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딜레마 라는 표현이 있다. 전통적 논리학 용어로는 삼단논법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냥 간단히 진퇴양난(進退兩難) ·궁지(窮地) 그도 아니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 용어다. 이 딜레마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확장하다 보면 선택이란 단어가 나온다.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 매순간 중요하든 사소하든 선택의 연속인 우리네 삶에서 상투적이지만 “인생은 선택 이다”라는 말은 참 어울리는 말 같다.
딘 쿤츠의 소설 [벨로시티]의 주인공 빌리 와일스도 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남자다.
한때는 소설가를 지망했지만 몇 년 전 약혼녀 바바라가 갑작스런 식중독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후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바텐더로 주저앉은 빌리는 어느날 의심스런 쪽지를 받게 된다.
“이 쪽지를 경찰에 전달하지 않으면 금발의 여선생을 죽이고, 전달하면 할머니를 죽이겠다. 남은 시간은 여섯 시간, 선택은 네 몫이다.”
빌리는 동료 바텐더 스티브의 악의적인 장난정도로 치부하고 무시하지만 다음날 절친한 경관 래니로 부터 여교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인공 빌리가 처하는 상황은 점점 끔찍해진다. 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마다 쪽지를 전해주며 선택을 강요하는 범인에 맞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또 모든 살인사건의 증거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조작돼있어 경찰의 도움도 쉽게 구하지 못한다. 거기다 병석에 있는 바바라의 주치의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빌리를 설득한다. 그녀의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자고.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쪽지에서 요구하는 대로 누군가의 죽음을 선택하기엔 자신의 도덕관념에 위배된다.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사람의 목숨을 자신이 가치를 매겨 선택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죽음의 대상자에게도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그리고 바바라 자신의 인간적 존엄을 위해서라도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고 그녀를 보내줘야 하는것인가? 어떤 선택도 그에겐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는 선택해야 한다.

딘 쿤츠라는 작가는 책의 내용이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도 그 이름값만으로 책을 팔수 있는 작가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런 그의 진가는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평범한 바텐더가 미지의 범인에 의해 파멸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와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왜 하필 나에게?“ 라는 원망과 분노, 좌절의 단계를 넘어서서 범인을 찾아 아내의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감정의 변화를 통해 감동을 전해준다.
또한 벨로시티라는 제목답게 사건의 전개가 빠르다. 쪽지에 의한 예고 살인에서 시작한 소설은 끝나기까지 사건과 반전을 연속해서 배치해놔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독자에게 스릴을 선사한다.

작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탓인지 그의 몇몇 작품에서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본 적이 있다. [벨로시티]의 빌리도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이다.
이 인물을 통해 단순히 스릴러에만 머물 수도 있었을 소설에서 인간애와 인간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데 사건이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빌리의 과거와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상반되게 내용상 아쉬웠던 점은 미지의 범인이 살인 게임의 대상자로 바텐더 빌리를 선택한 이유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던 점이었는데, “왜 하필 그였지?“에 대한 명백한 답이 제시되지 않았다. 분명히 뭐라고 하긴 했는데 너무 관념적인 얘기였던 게 아닌가 싶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소설은 오락소설 거장의 작품답게 매우 재미있다. 빠른 전개, 잘 짜인 구성, 독특한 소재, 예기치 못한 반전까지 정말 잘 만든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선택의 기로에선 주인공을 통해 인간존재의 가치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해피엔딩 헐리웃 영화를 보고 나온 듯 책을 덮으며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명불허전이라고 하지 않던가. 딘 쿤츠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작품이다. 딘 쿤츠의 골수팬은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딘 쿤츠라는 이름만 들어봤다거나, 스릴러에 입문하려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할, 꼭 추천해주고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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