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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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AX)는 도끼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 풍뎅이라 불리는 주인공 미야케의 숨겨진 본업, 킬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유능한 킬러 집에서는 여느 가장과 같은 모습이다. 

이 책에는
킬러로서의 생활, 
남편으로서의 생활, 
아버지로서의 생활, 
이중생활 청산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1) 킬러, 풍뎅이
어렸을 적부터 "의사"의 소개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해오고 있다. 쉽지 않은 상대를 뜻하는 "악성", 사람을 처리한다는 의미의 "수술"이라는 특수 용어를 사용하며 의사에게 일을 받는 그는 업계 최고이다. 낮에는 문방구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의사에게 의뢰받은 일을 처리한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고 여기고 있지만 어느 순간 가족을 위해 어둠의 일은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남편, 아내에게 늘 맞추는 남자
칼을 들고 싸울 때보다 아내 앞에서 더 맥을 못 추는 남편. 자기 생각이 있지만, 아내가 화를 내는 것이 무섭고 잔소리 듣는 게 싫어서 늘 아내에게 져준다. 밤새 킬러 일을 하고 들어와서도 아내가 깰까 봐 살금살금 다니고, 돈가스가 먹고 싶어도 간단하게 국수 먹자는 아내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저렇게 무서운 아내와 같이 살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아내에게 쩔쩔매는 모습이 독특하고 기발하기에 나와 다르게 여겨졌지만 다른 보통의 남편처럼 사랑하기에 애쓰고 노력하고 함께 해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특별하지만,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신랑도 그처럼 나에게 맞춰주는 부분이 많겠지라는 생각에 새삼 고마워졌다.

3) 친구 같은 아버지
아들과 나누는 대화가 많이 나온다. 스스럼없이 대하고 때론 아빠 편을 들어주는 아들. 일(킬러로서의) 때문에 아버지의 역할을 잘하지 못했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진심은 잘 전달되었나 보다. 엄마한테 늘 당해도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를 아들은 신뢰한다. 서로 직접적인 사랑 표현은 하지 않지만, 대화 속에 신뢰가 묻어있었다. 내가 원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이런 것인데, 킬러 아저씨가 아들은 잘 키우셨네요~!

가족을 사랑하기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킬러라는 이중생활을 정리하려는 풍뎅이 미야케 씨는 살인청부업을 그만둘 수 있을까? 이 가족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고 결론이 날까? 그 궁금증은 읽는 재미를 위해 남겨 놓겠다. 

<화이트래빗> 보다는 묵직하고 <모던타임즈> 보다는 산뜻하지만 이카사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사카 고타로 작가와의 만남 후에 읽은 책이라 풍뎅이에서 작가가 자꾸 겹쳐져 혼자 웃기도 했다. (뭐랄까, 겸손하면서도 유쾌하시고 소신 있으시며 진중하게 대답하시는 모습이 풍뎅이랑 닮은 것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

킬러 단어로 시작해서 아버지라는 단어로 끝나는 소설,
아버지가 가진 짐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한가득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진 소설,
역시, 이사카 코타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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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로 떠나는 겨울 아이슬란드 - 기린 남편과 산다람쥐 아내의 부부캠핑
임찬호, 김효송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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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전에 두근두근 설레게 하는 책을 만났다!

<캠핑카로 떠나는 겨울 아이슬란드>라니~ 신랑과 나의 버킷리스트가 실현된 책이라서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질 못했다.

저자인 부부는 아이슬란드의 푸른 여름을 만나고 겨울을 만나서 다시 아이슬란드로 갔다. 
여름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와 반대 방향으로 돌며 아이슬란드의 겨울을 만나고 우리에게 설명한다. 
기대했던 아이슬란드의 겨울, 눈 쌓인 언덕과 호수, 하늘과 땅이 눈으로 덮여 '무'를 이룬 장관, 오로라 헌팅 실패, 겨울에 즐긴 온천의 즐거움, 푸름이 가득해 그린란드 같았던 "블루라곤" 그리고 부부가 함께한 캠핑카 여행의 실상까지 궁금했던 아이슬란드 여행 기록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하~ 나도 가고싶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던 이 책은
내게 막연하게 꿈꾸던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겨울 아이슬란드는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으며
겨울 아이슬란드는 생각보다 여행하기 어렵지 않고
캠핑카에는 생각보다 많은 필수품이 갖춰져 있어서
여행하기 좋단다.

여름 아이슬란드를 회상하고 다시 만난 아이슬란드를 반가워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겨울 아이슬란드를 더욱 좋아하게 된 부부,
아이슬란드가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느낀 매력을 솔직한 감정과 함께 눈에 보이듯 글로 풀어주셔서
나도 아이슬란드가 더욱 좋아진다.

사진작가인 남편의 사진과 아내의 맛깔스러운 글이 합쳐져 나도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책.

더운 한여름에 추운 겨울을 상상하며 에어컨 아래에서 읽으면 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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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2 - 경기도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2
신정일 지음 / 박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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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신정일은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이다. 도보답사 길을 제안하고 걷기 열풍을 가져온 선구자이시며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섬진강 따라 걷기>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60여 권의 책을 통해 다듬어진 문장이 역사서와 만나 귀가 쫑긋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1편을 통해 서울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변화됐는지 살펴보았다. 2편에서는 올해로 지명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되는 "경기도" 도보 답사기 펼쳐진다.

