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삶을위해죽음을묻다 #최대한 #어크로스 #도서협찬이 책은 최대환 신부님이 안내하는 철학 교양서로,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철학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과 연결했는지 사유하는 시간이었다.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나는 오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있는가?"에피쿠로스는 죽음을 '영혼의 해체'로 보았다.*"내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왔을 때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논리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 주었다. 그가 말한 진정한 쾌락이 화려한 탐닉이 아닌 검소한 삶, 사유, 그리고 격조 있는 대화라는 점도 오래도록 마음을 울린다.죽음을 회피하지도, 과장되게 두려워하지도 않았던 철학자들의 태도를 보며 오히려 '지금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잘 살아가는 삶의 단단함과 사소한 일상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서.나의 죽음 앞에서도 담담하고 싶고,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는 순간의 슬픔조차 온전히 수용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묵직한 질문을 받은 기분이다.#abc북클럽
#여성의직업_버지니아울프 #이소노미아 #도서협찬강물의 물결을 닮은 독특한 표지 무늬. 알고 보니 버지니아 울프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그 강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울프의 삶이 묵직하게 전해지는 기분이다.이번 책에는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한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에세이는 마치 울프가 내 곁에서 나직하게 말을 거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가장 통쾌했던 대목은 '집안의 천사'와 싸워 이긴 글로 번 돈으로 고양이를 샀다는 이야기였다. 타인에게만 헌신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없었던 '순수한 천사'를 몰아내고 얻어낸 그 자유! 울프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당신은 누구인가요? 자기만의 방이 생겼다면 무엇으로 그곳을 채우고 싶나요?" 이번 책에 실린 단편 <초상>에서 마음을 흔든 문장이 있었다.“누누이 말하지만 누구든 접시를 깰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찬양하는 건 한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 않고 있는 오래된 도자기다.”쉽게 부서지고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단단하게 서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은 어쩌면 타인에 의해 깨지지 않는, 나만의 단단한 '오래된 도자기' 같은 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세련된 문장 뒤에 숨겨진 묵직한 철학 덕분에 책장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이 남는다.
#풍진동시네마천국 #임진평_고희은 #자음과모음 #도서협찬주인공 하루는 코비드19로 세상이 멈춘 것 같았던 시기에 풍진동의 작은 영화관 면접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하필 물웅덩이에 넘어져 옷이 엉망이 되고, 면접에 갈 수 없어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 ‘폴란드 세탁소’ 주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덕분에 하루는 무사히 영화관에 합격해 출근하게 된다.폴란드 세탁소 사장 영원은 우아한 취향으로 LP판을 틀어 세탁소에 음악을 흐르게 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는 말수 적고 묘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첫 등장부터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히라야마가 떠오른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안고 풍진동 극장에 하나둘 모여든다. 서로 무관심한 척하지만 어느새 느슨한 연대로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 극장의 주인 역시 사연을 품고 있었고, 그래서 하루에게 영화관의 모든 권한을 맡긴다.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변덕스러운 봄날, 부드러운 스프 한 그릇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힐링소설
#곧그밤이또온다 #김강 #도서출판득수 #도서협찬출판사 이름이 ‘득수’라서 먼저 눈길이 갔던 득수 서평단.도서출판 득수는 2022년 포항에서 시작해, 포항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동하는 신인 작가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좋은 작품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책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소소한설 01인 이 책은 초단편 소설집이다.한 꼭지가 4~5장 내외로 짧아 시리즈 이름처럼 소소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표제작인 ‘곧 그 밤이 또 온다’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이 밤늦게 월지에 찾아가 스테인리스 조각에 서로의 이름을 새겨 던져 넣는다. 마치 시대 속에서 사랑을 선언하는 의식처럼 보이던 그 장면은, 6년 후 그것을 다시 건져 올리려는 시도로 이어지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관계와 시간의 변화를 담담하게 비춰 보여 주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가볍게 펼쳤다가 문득 생각이 머무는 장면을 만나게 되는 초단편 소설집이었다.#득수서평단
#대문자뱀 #피에르르메트르 #열린책들 #도서협찬노년에 접어든 여성 킬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소설이다. 검정 표지 위에 총이 감각적으로 새겨진 디자인도 무척 세련된 느낌이었다.저자는 55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초기 시기에 썼지만 오랫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이라고 한다.주인공 마틸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킬러다.노년의 여성에, 개를 산책시키는 평범하고 무해한 이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레지탕스였고, 죽은 의사 남편이 남긴 재산까지 있어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다.하지만 기억력이 조금씩 흐려지면서 일처리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경찰의 수사망도 점점 좁혀온다. 결국 위기를 느낀 조직은 그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이 소설에는 왜 피해자들이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가장 무서운 건 총을 든 킬러가 아니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얼굴일지도 모른다.#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