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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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순식간에 다 읽었다. 결론부터 얘기하고 들어가자면 정말 오랜만에 멋진 소설 한편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일본 장르소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때에 과대 포장된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했다 후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야쿠마루 가쿠라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 예기치 못한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줬다.
소설은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장르인 사회파 소설이면서,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 장르로도 손색이 없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인 형사미성년자의 책임 조각에 따른 처벌 금지를 소재로 피해자의 입장과 가해자의 입장을 적절히 대변하며 독자에게 가치판단을 맡기고 있다.

4 년전 절도범 중학생 소년 세 명에게 아내를 잃은 주인공 히야마 다카시는 13살 소년들이 형사미성년자이므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4년이 흐른 어느 날, 커피점을 운영하며 딸과 함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던 그에게 당시 범인 중 한명인 사와무라 가즈야가 커피점 근처의 오오야마 공원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아내의 복수를 누군가 대신 해 준 것일까?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그들이 진정 반성하고 교화된 것인지 의문을 품은 히야마는 소년들의 삶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숨겨졌던 과거와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피의자의 인권을 더 소중히 여기는 현행 법체계에 작가는 의문을 제기한다. 외부의 환경과 교육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소성원칙을 내세우며 소년범의 교화만을 중시하다보니 정작 피해자의 상처는 외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발하며, 법체계와 인권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독자에게 권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일본과 유사한 형법체계를 가진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라 나에게도 진지하게 다가왔다. 투표연령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빨리 낮추면서, 형사법 개정에는 미적대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않고 있는 우리 국회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듯 소설은 심각한 사회문제인 형사미성년자의 책임조각에 대해 말하면서도 오락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 살인범 소년 세 명이 연달아서 피격을 당하고, 그러면서 당연히 주인공 히야마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전개를 통해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놀라운 범인의 정체와 범행의 동기.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났다 싶을 때 등장하는 충격적 반전이 재미를 선사한다.

진정한 갱생과 교화는 가능할까? 피해자의 상처 입은 마음과 더불어 가해자의 죄의식은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 형사미성년자라도 과실범과 고의범을 똑같이 책임을 조각하는게 옳은것일까? 소설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해답은 독자의 몫인 것이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다. 술술 읽히지만 메시지는 강렬하고, 무거운 소재이지만 흥미 있는 이야기 전개로 재미도 놓치지 않고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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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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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딜레마 라는 표현이 있다. 전통적 논리학 용어로는 삼단논법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냥 간단히 진퇴양난(進退兩難) ·궁지(窮地) 그도 아니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 용어다. 이 딜레마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확장하다 보면 선택이란 단어가 나온다.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 매순간 중요하든 사소하든 선택의 연속인 우리네 삶에서 상투적이지만 “인생은 선택 이다”라는 말은 참 어울리는 말 같다.
딘 쿤츠의 소설 [벨로시티]의 주인공 빌리 와일스도 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남자다.
한때는 소설가를 지망했지만 몇 년 전 약혼녀 바바라가 갑작스런 식중독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후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바텐더로 주저앉은 빌리는 어느날 의심스런 쪽지를 받게 된다.
“이 쪽지를 경찰에 전달하지 않으면 금발의 여선생을 죽이고, 전달하면 할머니를 죽이겠다. 남은 시간은 여섯 시간, 선택은 네 몫이다.”
빌리는 동료 바텐더 스티브의 악의적인 장난정도로 치부하고 무시하지만 다음날 절친한 경관 래니로 부터 여교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인공 빌리가 처하는 상황은 점점 끔찍해진다. 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마다 쪽지를 전해주며 선택을 강요하는 범인에 맞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또 모든 살인사건의 증거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조작돼있어 경찰의 도움도 쉽게 구하지 못한다. 거기다 병석에 있는 바바라의 주치의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빌리를 설득한다. 그녀의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자고.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쪽지에서 요구하는 대로 누군가의 죽음을 선택하기엔 자신의 도덕관념에 위배된다.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을 자신이 가치를 매겨 선택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죽음의 대상자에게도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그리고 바바라 자신의 인간적 존엄을 위해서라도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고 그녀를 보내줘야 하는것인가? 어떤 선택도 그에겐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는 선택해야 한다.

