생애에 관한 자료를 모아 엮은 평전입니다.

그림은 물론 붓글씨와 디자인까지 두루 재능을 펼쳤던 화가의 예술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작품뿐 아니라 평범하고 따뜻했던 일상의 일화들도 함께 담겨 있어 한 예술가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강렬한 색감의 포스터와 감각적인 디자인, 멋스러운 패션을 통해서는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의 면모도 엿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완성된 작품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은 드로잉부터 신문 기사와 잡지에 남겨진 흔적까지 꼼꼼하게 수록되어 있어요. 한 사람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자료를 모으고 들여다봤을 저자의 애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아버지를 예술가로서 기록하는 동시에 딸의 시선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물렀던 작품은 딸과 함께 동화작가로 이름을 올린 《설가》였습니다. 수채화로 그려낸 동화적인 그림인데요. 세련되고 간결하면서도 어딘가 포근한 겨울 집의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화가의 강렬한 색채와는 또 다른 따뜻하고 다정한 감성을 만날 수 있었어요.

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한 예술가의 삶과 그가 남긴 흔적을 차곡차곡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습니다.

출판 기념으로 11월 21일까지 서울 종로 예화랑에서 회고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책에서 만난 작품들을 실제 공간에서 마주하면 또 어떤 감상이 들지 궁금해 시간을 내어 다녀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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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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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풍경 #장강명 #해냄 #도서협찬

돌아가신 부모님의 기일이 되면 디지털 아바타가 활성화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전망 좋은 집을 제공하기 위해 창문 대신 가상 유리창을 설치한 아파트가 대세가 됩니다. 출산을 대신해 주는 인공자궁, 아이를 키워주는 로봇, 융통성 없는 보안 로봇까지. 여러분은 어떤 기술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이 책은 3~4장 정도 분량의 초단편들로 이루어진 SF 소설집입니다. 어쩌면 머지않아 실현될 수도 있을 법한 과학기술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그리는 것은 놀라운 미래라기보다 그런 기술들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평범한 일상이 된 사회의 모습입니다.

아주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토피아나 평온한 미래로 읽히지도 않는, 묘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들입니다.

도파민 방어제 주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로 개발된 주사를 한국 학부모들이 집중 샷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맞히는 장면에서는, 이미 약물을 학습 능력 향상에 이용하는 현실의 사례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주사가 더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결국 그 주사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에는 허탈한 웃음마저 나옵니다.

'이런 기술이 도입되면 편리할 것 같긴 한데, 지금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어떤 가치는 변질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도입하는 게 나을까요? 이런 풍경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독자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기술이 가능해지는 것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경제적인 이득보다 많은 논의가 있어야할텐데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편리해진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다 보면, 정작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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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삐딱하게 - 못 말리는 임산부
와타야 리사 지음, 김진환 옮김 / &(앤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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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삐딱하게 #와타야리사 #넥서스 #도서협찬

'못 말리는 임산부'라는 소제목부터 머리띠에 꽂힌 임신테스트기, 쇠사슬까지. 표지부터 심상치 않아 호기심을 자극한 책입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난임 치료를 받아온 부부는 결국 둘이서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치료를 그만둡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연 임신이 찾아옵니다. 감격도 잠시, 아내 유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머리를 빡빡 밀고 보라색으로 염색하는가 하면 아무 데서나 소리를 지르고, 기이한 옷을 입고, 각방을 선언하더니 집안일까지 완전히 손을 놓아버립니다. 남편은 잠깐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지만 유이의 돌발 행동은 출산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코미디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여성다움, 아내다움,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당연한 듯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어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젊은 여성들의 이기심 탓으로 돌리는 사회, 임산부와 엄마에게 특정한 모습과 태도를 기대하는 시선도 거침없이 꼬집습니다.

처음에는 과장된 설정이 낯설었고, 유난히 큰 글씨로 편집된 부분도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유이가 왜 그렇게까지 변하게 설정했는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습니다. 웃기고 엉뚱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웃음 뒤에 생각보다 묵직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와타야 리사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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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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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서바이벌 #이기문 #북스톤 #도서협찬

이 책은 어피닛을 창업한 저자가 트루밸런스라는 앱을 인도에서 성공적인 국민 앱으로 키워낸 과정을 기록합니다. 인도가 거대한 시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22개의 공용어와 복잡한 문화, 다양한 인구 구성에 극과 극의 소득 수준까지 공존하는 곳에 진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유층을 위한 서비스에 경쟁이 몰릴 때 10억 명의 금융 소외계층에 주목한 것은 성공의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무엇보다 눈여겨본 것은 사업을 크게 확장하던 중 위기가 찾아왔을 때, 과감하게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꿀 줄 알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서둘러 해결 방법부터 찾으려 합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끝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결책을 찾는 데 급급해 정작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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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에 대하여
칼 외만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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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사라지지않는사람들 #칼외만 #현암사 #도서협찬

2060년이 되면 페이스북에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고 합니다. 카카오톡 역시 사후에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죽은 뒤에도 디지털 계정과 기록은 남아 있지만,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그 사람이 남긴 디지털 흔적은 가끔 꺼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죽은 뒤 가족들이 내 디지털 흔적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기록은 간직하고 싶으면서도 내 기록은 온전히 남겨두고 싶은, 모순된 마음이 생깁니다.

이 책은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정치적·상업적·경제적·환경적 문제까지 살펴봅니다. 개인정보 보호는 사후에도 유효할 수 있을지, 죽은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거대한 디지털 기록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통제해야 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기록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 이제는 죽은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들이 남긴 디지털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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