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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리 차일드의 <추적자>를 읽기 전까지 나에게 가장 터프한 잭(Jack)은 미드 24의 주인공 인간 백정 잭 바우어였다. 냉철한 판단력, 미군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쌓은 눈에 띄는 경력사항,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화끈한 액션의 하드보일드한 영웅 잭 바우어.
이처럼 드라마 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설 속에서 구현해놓은 작품이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다. ‘잭 리처’도 ‘잭 바우어’와 같이 공교롭게도 이름이 잭이다. 또 군부대 출신의 뛰어난 실력을 지닌 초인과도 같은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한명은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며 조국을 위해 자신을 버린 남자라는 점과 다른 한명은 이제는 자신의 시간과 자아를 찾고자 정부기관을 등지고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는 점쯤.
어쨌든 작년에 브루스 음악을 즐기는 고독한 떠돌이 탐정(?) 잭 리처를 <추적자>에서 만나본 후 그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이번에 <탈주자>라는 두 번째 작품으로 잭 리처를 다시 만나게 됐다.
전편에서 형의 죽음과 연관된 위조지폐 조직을 혼자 힘으로 일망타진한 잭은 이번에는 미 연방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민병대에 맞서게 된다.
소설은 시카고의 한 세탁소 앞에서 목발을 짚고 있는 미모의 여인 홀리와 함께 잭이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FBI의 유능한 요원이면서 미 합참의장 존슨 장군의 딸인 그녀의 납치에 범인들의 계획에 없던 잭이 끼어들면서 사건은 그들과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잭이 지배하는 세계로 빠져든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사실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잭 바우어의 드라마가 테러범에 맞서 미국을 구한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반전과 액션으로 40분 드라마 24부작으로 만들었듯이 소설 <탈주자>도 납치된 범죄소굴에서 잭 리처가 홀리를 구해내고 미 정부를 향한 분리주의자들의 테러를 막아낸다는 이야기다. 이 단순한 이야기에 과거를 숨겨두었던 잭 리처의 뛰어난 능력이 드러나고, 홀리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도 곁들어 지며, FBI 조직 내의 배신자를 찾아내는 과정과 반전이 이야기의 주된 축이다.
이런 이야기의 빈약함을 상쇄해 주는 것이 잭 리처의 액션이다. 육군 출신으로는 유일한 해병대 사격대회인 윔블던 수상자로서 사격의 달인인 잭 리처는 그 화끈한 총질 솜씨와 196cm의 근육질 거구가 뿜어내는 강력한 물리력으로 납치범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다. 또한 마치 오우삼의 영화에서 특별한 액션신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에 특유의 액션 미학을 만들어 내듯 소설에서도 마치 액션을 슬로우 모션으로 묘사한듯한 부분까지 엿보이며 영화의 액션신을 보듯 실감난다.
그렇기에 홀 리가 강간당할 위험에 처해도, 잭이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힐 위기상황에 놓여도 FBI지부장인 맥그래스가 적에게 잡혀도, 연방준비은행이 폭파당할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히어로 잭 리처가 깔끔하게 해결할 테니까.
그 해결과정에서 펼쳐지는 가슴 후련한 액션을 눈으로 읽어가며 머리로 상상해 가는 즐거움을 만끽하면 된다.
비록 오락 소설이지만 보수 우경화 되어가고 있는 미국의 지방 소도시민들과, 여전히 지역 민병대 활동에 호의적인 인종차별 주의자들, 또 음모론자들의 웃어넘기기엔 그럴듯한 논리에 대한 언급은 거대제국 미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조금은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도 소설은 오락소설이다. 철저히 즐기면 된다. 잭 리처의 활약상에 넋을 읽고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다.
미국에서 12권까지 나온 인기 시리즈물인 이 소설은 곧 영화로도 제작되 나온다고 한다.
제작자인 톰 크루즈가 모두의 기대를 깨고 주인공이 되든 모두의 예상대로 무난한 휴 잭맨이 주인공이 되든 잭 리처를 스크린에서 만나보는 즐거움은 분명 특별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기 조금은 이른 시기에 만나본 화끈한 블록버스터급 액션 소설이었다. 내년의 더위는 ‘잭 리처’ 다음 시리즈로 식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