딘 쿤츠라는 작가는 책의 내용이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도 그 이름값만으로 책을 팔수 있는 작가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런 그의 진가는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평범한 바텐더가 미지의 범인에 의해 파멸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와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왜 하필 나에게?“ 라는 원망과 분노, 좌절의 단계를 넘어서서 범인을 찾아 아내의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감정의 변화를 통해 감동을 전해준다.
또한 벨로시티라는 제목답게 사건의 전개가 빠르다. 쪽지에 의한 예고 살인에서 시작한 소설은 끝나기까지 사건과 반전을 연속해서 배치해놔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독자에게 스릴을 선사한다.

작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탓인지 그의 몇몇 작품에서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본 적이 있다. [벨로시티]의 빌리도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이다.
이 인물을 통해 단순히 스릴러에만 머물 수도 있었을 소설에서 인간애와 인간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데 사건이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빌리의 과거와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상반되게 내용상 아쉬웠던 점은 미지의 범인이 살인 게임의 대상자로 바텐더 빌리를 선택한 이유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던 점이었는데, “왜 하필 그였지?“에 대한 명백한 답이 제시되지 않았다. 분명히 뭐라고 하긴 했는데 너무 관념적인 얘기였던 게 아닌가 싶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소설은 오락소설 거장의 작품답게 매우 재미있다. 빠른 전개, 잘 짜인 구성, 독특한 소재, 예기치 못한 반전까지 정말 잘 만든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선택의 기로에선 주인공을 통해 인간존재의 가치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해피엔딩 헐리웃 영화를 보고 나온 듯 책을 덮으며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명불허전이라고 하지 않던가. 딘 쿤츠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작품이다. 딘 쿤츠의 골수팬은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딘 쿤츠라는 이름만 들어봤다거나, 스릴러에 입문하려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할, 꼭 추천해주고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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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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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의 경우 경찰 소설이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경찰 혐오자]란 87번 관서 시리즈의 작가 에드 맥베인이다. 30년 이상 52편의 시리즈를 써냈다니 경찰 소설의 최고봉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이제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에드 맥베인도 경찰 소설의 한 획을 그은 작가이지만 그의 소설과는 다른 전개, 다른 깊이로 경찰 소설의 한 획을 그은 작가의 작품을 접했기 때문이다.
일본 작가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기존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 소설과 경찰 소설의 범주를 뛰어넘는 수작이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단순히 경찰 소설이라 말하기엔 소설을 너무 작은 카테고리에 가두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경관의 피]는 전후 일본 사회에서 삼대에 걸쳐 경관을 배출한 집안의 이야기다.
1대 안조 세이지, 2대 안조 다미오, 3대 안조 가즈야 이 삼대를 통해 일본의 현대사와 경찰 조직으로 대표되는 관료제의 실상, 조직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상등을 매우 심도 있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때는 쇼와 23년 (1948년),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인의 삶은 공습으로 인한 주택의 파괴, 산업시설파괴로 인한 실업의 증가, 거기에 필연적인 가난과 기근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당시 치안 인력 부재의 문제가 심각했던 도쿄경시청은 간단한 시험만 보고 많은 수의 경관을 임용했는데 안조 세이지도 그렇게 경관의 길을 걷게 된다. 일자리가 마땅치 않던 시기에 박봉이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해서 들어간 경찰이지만 매사에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던 그에게 경관은 천직처럼 보인다. 그렇게 순찰 경관으로 생활하던 어느날 우에노 공원의 남창이던 미도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있다가 자신의 주재소 구역에서 철도 공원인 다가와 가쓰조가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미제 사건인 두 살인에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한 세이지는 하지만 주재소 옆 덴노지 5층탑에 불이 나던 날에 의문의 사고사를 당하고 만다.

