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검은 새 - 누가 메리 로저스를 죽였을까?
조엘 로즈 지음, 김이선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미 문학계의 우울과 광기의 천재 애드가 앨렌 포.
그의 기이하고 괴기스런 작품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그의 사생활이다.
14살이나 어린 사촌 여동생 버지니아와의 결혼,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육신과 정신의 피폐, 생활고,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여성편력, 무엇보다도 예기치 않았던 의문스런 죽음이 그의 작품과 더불어 그를 더욱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만들었다. 이 죽음을 소재로 많은 작가들이 팩션을 내놨는데 이번에 또 다른 작품인 [가장 검은새]가 출간됐다.

소설은 1841년 미 개척시기, 뉴욕에서 메리 로저스라는 아름다운 담배 가게 아가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상급 치안관인 제이컵 헤이스는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사건은 종결되는데 그와 비슷한 시기 리볼버 권총을 발명한 콜트가의 막내 존 콜트가 인쇄업자 새뮤얼 애덤스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새뮤얼 애덤스의 사건으로 존 콜트를 조사하던 헤이스는 두 사건에 애드가 앨런 포가 연관돼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마리 로제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사건의 인과관계를 유추해 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19세기 미국 뉴욕의 뒷골목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소개된바 있던 파이브포인츠를 배경으로한 아일랜드 이주민 갱단과 반 아일랜드 정서의 원주민 갱단과의 마찰과 같은 무법천지의 모습을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분권형, 중앙집권형, 철충형 등의 경찰제도가 아직 확립되기 이전 일부 민주당 지부들이 아일랜드 갱단과 연계해 표를 거래하는 내용과 전문화되지 못한 경찰과 소방관의 모습이 당시의 치안상황을 말해준다.

또 롱펠로우와 포의 대립, 미 문학계에 최고의 영향력과 인기를 얻고 있던 소설가 찰스 디킨스, 포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표절논란, 당시 하퍼 출판사의 저작권법에 대한 지금과는 상반된 주장과 이해,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신문사의 오보등 19세기 미국 문학계의 흥미롭고 충격적 단면을 소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실존 인물들, 예를 들어 파이브포인츠의 실재 갱이었던 애드워드 콜먼, 리볼버의 발명자 새뮤얼 콜트, “헤럴드”의 기자 제임스 고든 베넷을 등장시키며 사실과 작가의 허구가 모호하게 뒤엉키게 만들어 팩션의 성격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애드가 앨런 포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다고 하겠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란 어린시절, 모성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불러일으킨 듯한 여성편력, 도박, 마약, 알코올로 인한 방탕한 생활과 궁핍, 뒤팽을 등장시킨 일련의 소설과 갈가마귀, 애너벨리 같은 이상심리의 시, 공격적 문학평론으로 거둔 절반의 성공, 다른 작가의 표절은 비판하면서 자신역시 표절과 돈을 위해 오보를 쓰는 양면적 모습,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했던 부분 등은 내가 알고 있던 천재 작가의 모습이 아닌 연민과 멸시의 복합적 감정이 들게 했다.

과연 메리 로저스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왜? 무슨 이유로? 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포의 죽음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모든 의문은 헤이스의 추리와 직관으로 마지막에 드러난다.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한 추리소설다운 결말을 제시하면서.
작가의 17년 노력이 들어간 작품인 만큼 사실과 허구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19세기 뉴욕의 범죄세계, 문학계, 사교계를 흥미롭게 묘사해놓았다. 포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작가가 제시한 결말도 비약 없이 논리의 귀결이기에 깔끔하다. 두꺼운 분량 그리고 관계없어 보이는 살인들과 폭동, 실존작가 포의 죽음등 복잡한 내용이지만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 별다른 막힘없이 술술 잘 읽혔다.
역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측면에서도, 추리소설의 오락적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 정말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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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2-0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말 뉴욕을 잘 묘사한 팩션으로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들>도 좋았어요. 이 책도 재미있겠네요. 보관함에 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