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은 다 같이 숨을 죽이고 바람 소리, 연필이 긁히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눈 앞의 별안개가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빛과 그림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람조차 완전히 멈추었고, 정적 사이에 사각사각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는 소리만이 끼어들었다. 리키는 가만히 그 소리를 들으며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을, 언젠가는 결국 사라지고 말 순간을 지켜보았다. -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