작가가 한국어판 서문에 적은대로 소설은 전후 일본의 도쿄 풍경을 사실적으로 하지만 정겹게 묘사하고 있다. 지금은 전자상가와 상업중심지구로 유명한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를 판자촌으로 묘사한 부분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며 공습으로 주택을 잃은 우에노 공원 노숙자의 묘사는 전후의 비참함을 말하면서도 어딘지 따뜻하다.
또한 경관의 결혼시 상부에 보고하고 허락을 얻어야 하는 취처원제도나, 총기를 집에까지 휴대하고 다니는 모습, 패전 후 민주 경찰로 전환되면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경관의 모습을 통해 일본 경찰의 과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2대 안조 다미오는 생활고의 타개를 위해 경관이 되고 어릴 때 각인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며 주재소 경관이 되고자 하지만 당시 공안 정국하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훗카이도 대학에서 좌익 학생들 틈에 스파이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적군파 스파이로 활동하던 그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신경손상을 입게 되고 결국에는 그 신경문제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쇼와38년 (1963년)부터 헤이세이5년 (1993년)에 걸친 다미오의 이야기에서는 당시 좌익 무장 혁명을 꿈꾸던 적군파를 통해 일본의 사회주의 폭동과 테러등 불안정한 사회 모습과 한국 전쟁을 통해 경제적 부흥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의 풍요로운 상반된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양담배 한 개피에 행복해하지도, 다다미 여섯칸짜리 방 두개인 주재소의 생활여건에 만족하지도 않는다. 일본 사회에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전후 계속되어온 이념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알기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일본 대학생들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심취해 서로 대립하고, 비행기 납치, 테러, 폭동, 반미로 대표되는 무장 혁명을 꿈꿨다는 얘기가 낯설었다. 또한 지금은 춘투라는 축제적 성격으로 변한 노동자들의 파업이 좌익세력과 연계된 사회 불안 요소였다는 게 흥미로웠다.

3대 안조 가즈야는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르게 대학을 졸업하고 1류 채용 경시청 경관이 된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보다는 어쩌면 경관의 피에 이끌려 경관이 된 가즈야는 주재소 경관이 되기 위해 지역과를 가고자 하지만 폭력단을 상대하는 수사4과에 경무과 스파이로 들어가게 된다. 수사4과의 의심스런 경관 가가야의 부패와 비리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 된 그는 가가야와 경찰본부 커리와의 연계, 폭력단과의 밀착, 사건 조작등을 알게된다.

헤이세이5년 (1993년) 이후의 일을 다루는 가즈야의 이야기는 1대와 2대에 걸친 공안 이야기 보다는 경찰 내부 조직에 관계된 이야기다. 일본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익히 보아오던 캐리어와 논캐리어의 불합리한 차별, 경찰의 공식적 조직 윤리와 현장에서 경찰 활동중 느끼는 괴리감, 범죄조직과의 정보거래, 부패한 경찰, 성과주의적 관료제의 문제점등을 안조 가즈야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세이지를 거쳐, 아버지 다미오를 통해 손자 가즈야까지 내려온 두건의 살인사건과 할아버지, 아버지 죽음의 진실이 밝혀진다.

사실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작이라곤 하지만 미스터리적 요소가 강하지는 않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세이지대의 모든 죽음의 비밀을 어렴풋이 짐작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미스터리적 요소와는 별개로 작가는 전후 60년의 일본을 실제 사건을 간간히 섞어가며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패망이후 일본의 빈곤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도시노동자의 사회주의 운동,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무장세력으로 변모한 사회주의 세력과 관료제에서 파생된 부패 범죄, 조직 범죄등 묵직한 사회 문제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 업무와 생활을 함께 하는 주재소 근무 경관의 모습을 통해 잊혀져가는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과, 일본 서민들의 생활모습, 경관으로서 겪어야하는 갈등과 경찰 윤리등개인적 문제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고 있다.
고지식한 세이지, 조직윤리와 개인윤리에서 심한 갈등을 한 것으로 보이는 다마오, 조직 윤리 속에서 처세를 배운 듯한 가즈야의 모습은 현대 일본 3대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3대가 헤쳐 나가는 일본은 그리 만만하거나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3대의 삶은 그 자체가 전쟁 같다. 그 거친 삶을 살아온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숙연해진다.  

