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인도에서도 외진 곳, 인도의 육중한 데칸고원이 남동쪽으로 뻗어가다 벵골만에 잠기기 직전의 끝자락 오로빌(Auroville)이란 마을에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온 세계인 2000여명이 모여 살고 있다. 지금부터 40여년 전인 1968년 2월 28일 이 마을의 착공식이 열렸을 때 124개국에서 2명씩의 대표들이 참석했고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가져 온 흙을 이 곳에 묻었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1966년 오로빌의 탄생을 지지하는 총회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그것은 오로빌이 문화 종교 인종의 차이를 극복하고 인류의 단합을 추구하는 유엔의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로빌의 정신적 뿌리는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1872∼1950)와 ‘마더(Mother)’라 불리는 그의 정신적 동반자 미라 알파사(1878∼1973)에 있다. 스리 오로빈도는 인류 최대의 적은 인간의 내부에 있으며, 자기성찰에 정진하면 인간의 의식도 신성을 향해 진화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오로빌은 마티르만디르라는 명상의 성소를 중심으로 한 직경 5㎞의 원형도시로 밀림의 그린벨트가 외곽의 원주를 이루고 그 안에 주거지대 문화지대 산업지대 국제지대가 마티르만디르를 향해 있어 전체적인 도시가 은하수를 닮았다고 한다.

이 원형의 도시에는 유기농법과 환경친화적 적정기술 연구, 대체의학, 에너지 재활용, 토양과 수자원 보존, 내면교육 등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은 인간과 인간의 실험이다.

이곳은 모두가 참석해야 하는 공동체 의식도 없고 누구에게도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명상마저 강요하지 않는다. 가끔 전체가 모여 함께 명상할 기회가 있지만 참석 여부는 개인에 달려 있다. 오로빌은 모든 신념과 종교 그리고 국적을 초월, 진보하는 조화와 평화 속에서 세계인이 살아가는 새로운 공동체인 것이다.

오로빌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만약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하면 일을 가르쳐주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농사일 취사 전기 공급 전화 도로보수 의료 의복 미용 등 공동체의 필수기능이 마비되지 않는다. 또한 “투표는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며 학교, 공장, 농장 어디에도 대표도, 장도 없이 모두 동등한 자격에서 문제를 풀어나간다. 성(姓)도 모른다. 여기서는 이름만 쓴다.

오로빌은 자급자족의 도시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오로빌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면서 유엔과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독일 미국 등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기금을 지원받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직업선택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반면 월급은 생활이 안될 만큼 적어 많은 사람들이 외지에 가서 돈을 벌어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로빌은 물질적 세계화를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사적 이기심의 추구를 무조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조화로 이어진다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서는 정신적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빌은 말 그대로 정신적,물질적 진보를 위한 실험공동체이다. 오로빌과 다른 영성공동체와 다른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상과 실험을 존중하는것이다. 고정된게 없으며 모든게 과정이다.

오로빌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변혁의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웰컴 투 오로빌]을 읽으며 내가 만약 그곳에 가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진정한 오로빌리언이 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빌리언은 사회적 도덕적 문화적 인종적 유전적 차이라는 외견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도덕적 사회적 인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에고(자기)와 욕망 그리고 야심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되고 소유의 물질적 개념에 사로잡혀선 더더욱 안되며 또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일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식을 물질세계에 투사하지 못하게 되고 의식은 진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스스로 신성에 가까워짐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무언가 고행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아마도 이 생각을 하는건 내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자발적으로 끊임없는 교육과 지속적인 진보로 늙지 않는 진보의 오로빌,.

지구의 큰 그릇 같은 오로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이 곳에 다 녹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계속 생각을 거듭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커다란 이상은 나를 더 이상 이 곳에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게 하지는 않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