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저녁달 클래식 5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경일 기획 / 저녁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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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여행기 #조너선스위프트 #저녁달출판사 #김경일교수

어릴 적 가벼운 동화로만 기억하던 <걸리버 여행기>를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거대한 스케일 뒤에 숨겨진 서늘하고 날카로운 비판이 보였습니다.

소인국에서는 계란 깨는 법, 구두 굽 높이로 싸우는 소인들을 통해 인간들의 쩨쩨한 권력투쟁과 당파 싸움을 풍자합니다.
​대인국에서는 거인들 앞에서 영국의 문명을 자랑하던 걸리버가 도리어 벌레 취급을 받으며 인간의 오만함을 폭로합니다.

​라퓨타는 실생활엔 아무 쓸모 없는 황당한 연구에만 집착하는 학자들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주의를 꼬집습니다.
​후이늠은 이성적인 말과 탐욕스러운 인간 생명체를 대조하며,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담았습니다.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건 김경일 교수님의 해제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4부, 후이늠의 세계를 현실과 비교해 주신 대목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도덕과 이성만을 좇지만, 완벽한 이성의 이상화는 인간적인 것들을 절멸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꼬집어주셨을 때 마음속으로 깊이 감탄했습니다. 나와 다른 존재, 혹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전혀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어요.

​걸리버의 긴 여정은 결국 지금의 나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눈으로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고 있나요?"

​인간의 불완전함을 혐오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세상을 바로 보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준 멋진 완독이었습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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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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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목욕시키는여자 #화바이룽 #서사원 #도서협찬

구치소 접견실에서 시작되는 흡인력 있는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장까지, 화바이룽 작가의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는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동화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 돈 걱정은 없는 집이었지만, 속사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철저한 워커홀릭에 아내를 무시하던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 요구. 결국 아이들을 위해 요일을 나누어 집에서 아이를 돌보자고 합의하지만, 이 합의는 아내에게 또 다른 소외의 시작이었습니다.

​목금토, 남편이 집에 오는 날이면 여자는 집을 나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작업실이 있고 시가가 가까워 아이를 맡기기 쉬운 남편과 달리, 경단녀인 아내는 결국 홀로 캠핑을 하다 비를 피해 차 안에서 잠을 청합니다. 돈이 있어도 갈 곳이 없는 그 처지가, 그 고립감이 너무나 서글프게 와닿았어요.

​결말에서 드러난 남편의 비밀과,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이나 아내를 향한 최소한의 배려나 미안함조차 없는 비인간적인 태도 앞에서는 깊은 분노와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자리, 갈 곳 없는 차 차가운 차 안에서 홀로 비를 피해야 했던 여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발이 묶이는 밤이었습니다.

#신간추천#소설리뷰 #독서노트 #북스타그램 #책추천 #소설공감 #문학소통 #새벽독서 #여운이남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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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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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젊었었다는 것이다.”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발레리 페랭의 신작,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가제본이라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펼쳤기에, 이 책이 선사하는 전개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였다.



​스물한 살의 쥐스틴이 요양원 할머니 엘렌의 삶을 파란 노트에 기록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그 안에는 부모님의 교통사고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 그리고 요양원에서 일요일마다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가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결국 이 모든 건 ‘사랑’에 관한 기록이었다. 엇갈리고, 포기하고, 그럼에도 끝내 찾아내고 기억하는 수많은 사랑들. 중후반부의 충격적인 전개에 숨 가쁘게 페이지를 넘겼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을 깊게 읽어 내려간 기분이 든다.



#독서기록 #프랑스소설 #독서일기 #책리뷰 #서평단 #책추천 #신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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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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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전하며 #헤르만헤세×빈센트반고흐 #홍선기 #모티브
#단단한맘수련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문학가와 예술가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크로스 문화 전집. 헤세와 고흐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책입니다.
첫 장에는 헤세가 자비로 출판했던 [헤르만 라우셔]가 실려 있어 그의 문학 세계의 시작을 엿볼 수 있어요. 이어지는 장에는 고흐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담겨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천재적이지만 괴팍한 예술가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동생에게 생활을 의지하면서도 가족에게 끊임없이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마음을 나누려 했던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헤세의 편지들이었어요. [데미안]과 [싯다르타] 등을 쓴 대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그가 팬들에게도 성실히 답장을 보내고,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에게 오랜 시간 안부 편지를 써왔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저자가 저작권 문제로 헤세 가족들과 연락하며 겪은 일화들 역시 그 온화한 품성이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언제든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시대지만, 오히려 마음을 담은 안부에는 더 무심해진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니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gbb_mom 단단한 맘
@water_liliesjin 수련
@motiv_insight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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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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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책 #아멜리노통브 #열린책들 #도서협찬

우리는 흔히 소설에서 교훈을 얻거나 주인공에게 공감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을 목격하는 것이 전부인 독서가 되기도 합니다.

​다섯 살 트리스탄이 갓난아기를 돌보는 설정은 육아의 모습이라기보다, 보호받지 못한 영혼이 생존을 위해 강제로 자아를 형성해야만 했던 비극의 극대화라고 보입니다.
​이 자매가 십 대가 되자 음악에 빠지는 것은 유일한 자기 방어 기제 였을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만든 공백을 스스로 채우기 위해 그들은 서로에게 집착하고, 세상의 일반적인 잣대가 아닌 자신들만의 언어로 도피한 것이니까요.

부모가 침울한 여자애라고 규정짓는걸 들은 주인공이 평생 이 단어와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사랑은 주지 않으면서 낙인만 찍어버린 부모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평생 그 말에 얽매인 것은 연대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독설조차 그가 부모로부터 받은 유일한 관심과 유산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를 구원했던 이 자매의 이야기는, 결국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선택한 지독한 생존법이었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이 틀렸다는걸 이 자매가 증명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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