처음 접하는 작가 사사키 조. 그의 유려한 필력과 꼼꼼한 구성은 읽다보면 빈틈이 없음을 알게된다.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경관 3대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최고의 소설이다. 사사키 조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단순히 경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경관의 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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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17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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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서운 세상이다. 수많은 부녀자를 죽이고 죄의식을 못 느끼는 살인마가 몇 년마다 한번씩 뉴스를 도배하고, 이번엔 그 살인자의 인권과 그의 행각을 옹호하는 카페까지 개설됐다고 한다. 물론 인권을 말하는 카페라고는 하지만 그 이름부터가 “아이 러브 호순”이라니, 조금 부적절한 행동들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살인마들을 또라이, 미친놈이란 격 떨어지는 말 대신(?) 사이코패스라는 좀 전문적이고, 지적으로 보이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주위에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런 사이코패스를 범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바로 [덱스터] 시리즈다.
사실 덱스터 시리즈는 소설보다 쇼타임에서 제작한 TV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아름다운 마이애미 해안을 배경으로 주인공 덱스터가 사악한 살인마들을 사냥해 죽이는 이야기는 아무리 19금이라고는 해도 잔혹하고, 충격적이었다. 덱스터의 아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타이틀과 시작되는 드라마를 통해 시즌1을 보고 책으로는 시리즈 3편인 [어둠속의 덱스터]를 읽게 됐는데,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원작 소설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그의 독백으로도 잘 드러나지 않던 그의 내면이라던가, 그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구사하는 유머 등이 잘 부각되지 않아서 아쉬웠던 반면, 소설은 잔인한 이야기임에도 덱스터 본인이 1인칭 화자가 돼서 사건과 자신의 내면과, 리타와의 관계를 시종 가볍고 유쾌하고, 익살맞게 전하고 있었다.

[어둠속의 덱스터]에서 덱스터는 리타와의 결혼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또 마이애미대학에선 두명의 여학생이 머리가 잘린 불탄 시체로 발견되고 그 용의자로 지목되던 사람들도 같은 방법으로 죽게 된다. 거기에 그들의 결혼식 요리를 준비해주던 요리사도 사체로 발견되고, 리타의 아이들에게서 덱스터와 같은 살인 충동을 발견한 덱스터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정적으로 덱스터의 살인행각에 길잡이가 되어주던 내면의 “검은 승객”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러한 와중에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덱스터는 일련의 살인에 고대신인 몰로크 숭배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몰로크와 사라진 “검은 승객”의 관계를 찾아 나선다.

소설은 스릴러와 오컬트를 결합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성경 솔로몬의 이야기에서 단서를 얻은 3000 년 전 중동 지방의 신 몰로크를 전면에 내세워 그 유래와 제사의식, 역사적 사실 등을 흥미롭게 적고 있다.
소설로는 처음 접하는 [덱스터]시리즈기에 범죄 액션 스릴러 정도를 기대했었는데, 예기치 않던 오컬트 소재에 의아하기도 했다. 또 모든 살인의 범행의도가 제사의식을 위한 제물로서의 살인이었다는 결론이 소설 중반쯤에 너무 일찍 드러났다는 점과, 몰로크의 악령에 씌우게된 숭배자들의 납득할만한 이유가 열거되지 않았다는 점, 몰로크 자신의 1인칭 관점에서의 사건 서술 등이 스릴러보다는 오컬트 요소에 더 치우친게 아닌가 하는점이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재미있다. 오락 소설의 최대 미덕이 즐거움이라 한다면 이 소설은 충분한 미덕을 지닌 소설이다.
우선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덱스터의 강인한 내면(검은 승객)을 확고히 다져준 시리즈였으며, 코디와 에스터의 살인충동을 언급함으로서 다음 편에서 덱스터가 해야할 임무를 한 가지 더 부여한 시리즈였다. 또 덱스터의 유머러스한 서술이 사건과는 별개로 재미를 더해주니 그거면 오락소설로서 충분하다 생각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매력적인 살인마 덱스터를 말하기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악질 살인마들만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라면, 어떤 순간에도 재치 있는 유머를 구사하는 사이코패스라면, 일반인에게 피해를 안주고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이코패스라면, 아이들을 아끼는 사이코패스라면, 여자에게 상처주지 않는 잘생긴 사이코패스라면 매력적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살인마가 활약하는 덱스터 시리즈.
다음편 그와 그의 자녀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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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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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 문학계의 우울과 광기의 천재 애드가 앨렌 포.
그의 기이하고 괴기스런 작품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그의 사생활이다.
14살이나 어린 사촌 여동생 버지니아와의 결혼,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육신과 정신의 피폐, 생활고,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여성편력, 무엇보다도 예기치 않았던 의문스런 죽음이 그의 작품과 더불어 그를 더욱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만들었다. 이 죽음을 소재로 많은 작가들이 팩션을 내놨는데 이번에 또 다른 작품인 [가장 검은새]가 출간됐다.

