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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읽는 여자다.그것도 너무 많이 읽는 여자다.그런데 책을 읽는 여자가 위험하다고? 그럼,책을 읽는 남자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책을 읽는 여자는 왜 위험할까? 아마도 그것은 책을 읽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것이다.누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여자가 위험한 대상이 되었을까? 이 책은 제목부터 숱한 의문이 들게 만든다.그래서 확 끌리는 책이 된다.표지의 그림 속 여자는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제목만큼 책의 구성 또한 도발적이다.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책에 심취한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저자는 책을 읽고 있는 여자들의 그림과 사진을 따라가면 이야기를 한다.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어준다.그림 속의 여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그녀의 내면을 읽어낼 수 있다.책은 잠자고 있던 여성들의 내면을 깨우는 매개체였다.그림은 그녀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이다.하지만 책 속에 몰입한 그녀들은 시선에 게으치 않는다.
책은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으로 보는 독서의 역사다.책 속에는 남자들이 빠진 여자들이 만들어온 독서의 역사다.그림은 어떤 식으로든 그 시대를 말해준다.그림으로 드러나는 그녀들이 입고 있는 의상,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의 종류.어떤 때는 편지가,어떤 그림에서는 신문이 들려 있다.그녀들의 손에 든 것이 꼭 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어떤 식으로든 그녀들의 손에는 의식을 깨우는 활자가 쥐어져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읽는 다는 것,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여성의 지위를 만들어 냈음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실에 완전히 만족한 사람,자기 삶을 남이 보기에 괜찮은 것으로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자기 사회의 틀에 완전히 매여 있는 사람은 위험한 책 읽기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전복의 가능성은 틈새,균열,불만족에서 오기 때문이다-p10
책 읽는 여자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녀들은 좀더 영리해지는 것만이 아니다.또 단지 이기적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그녀들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p251
책을 읽고 있는 여자가 위험하다면,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책도 위험하다.왜 그럴까? 책은 천재들이 남기고 간 세계다.우리는 책 속에서 지나온 세계를 만난다.책 속에서 우리는 나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난다.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그것은 의식의 재탄생이다."여자가 읽는 것을 배웠을 때 그들의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책은 상상력과,창의력,관찰력,사고력,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그렇다,여자가 순한 양처럼 복종하길 바랬던 남자들에게 잠들어 있던 여성을 깨우는 책은 분명 위험한 것이었다.
중세에 똑똑한 여자들이 마녀사냥이란 이름으로 화형대에 올랐던 것처럼,현대에도 남자들은 여전히 똑똑한 여자들을 두려워한다.그녀들은 남자들이 쥐고 있는 권력과 권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그럼 현대에도 책을 읽는 여자는 분명 위험한 여자가 된다.그럼,나는 책을 읽기 전과 책을 많이 읽는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답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말해준다.-<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참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세상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에 가장 좋은 피난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