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IT강국과 발리우드로 연상되기 이전의 인도는 분명 영혼의 땅이었다. 수많은 신들이 일상사를 지배하고, 고행과 수행을 마다않는 수도자들, 윤회의 믿음으로 고착화된 신분제를 수용하는 이해 못할 사람들 정도로 인도는 인식되었다.

어찌됐든 편협한 생각 속 에 인도란 땅의 영적 풍요로움이 나에게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근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물질문명의 폐해를 접한 현대인이 자아를 찾기 위해 인도 여행을 꿈꾸고 그들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요즘 추세지만 그래도 현대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데 인도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은 이런 나의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이 책은 저자가 참 진리를 찾기 위해 인도를 여행하며, 그들의 생활을 보고, 체험하고, 그들의 신앙에 조금 더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행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내안의 참자아를 찾는 과정을 통해 내안의 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리교 목사이기도한 저자는 기독교적 진리에서 참 만족과 종교적 영성을 깨닫지 못했으나, 인도의 경전인 우파니샤드란 책을 통해 기독교적 신앙에 더 접근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행을 하는 중에도 인도의 경전인 우파니샤드를 사유하며 인도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철학적 메시지가 곳곳에 가득하다.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도인의 생활상과 그들의 영적 생활을 통해 던져주는 화두에 집중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신과 종교, 영적 진리 등에 생각하게 된다.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물질의 풍요를 뛰어넘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과 풍요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저자는 감리교 목사다. 감리교는 성공회 사제인 존 웨슬리가 만든 교단으로 영어로 the Methodist Church 라고 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의식에 상당히 엄격한 교단이고 형식을 중시하는 교단이다. 이러한 교단의 목사가 스스럼없이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는 말을 하고, 인간이 신이라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하는데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기독교는 사실 상당히 배타적인 종교다. 유일신을 모시는 종교의 특성일지도 모르는데 다른 종교를 인정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신을 부정한다는 말과 같다.

작가는 자신이 우파니샤드 경전이나, 불교 경전을 연구하는 것을 보며 자신을 범신론자로 매도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의심을 피한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만으로는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마다 어떤 종교적 메시지의 보편성은 있는 것 같다. 아마 작가는 우파니샤드에서 그것을 보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발견 못한 진리를 우파니샤드에서 찾았듯이 또 그는 새로운 진리를 찾아 앞으로도 계속 경전을 헤메일 것 같다.

아마 저자의 진리에 대한 갈구를 채워줄 경전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파니샤드 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책답게 책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저자가 여행하며 찍은 생생한 사진들이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며 이해를 돕지만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하지만 인도의 참 면모나 우파니샤드라는 경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원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참 자유가 무엇인지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수잔 브링크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인간시대에 방영돼 반향을 일으켰던 스웨덴입양 여성인데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은 책과 최진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녀를 통해서 해외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국내입양운동도 일었었지만 곧 사그라지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영아 수출국 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전쟁으로 인한 전쟁고아와 급격한 현대화에 발맞추지 못한 전근대적 의식의 정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출신 해외 입양아는 상당한 수에 달하며, 그렇기에 해외 입양아 문제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사회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야사 미로의 [엄마에게 가는길]은 다른 나라 작가의 이야기지만 가볍게 남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았다.

인도 출신의 스페인 입양아 아샤 미로는 그녀의 뿌리를 찾아 자신을 버린 땅 인도로 떠난다. 언어와 사고방식 등 모든 면에서 서구인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피부색으로 인해 이방인으로 살아야만 했던 아샤는 인도에서 자신의 과거와 뿌리,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초현대식 건물과 빈민가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도시 빈민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삼스레 그녀를 입양해준 양부모님과 자신을 스페인으로 입양시켜준 고아원의 수녀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촬영차 두 번째 방문한 인도에서 그녀는 자신의 입양에 얽힌 새로운 사실과 아샤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 언니를 만나게 된다.