위치와 성격별로 나뉘어 경기 지역의 역사를 소개하고 전해져 오는 풍속을 알아본다. 

지명의 유래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데, 내가 일했던 지역이라 익숙한 지명인 "판교"의 유래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분당구 판교동이라는 지명은 근처 천이 범람하려 길이 막히자 마을 주민이 널빤지를 깔아 임시 다리로 이용했고 이를 널다리라고 불렀다. 이것이 지명으로 불렸고 한자화 되면서 판교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국의 떠오르는 IT 밸리로 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도로가 잘 닦인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지명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지, 어떤 지명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지역 풍속은 속담에 잘 담겨 있다. 강화에서는 '넉살 좋은 강화년'이라는 속담이 전해 온다. 체면이나 염치도 모르는 사람을 뜻하는 이 말은 예로부터 강화가 수난의 땅이었기에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인들이 억척스러워진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싸워 지역을 지켜낸 결과 현에서 군으로 승격된 곳도 있다. 바로 안성인데, 양주와 광주 일대의 사람들이 패한 홍건적을 막아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남한강 여주에서 시작하려 통일로 가는 길목인 파주에서 끝난다.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에 있는 도라산역의 광고판에는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라고 쓰여 있단다. 기차 타고 북으로 갈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머리카락으로 북한 땅 밟으며 숨겨진 역사이야기를 듣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경기도의 역사를 친숙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하듯 따라가며 배우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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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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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16.

그날 전에는 나도 아이를 잃는 슬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렇게 갑자기 많은 별들이 한꺼번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하고선
언젠가 낳을 나의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도 상상해보곤한다.

작가도 그날의 그 사건으로 인해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자녀를 잃은 슬픔, 가슴에 박혀버린 상처,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을 집필하던 중 피붙이 오빠의 죽음을 경험하고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아들을 먼저 보낸 엄마의 아픔을 곁에서 바라보는 고통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작가가 마음으로 쓴 글에는 가족을 잃은, 자녀를 잃은 상실감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세세한 표현, 심리 상태, 주인공의 행동. 
딸 수정을 잃은 아내 혜인의 자살, 장례식 후 상복에 들어있던 쪽지로 인해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나가는 남편.

딸과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진범을 찾는데 애쓰는 주인공이 안쓰럽다. 희망도 기쁨도 다 사라지고 목표만 남은 그의 삶이 너무 기구하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고난 보다 내 마음을 아리게 만든 것은 바로 딸 수정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부분이다. 그렇게 아빠를 따르고, 별을 사랑하고 함께 천문대를 탐방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죽자 단절하고 지내왔다. 살기 위해서 기억 저편에 파묻어 놓은 기억들이 되살아나 빈자리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바닷 속에 가라앉은 진실이 그물을 통해 건져 올라오듯 수정이의 죽음은 여러 사람에 의해 밝혀진다. 사건을 되집어 가며 진범을 찾아도 법으로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딸을 죽인 이유만이라도 알고자 하는데, 그 결과는 생각보다 답답하고 헛헛하다. 자신의 명예를 유지하고 자녀를 보호하려 했던 그는 이런 결론을 양상하게 될 줄 알았을까?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게 아닐까 싶다. 

어이 없는 진실을 파묻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여 조금이라도 그 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밌다고 추천받아서 빌려온 책.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크기의 가벼운 책.
하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은 책,

한번쯤 읽어보시길 나도 추천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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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1 - 서울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1
신정일 지음 / 박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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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가 옛날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서울을 걷고 거닐며 서울의 옛모습을 담아낸 <두발로 만나는 우리땅이야기1:서울편>과의 만남은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대해 알고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서울 시민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 되면서 서울살이가 펼쳐졌다. 그 당시 서울에 연고가 없었기에 부모님 지인분을 통해 "건대입구"쪽에 집을 구하고 역삼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였다. 복잡한 버스는 엄두도 못내고 지하철로만 다녔는데, 잘못 내릴까봐 건대입구에서 역삼까지 역을 모조리 외우곤 했다. 그러면서 "선릉"에는 무슨 릉이 있는 것일까, "잠실나루"는 옛날에 배가 지나다니던 곳인가?, "뚝섬"은 섬처럼 안 생겼는데 왜 뚝섬이라고 부르는건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한 해, 두 해 서울에서 생활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의 두발로 만난 서울 땅은 넓어지고 주위에서 들은 풍문도 많아졌지만 나의 물음에 정확한 답은 얻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다 서울을 제대로 알려준다는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은 서울을 넓고 깊게 3D영상으로 보여주듯 소개한다. 서울의 유래를 설명하고 조선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궁궐을 찾아가고,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고, 북한산에서 도봉산까지 서울을 둘러싸는 산들을 알아보며, 서울의 중심인 한강을 통해 옛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산업화가 되면서 잃어버린 한강의 옛모습을 글로 읽으며, 지금 보고 있는 한강이 100년 후엔 깜짝 놀라게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묻히고 메워지고 넓어지며 한결 같이 우리에게 유익을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근대사의 자취가 남아 있는 도심 속 근대 유적들은 일제 침략의 아픈 기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풍속과 지명의 유래에는 내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가 있었다. 

내가 늘 오가던 길, 
내가 일하는 곳,
내가 생활하는 동네에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를 알게되니

진짜 서울 시민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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