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중동의 역사
무타구치 요시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끝없이 펼쳐진 사막, 민간인 테러도 망설이지 않는 회교 원리주의자들, 석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호위 호식하는 졸부들, 일부다처제등 중동에 관해 알고 있는 나의 지식이란 상당히 부정적이고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선입관이 자리 잡은 데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그간의 행태에도 책임이 분명 있겠지만 서구의 편견으로 바라본 중동을 나 역시도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탓도 있을 것이다. 근래에 터키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소설 몇 편을 읽으면서 아랍의 문화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고, 그들의 종교와 삶도 광기와 맹신이 깃들기 전에는 보편성을 띄고 있음에 새로움을 느꼈다.
석유와 이슬람을 중동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었던 내게 그의 소설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했는데 이번에 읽은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중동의 역사> 역시 그와 같은 역할을 했다.

저자 무타구치 요시로는 기자 출신의 중동 전문가로서 기원전 15세기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여왕부터 시작해서 근대 이집트 건국의 아버지 나세르에 이르기 까지 방대한 중동의 역사를 중요한 부분만을 선별해서 간결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매 페이지마다 컬러사진을 첨부해 이해를 돕고 있어 현장감 있는 중동으로의 여행을 돕는다. 미개하고 문명은 없을 것 같던 그곳, 사막에 수학과 기하학, 천문학과 의학, 고대 그리스 철학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고, 절대성과 배타성의 종교인 기독교나 유대교에 비해 실리를 추구하는 이슬람이란 종교를 받아들인 그들의 합리성이 놀라웠다.
더욱이 아직 유럽이 기독교로 인한 암흑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시대에 종교를 뛰어넘는 인본주의의 초기적 모습을 그들이 보여줬다는 점은 놀라웠다.
로마와 페르시아라는 양대 문명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독자성이 결국에는 아랍문화를 창조해냈고, 어쩌면 정체될 수도 있는 문화를 상인 특유의 개방성으로 타문화 흡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계속 발전시켜 나간 아랍문화.
그 개방성은 몽골군의 침략 때 투르크 계 노예 바이바르스를 사령관으로 임명하여 그들 아랍문명을 지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이라는 무력과 절대적 종교의 선택만을 강요한 듯 인식되는 그들이 실제로는 세금을 위해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현재의 중동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경직된 사상과 종교가 초래하는 비극의 단적인 모습을 현재의 중동에서 보는 것 같아서였다.
인간의 생활위에 군림하는 종교와 사상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 종교를 받아들이고 만들었던 아랍의 상인문화가 지금 절실히 필요하지 않나 생각됐다.
한때는 지금의 스페인 지방까지도 세력권에 두고 서구에 대항하고 동양의 문화를 수용했던 중동. 또한 그렇게 받아들인 동양의 문물을 서구에 전파하고 서구와 동양의 중계무역지로서, 번영을 누렸던 아랍의 문명이 근대로 접어들면서 변화에 실패하고, 배타적 종교문화가 팽배해지면서 점차 전락하는 모습은 많은 교훈을 남겨줬다.
어쩌면 중동의 참모습은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맹목적이고, 호전적인 모습이 아니라 종교적 믿음위에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로 세계의 금융, 쇼핑, 관광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두바이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편견을 벗어난 열린 시각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중동의 역사>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