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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
데이비드 앨런 브라운.제인 반 님멘 지음, 김현경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 Raphael and the beautiful banker
본명 Sanzio Raffaello 산치오 라파엘로!
네이버 검색 자료엔 출생일과 사망일이 동일하다. 1483년 4월 6일 생, 1520년 4월 6일 사망. 이 특이한 이탈리아 화가이자 건축가인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3대 천재 예술가 중 한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의 경력은 고대유적 발굴 감독관으로부터 시작하여 바티칸 궁전 스탄차델 인첸디오 벽화장식, 바티칸 천장화 그림, 로마의 고대유적과 고전 연구, 페루지아 어음교환소의 벽화 중 우의상 그림 등 그의 경력은 순수화가 뿐만 아니라 고대유적발굴부터 벽화 화가까지 다양하다.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의 일대기!
신비스러운 표정과 곱고 아름다운 채색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는 그림의 명성값을 톡톡히 치른(?) 파란만장한 작품이다.
1512년경 라페엘로가 피렌체의 젊은 은행가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를 피렌체에서 그림을 그렸고 알토비티 가문에 잘 전시되어 있다가 19세기에 이탈리아 예술사가이자 감식가인 바사리의 “그가 젊었을 때 ‘빈도 알토비티’를 위해 그의 초상화로 그렸으며, 그 그림이 가장 대단하게 여겨진다.” 이 말 한마디로 라파엘로의 자화상으로 오인되어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신흥 프로이센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군주는 대가들의 자화상을 탐내게 되어 독일인의 수집대상이 되어 전격적인 비밀작전으로 1809년 바이에른의 왕자 루트비히에게 라파엘로의 자화상으로 헐값에 팔려 독일의 황태자가 소유하다가 뮌헨 미술관에도 갔다가 19세기 말, 라파엘로 무덤까지 파헤쳐 두개골까지 측정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일으킨 후 라파엘로의 작품이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으며 히틀러 정권 아래에선 외면당하다가 눈 밝은 감식가가 또 한 번의 비밀작전으로 다른 작품과의 교환을 조건으로 영국으로 빼돌려진다. 그 후 미국인 사업가의 소유로 미국에 오게 되었고 현재는 워싱턴의 미국국립미술관에 있다.
작품의 소유주는 4명이었다고 하지만 작품이 돌아다닌 경로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다. 500년간의 웃지못할 사건들과 그야말로 '세월이 흐르며 그림의 궤적이 바뀐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림에 매혹된 관람자들이 그 흐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그림은 피렌체나 뮌헨이 아닌 워싱턴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제시한 특정한 역사적 환경들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 작품은 분명 매력이 있다. 비록 모나리자처럼 전설적인 모호한 비밀을 감춘듯한 미소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저자의 해설처럼 직접 다가서는 듯한 모습과 젊음으로 호소력을 가지며 자석같은 끌림의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 탐스러운 흐르는 듯한 긴 금발머리와 구레나루, 수염이 자라지 않은 젊은 날의 빈도는 장미빛 입술과 뺨 또한 너무 매력적이라 인쇄된 그림을 봐도 눈길을 떼지 못하는데 직접 그림을 본 사람들은 오죽했겠는가!
더군다나 사람이 예뻐보이는 조명의 위치가 왼쪽이라는데 왼쪽 위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살짝 휜 매부리코와 청회색 눈,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또렷한 목덜미, 신비감을 자아내는 초록빛 배경과 청색과 흑색옷이 조화를 이루는 색체대비는 관람객의 시선을 머리에 두고 포즈 또한 독특함에 몸은 오른 쪽을 향하나 시선은 관람자에게 방해라도 받은 양 어깨 너머를 향하고 있으니 그 도도한 포즈 또한 범하지 못할 매력을 발산하니 마치 로맨스 소설 속의 왕자처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으리라.
그래서 복제품도 홍수처럼 쏟아지고 지금도 남아있는 무수한 판화들.... 가히 놀라울 정도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아는 만큼 알고 싶은 만큼만 받아들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 그림의 매력은 화가도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이상한 논리의 흐름으로(물론 이 책의 자세한 설명으로 라파엘로와 빈도 알토비티의 친분은 특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를 라파엘로의 자화상이라고 맘대로 규정짓고 믿어버리고 바사리의 모호한 구절을 때만난듯이 대중심리를 그쪽으로 몰아가지 않았을까? 라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이 책은 라파엘로의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에 대한 다양한 그림들과 초상화의 뒷 이야기로 라파엘로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았던 아니 거의 지식이 없었던 나에게 새로운 것을 전달해 주었으니 그 점에 대해선 성공한 책이다.
이 책은 섬세한 그림 질감을 잘 표현하기 위해 결 고운 질감의 종이와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와 흑백그림의 표현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게끔 화이트 지질이 아닌 연미색 컬러 종이를 사용하여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기에도 눈이 편안했고 책장 넘기기에도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 스케치된 흑백그림의 질감이 잘 살아나 라파엘로의 그림에 더 흠씬 빠져들 수 있었다. 판형도 도록크기의 양장본으로 라파엘로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백과사전(?)을 한 권 탐독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작품 하나하나의 친절한 설명, 초상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의 추적과 분석 등으로 깊게 파고들어가 읽게 되니 만약 라파엘로의 전시를 보게 된다면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는 꼭 보고 말리라.. 그래서 그 매력에 한껏 빠져들 행운이 내게도 올 기대도 해 보기도 했던 [ 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하지만 부록에 실린 빈도 알토비티 판화의 글과 그림, 명작을 판화로 모사하여 수집하고 공을 들인 모습들과 이 책을 서술하기까지의 몇 십 페이지에 걸친 참고 자료들과 부연 설명들, 알토비티 초상화의 주인 연대기(?) 등도 읽으면서 옮긴이의 후기 글처럼 “왜 이런 것까지 굳이 알아야 할까?” 에 절대 공감하며 지루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든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도록형식으로 만들어 그 사실을 구구절절이 설명을 늘어놓았어야 했을까? 아무리 역사적인 것들과 깊은 연관이 있더라도 왜 양장본의 도록으로 책제작을 하여 비싼 값에 판매하며 그 주제에 그토록 매달려야 했을까?라는 반감도 수시로 들기도 했던 [ 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왜 순수예술이 왜곡되고 수많은 문제 거리를 왜 만드는 걸까?” “왜 순수미술을 순수하게 그 자체로 놔두지 못하는 걸까?” “그림의 가치는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 걸까?”라는 숱하게 빠져드는 의문을 가졌던 나는 21세기는 문화정보의 시대라는데 미술품을 둘러싼 많은 잡음들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문제가 심각해져 가는 요즘 미술관의 뒷모습을 잠시 들여다 본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면서도 또 보고싶지 않은, 작품으로 장난치는(?) 돈 많은 사람들의 행태와 예술이 인간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와 집착 등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는 옮긴이의 말에 깊게 공감하기도 했던 어렵고 좀 짜증스럽긴 했던 책이지만 이 시대에 생각해 볼 화두를 나름대로 고민하게도 했던 책이었다.
그림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그 씁쓸한 주제를 이 책으로 그 점에 관해 한번 쯤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