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 그리고 인생은 다시 지나간다 -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 2009 오디세이
고명근 외 지음, 김민성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의 작가세계는 참 험난하다.

작가 그 자체의 감성과 창의성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작품을 평가하기보다는 유명한 어느 누군가의 평가로, 어느 부호의 주목을 받는 작품이라든지 외국에서의 인정을 받았던 프로필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순수창작도 그랬지만 사진작품은 더 했다.

그냥 카메라만 들이대면 찍히는 거 아니야? 라며 사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가 그들만의 독특한 감성은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 뷰파인더로 들여다 본 세상과 막상 찍어서 인화지로 나온 사진은 어떤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건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고 노력이라도 했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이어서 현상비, 인화비의 비용은 덜 들어가지만... 예전엔 어땠나..

막연히 감상에만 젖어서 마구 찍다가 현상비와 인화비만 엄청 날린 나름 쓰라렸던 기억은... 비난 나 뿐만은 아니리라.

굳이 비유하자면...

 

정지 그리고 인생은 다시 지나간다

이 책은 현존하는 한국사진가 중 현대사진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작가 10인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이갑철, 민병헌, 이정진, 오형근, 고명근, 김아타, 강운구의 작품 120여점의 사진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진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는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한국 현대사진 대표작가전 : 2009 오디세이」(2009년 7월14일~8월18일)에 맞춰 전시에 참가하는 현존작가중 9인(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이갑철, 민병헌, 최광호, 이정진, 오형근, 고명근)의 작품들을 담았다.

 

 




 


http://www.gallerywa.co.kr

 



1.신문로, 2008. 100.5 x 72.5cm, 콜로타이프. 주명덕 2Thing 03-04, 2004, 195 x 140cm, 한지에 사진 유제 인화. 이정진 3.스노우랜드 시리즈, SL049 BHM 2006, 2006, 105 x 125cm, 젤라틴 실버 프린트 © 민병헌 민병헌

 



 In the Beginning 13, 1998, 95 x 135cm, 젤라틴 실버 프린트, 실, 구본창

 

http://www.2009odyssey.co.kr/asp/bbs/press_view.asp?idx=36&board_idx=3&gotopage=1

 

 

정지 그리고 인생은 다시 지나간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작가별 작품들을 작가 각자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도톰하고 따뜻한 색감의 수입지에 인쇄된 엽서 형식의 디자인으로 한 장씩 느껴볼 수 있다는 것과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김용택, 이문재, 윤제림, 미술평론가 이주헌 등의 다양한 글들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감성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시각적인 감동과 더불어 텍스트의 감성까지 같이 덤으로 얻어가는 큰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들이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와 개개인의 약력을 통해 그들의 사진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보다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

사진이 주는 감성을 굳이 텍스트로 느끼는 것이 꼭 더 큰 감동을 받는 건 아니지만 작가들이어서 그런지 글 또한 톡톡한 감성을 자아낸다.

 

사진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특히 개인적으론 최광호씨의 작품세계에 깊이 매료되어 있는데 그 분의 작품은 예전에도 느꼈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그 분만의 독특한 쿵쿵 가슴을 울리는 아픔과 아련한 슬픔이 깃들여져 있다.

오래 전 작품 집을 통해 최광호작가의 가족들을 들여다 본 기회가 있었는데 흑백으로 만난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나신과 요강 등 인간의 삶과 시간들, 죽음을 표현한 사진들로 삶에 대해 쿵 가슴을 치는 아픔과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눈가에 핑 눈물이 맺히고 목이 따끔거려 목이 메였던 목구멍에 턱걸린 아련한 슬픔이 작가의 작품엔 베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장인장모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은 그때의 기억과 더불어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작품의 테크닉 또한 독특해서 한 평생의 희노애락이 얼룩진 삶이 그대로 녹아났다고 할까.

그는 정말 그야말로 '태어나고 밥먹고 공부하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애낳고 일하고 죽어가는 삶의 신산한 모습들'을 30년 동안 찍고 표현했다. 정말 못말릴정도의 고집스런 통제불능 작가이기에 그 또한 멋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늙고, 죽어가면서 스스로 존재 증명을 한다.

시들지 않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은 생명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쯤이면 난 이렇게 삶을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시리즈는 언제나 그렇듯 신비로움과 더불어 꼭 그리스 작곡가 Vangelis(본명 Evangelos Odyssey Papathanassiou)의 음악과 같이 매치된다. 늘 언제봐도 싫증나지 않는 소나무 시리즈.

꿈 속에서까지 나타났을 정도의 배병우 작가의 사진은 언제봐도 신선하고 베일에 싸여있다.

 

정지 그리고 인생은 다시 지나간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들은 어디선가,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훨씬 오래 전부터 그들은 이미 작가로서의 왕성한 활동과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작가들이었다. 나이와 세월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늘 작업에 몰입했고 그들만의 독특한 예술세계와 철학을 사진에 담고 개척해 나갔던 9인의 작가들.

정지 그리고 인생은 다시 지나간다」는 그들의 사진철학을 그들의 솔직 담백한 고백이 담긴 작가노트를 통해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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