소설은 1841년 미 개척시기, 뉴욕에서 메리 로저스라는 아름다운 담배 가게 아가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상급 치안관인 제이컵 헤이스는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사건은 종결되는데 그와 비슷한 시기 리볼버 권총을 발명한 콜트가의 막내 존 콜트가 인쇄업자 새뮤얼 애덤스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새뮤얼 애덤스의 사건으로 존 콜트를 조사하던 헤이스는 두 사건에 애드가 앨런 포가 연관돼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마리 로제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사건의 인과관계를 유추해 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19세기 미국 뉴욕의 뒷골목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소개된바 있던 파이브포인츠를 배경으로한 아일랜드 이주민 갱단과 반 아일랜드 정서의 원주민 갱단과의 마찰과 같은 무법천지의 모습을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분권형, 중앙집권형, 철충형 등의 경찰제도가 아직 확립되기 이전 일부 민주당 지부들이 아일랜드 갱단과 연계해 표를 거래하는 내용과 전문화되지 못한 경찰과 소방관의 모습이 당시의 치안상황을 말해준다.

또 롱펠로우와 포의 대립, 미 문학계에 최고의 영향력과 인기를 얻고 있던 소설가 찰스 디킨스, 포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표절논란, 당시 하퍼 출판사의 저작권법에 대한 지금과는 상반된 주장과 이해,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신문사의 오보등 19세기 미국 문학계의 흥미롭고 충격적 단면을 소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실존 인물들, 예를 들어 파이브포인츠의 실재 갱이었던 애드워드 콜먼, 리볼버의 발명자 새뮤얼 콜트, “헤럴드”의 기자 제임스 고든 베넷을 등장시키며 사실과 작가의 허구가 모호하게 뒤엉키게 만들어 팩션의 성격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애드가 앨런 포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다고 하겠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란 어린시절, 모성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불러일으킨 듯한 여성편력, 도박, 마약, 알코올로 인한 방탕한 생활과 궁핍, 뒤팽을 등장시킨 일련의 소설과 갈가마귀, 애너벨리 같은 이상심리의 시, 공격적 문학평론으로 거둔 절반의 성공, 다른 작가의 표절은 비판하면서 자신역시 표절과 돈을 위해 오보를 쓰는 양면적 모습,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했던 부분 등은 내가 알고 있던 천재 작가의 모습이 아닌 연민과 멸시의 복합적 감정이 들게 했다.

과연 메리 로저스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왜? 무슨 이유로? 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포의 죽음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모든 의문은 헤이스의 추리와 직관으로 마지막에 드러난다.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추리소설다운 결말을 제시하면서.
작가의 17년 노력이 들어간 작품인 만큼 사실과 허구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19세기 뉴욕의 범죄세계, 문학계, 사교계를 흥미롭게 묘사해놓았다. 포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작가가 제시한 결말도 비약 없이 논리의 귀결이기에 깔끔하다. 두꺼운 분량 그리고 관계없어 보이는 살인들과 폭동, 실존작가 포의 죽음등 복잡한 내용이지만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 별다른 막힘없이 술술 잘 읽혔다.
역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측면에서도, 추리소설의 오락적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 정말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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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2-0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말 뉴욕을 잘 묘사한 팩션으로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들>도 좋았어요. 이 책도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에 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