1부 “너는 갠지스의 딸이란다”를 통해선 생면부지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 까지 사랑을 실천한 양부모의 사랑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는 그들을 보며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2부 "달의 두가지 얼굴“을 통해선 낳은 부모의 사랑을 알 수 있었다. 가난 때문에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가족이 사실은 아사의 삶을 위해 그녀를 수녀원에 맡겼다는 것과 그녀에게 희망이란 뜻의 이름 ”아샤“를 붙여준 아버지의 사랑은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알 수 없었던 친부모와 혈육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아샤가 인도 출신 스페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은 슬프면서도 감동을 전해줬다.

순전히 운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행운을 생각하며, 그녀는 자신의 삶이 자신의 언니인 또 다른 “아샤”와 같을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서구인으로서의 교육기회와 경제적 안정을 얻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갠지스의 딸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뉴스에서 해외 입양아의 상당수가 사회의 주류로 진입하지 못하고,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에 빠지고 있다고 하며, 자살률은 평균보다 훨씬 웃돈다고 한다.
이 단편적 사실 만으로도 그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아샤가 가졌던 자신을 찾을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엄마에게 가는길]을 읽으며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에 감사했다. 언제나 당연시하며 누려오던 모든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니 이 삶이 새삼스레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샤의 강한 의지에서, 그녀를 도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에서, 또 그녀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해준 부모님과 양부모님의 사랑에서 깊은 감동과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교적 근대인 1805년,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입에서 불을 뿜는 용이 전쟁에 참전한다면 과연 어떨까? 과거 판타지 소설이라 하면 중간계 등의 가상의 공간이나, 고대나 중세를 배경으로 마법사와 요정, 기사들이 활약하던 시대의 이야기만을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 왕의용”은 판타지의 배경을 근대로 설정해서 독특한 소설을 쓰고 있다.

다정다감하고, 지적 호기심이 매우 강한 중국 고귀한 혈통의 용“테메레르”는 해군 대령 출신의 로렌스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그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우정을 키워나간다. 입에서 불을 뿜는 전설의 동물 용은 파충류 이미지를 물려받아 사악하거나, 또는 동양적 신성함을 이미지로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기에선 더없이 따뜻하고, 사랑스런 동물로 묘사해서 그려내고 있다.

사람의 말을 하고, 본능을 인간처럼 억제할 줄 알고, 인간의 군대에서 훈련교관으로 일할 정도로 리더십과 지능을 가진 존재로 묘사해서 소설속 등장하는 어떤 인간보다 더 개성있고 인성을 가진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테메레르, 왕의용”은 대체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아직 6권중 1권이 국내에 출간된 상태에서 역사를 어떻게 변화 시킬지는 모르지만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던 시대에 난데없이 공군으로 활약하는 용과 비행사들을 등장시켜 유렵의 정세와 트라팔가르 해전 같은 역사적 사실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역사와 용이라는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융합시켜서 나타내는데 용이 말을 하고, 동물이지만 인간의 비행 교관을 할 정도로 지능과 인격을 가지고 사람과 교감을 한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람이 변해서 용이 되었다는 중국의 신화를 소개하며 그런 일은 전설 일뿐 실재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말하고 있다.
이 대화를 통해 자신이 보여주는 용과 인간의 세계를 판타지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로 인식하고 작품에 집중 하라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판타지 요소와 함께 세상의 규범들을 작품에 표현하며 전혀 새로운 세계를 우리에게 소개하는데, 예를 들어 용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은 자신의 일상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계에서 인기가 없다던가, 공군은 해군에 비해 상하 관계, 남녀 관계에서 자유롭다던가, 또는 중국과 프랑스가 친밀한 국가라던가 하는 얘기를 하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식이다.
읽어 나갈수록 처음에는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차차 그 세계를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용이라는 새로운 전투 병기를 사용해서 작가가 펼쳐놓는 기상천외한 전술과 전투는 역사 속 넬슨과 빌뇌브의 트라팔가르 해전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전투에서 죽어가는 군인들을 보며 이 소설이 말하는 용이 등장하는 동화가 아니라 피와 살이 튀는 전투를 그리는 소설임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책은 좀더 진화한 판타지 소설이란 느낌을 준다. 마법도 엘프도 등장시키지 않고, 용을 등장시킬 뿐이지만 용을 공군이란 현실의 세계에 접목시켜 사실성과 판타지적 요소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읽고 판타지에 갈증을 느낀 독자라면 새로운 소재의 "테메레르"을 읽는다면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 할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