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ㅣ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독거 세대가 늘어나고 있고, 고독감으로 충만한 세상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얻고자 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나와 별 친분도 없는데 싱글로 살다갔다는 쇼펜하우어에게서 왠지 모를 동질감과 측은함을 느끼면서도 이게 사는 건가 싶으면서도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인터넷 보다보면 부부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것 같은 뉴스들을 보다보면, 같이 살아도 혼자 사는 것만 못하다면, 차라리 고독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겉표지를 보면 쇼펜하우어는 미소를 띄우고 있다. 쇼펜하우어를 찍은 실제 사진을 보면 그는 웃고 있는 사진이 아닌데, 이 책 표지만 보면 “이건 사기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하튼 고독감으로 충만하게 살았을 것 같은 쇼펜하우어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어떠한 것인지 궁금했다.
책 겉표지에 [철학적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아리스토텔레스]라는 문구가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라면 그리스 사람인 걸로 알고 있고, 그 당시 노예들이 농사짓고 그러했던 터라 밥벌이 걱정이 없었다면 철학적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쪄죽을 것 같은 여름날 땀 질질 흘리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돼서 뇌가 익어 어쩌다 두통을 앓아서 그런지 몰라도 텔레스 할배의 말은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는 만큼 느낀다고 어디서 그랬는데, 내가 그 정도 수준에 못 미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누가 뭐라 했거나 말거나 일단 비슷한 처지인 싱글인 쇼펜하우어 할배의 행복에 관한 글이 궁금했다. 책을 보면 쇼펜하우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을 인용한다. 내가 텔레스의 할배의 글을 까고 그랬는데, 쇼펜하우어 할배는 텔레스 할배의 글을 인욯하고 있다니! 하긴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언행이 모두 잘못되거나 모두 잘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자기선택이나 자기확신을 쉽게 하기 위한 선입견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책에 나온 내용, 하우어 할배가 말한 내용에 나는 모두 공감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불행하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위로는 우리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내용은 나는 그렇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안 된 타인의 불행을 보더라도 나는 그렇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위로 받고자 하는 것 자체를 두고서, 나는 내 자신을 좋게 보지도 않는다. 타인이 나보다 더 불행한 상황인데, 그걸 보고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문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몰라도 이 문장은 그렇게 공감하지를 못했다.
이 책에서는 부연설명이 없다. 그래서 독자의 의식수준에 따라서 이 책에 나온 내용에 공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연설명을 하더라도 독자 수준에 따라서 오해가 갈 수도 있고, 이미 쇼펜하우어 할배는 돌아가셨으니까 내 말이 이렇다고 확실한 부연설명을 들을 수도 없다. 딱 자기수준만큼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는 이런 시각으로 보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예전에 봤던 글이 예전에 봤던 것들이 달리 보이고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그런 걸 경험하곤 했었고, 현재도 그러하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
사람들은 전설이나 신화에 나온 무결점 인간을 숭배하고 그의 언행을 따르려고 한다. 그런데 이건 현실에서는 개뻥에 가깝다. 막상 실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시기하고 잘 안 되기를 바라기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공작새가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자랑하면 다른 공작새가 그걸 시샘하여 깃털을 뽑아버리는 것처럼, 인간들도 그러하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은 단명이 아닌 장명하기 위하여 생존하기 위하여 불완전한 존재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불완전한 인간이 무엇을 했는데, 그의 업적이 어떠하더라도 자기들 눈에 꼴보기 싫다면, 부족한 걸 꼬집어서 물어뜯고 또 까면서 희열을 느낀다. 정작 그런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맡겨버리면 그보다 더 못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게 인간 세상이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하기에 사람에게는 어떤 말도 나오기 마련이고, 탈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업적을 만들어나가곤 한다. 그러하니 어떤 사람을 쉽게 숭배하지 말고 좋은 건 받아들이고, 안 좋은 건 그보다 더 개선해나가려고 노력하면 될 것이다. 나의 가물가물하고 어정쩡한 기억으로는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가 1분 정도 하늘에 떠 있었다고 하는데, 라이트 형제의 그런 시도와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 전투기도 생기고 수백여 명 태우는 항공기도 생기고 그러한 게 아닐까 싶다.
싱글할배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 중에서 행복에 관하여 엮은 것도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일 것이다. 어느 책이든 그러하듯이 좋은 내용 같은 건 받아들이고, 아닌 것 같다면 더 나은 생각을 해보고 살아가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인생 잠언들이 나와 있으므로 참고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겉표지에 나온 웃는 쇼펜하우어 그림을 사기(?)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책 보다보니까 실제사진인 굳어 보이는 표정보다는 내 눈에는 이 표정이 나아보이고,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읽어보게끔 하는 끌어당김이 있어서 이런 조작(?)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찌푸린 표정사진을 보다보면 그걸 본 사람도 찌푸려지는 기분이 들 듯이 말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고, 제 나름대로 솔직하게 쓴 주관적인 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