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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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으로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미스터리한 사진의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데다 감동과 유머가 적절히 섞여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만난 미미여사의 첫 소설을 신나게 읽고 나니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서 63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선뜻 책을 펼치게 되었다. 

<벚꽃, 다시 벚꽃>의 원제는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일 났다. 난리 났다'는 의미의 '사사라호사라(뒤죽박죽)'을 응용한 '사쿠라호사라'라고 한다. 한국어판 제목은 벚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가 확 흩어지는 벚꽃처럼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벚꽃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들뜨는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길래 벚꽃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듯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건지 궁금하다.

이 작품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아버지가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을 받고 할복하자 아버지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 사건 이후 어머니는 주인공 쇼노스케가 형이 가문을 재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쇼노스케를 에도로 보내고, 쇼노스케는 에도의 중직을 맡은 사카자키 시게히데의 도움으로 거처와 일거리를 얻어 에도 생활을 시작한다. 쇼노스케는 에도에서 같은 연립주택에 사는 이웃들과 친해지고, 미야노에서 암호로 적힌 나리의 서한을 가져온 무사를 돕고, 대여 회장 딸의 납치 사건을 해결하며 아버지의 오명을 씻기 위해 애쓴다. 그 사이에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벚꽃 요정 같은 아가씨도 만나 정분을 쌓는다.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야심가인 어머니를 닮은 첫째 아들과 달리 아버지를 닮아 온화하고 약삭빠르지 못하다. 자신에게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 벗고 나선다. 그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선함, 사랑, 가족 간의 갈등과 애증을 엿볼 수 있다. 

긴 호흡의 소설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책 속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여 끝날 때까지 손을 뗄 수 없었다. 과연 이래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로 뽑혔구나 싶다. 큰 사건과 작은 에피소드로 은근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람 사이의 유대를 돌아보게 한다. 그런 작가의 표현 방식이 나와 맞아 즐겁게 읽었고 다른 책도 더 읽고 싶어진다. 




p608 세상에는 설령 부모 자식 간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감정이 엇갈려 서로가 서로를 용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상대방을 생각해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입장과 신분이 마음의 진위를 뒤바꾸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가 소중히 지키는 것이 다른 이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마음을 버리는 게 불가한 이상, 사람은 감정을 품게 마련이다. 감정이 다르면 똑같은 것을 앞에 두고도 보이는 것이 전혀 다르다. 추구하는 것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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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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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책을 읽으며 작가란 말주변보다 글솜씨가 좋은 사람으로 직접 독자와 대면하기보다 책으로 마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기발한 이야기를 지었거나 감동적인 글을 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궁금해하곤 했다. 지방에 살아서 물리적인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초야에 묻혀 글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오해했기에 '작가와의 만남'은 상상도 못했다. 요즘은 책을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작가가 직접 독자와 만나고 자신이 쓴 책을 설명하거나 질문을 주고받는 자리가 많아져 나도 익숙해졌지만 1960년대에 '소설가의 문학 강의'가 열렸다는 것이 신선했다. 게다가 그 작가는 언변도 뛰어나서 어려운 문학을 쉽게 설명해 주신다.

엔도 슈사쿠(1923~1996)는 기독교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집필한 일본 작가이다. 이 책은 엔도 슈사쿠가 그리스도교인 소설가로서 집필한 세 편의 소설에 대한 소개와 문학과 종교에 대한 강의로 엮어져 있다. 엔도 슈사쿠는 소설가의 자세, 인간의 악하고 연약한 내면을 통해 다가오는 신의 모습, 문학 작품 속의 숨겨진 의미, 신과 예수의 모습을 설명한다. 한마디로 좀 더 문학에 가깝고 그리스도교 작가가 쓴 문학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사무라이≫, ≪스캔들≫과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스케루≫, 쥘리앵 그린의 ≪모이라≫,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강의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한 권도 읽지 못했지만 엔도 슈사쿠가 친절하게 줄거리를 요약해 주시기에 내용을 파악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보통의 소설가와 다른 것은 그 작품 안에서 악이나 죄에 빠진 인간을 고독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돌파하고 지양해서 더욱 절대자로 향하는 지향을, 얽히고설킨 인간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그리스도교 작가의 한 가지 일입니다."


엔도 슈사쿠는 그리스도교 소설은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증명하는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어가다가 만나는 신과 구원이 글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문학 작품에서는 때로는 자연 묘사로, 때로는 복잡한 심리 표현으로 추악한 인간의 구원 가능성을 언급한다. 잘 짜인 하나의 작품 속에는 작가의 가치관이 세세하게  담겨있다고 한다.  

소설가이기에 작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는 엔도 슈사쿠는 그 작은 이야기에 인간의 좋고 나쁜 모든 면을 담고 더 나아가 구원을 이야기한다. 순교하지 못하고, 죄를 짓고, 나약하기에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해설을 들으니 그가 언급한 소설과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어려워 보이는 소설을 읽을 때 엔도 슈사쿠의 문학 해설이 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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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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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거실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여유로운 일상이 담긴 표지의 이 책은 남편인 박조건형 님이 일상을 그리고 아내 김비 님이 그림에 대한 글을 쓰신 부부 합동 작품이다.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 많다. 퇴근해서 밥 먹고 치우고 잠깐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금방 잘 시간이 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약간 특별한 주말을 보내고 한 달을 보내면 어느덧 결혼기념일이 코앞에 다가온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사라져버리는 시간이 아쉬워 사소한 에피소드라도 글로 남기고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지만 놓치는 순간도 많다. 별것 아니더라도 기록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지나고 후회할 때도 종종 있다. 그래서일까, 일상을 드로잉으로 남긴다는 것이 특별해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4파트로 나뉘어 부부의 특별한 만남과 사랑 / 부부가 살고 있는 집과 생활 방식 / 남편이 일한 노동의 현장 / 남편의 우울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도 사랑스러워 보이나 보다. 신랑도 내가 자는 모습, 퉁퉁한 모습 찍어놓고 좋아하는데(물론 나름 예쁘게 찍고 개인 소장하지만) 잘 차려입은 멋진 모습만 담아도 좋을 텐데 하고 혼자 불평하곤 했었다. 박조건형 님이 그린 '아내의 일상'을 보니 좀 달라 보인다. 튀어나온 배 위에 키보드를 올려놓고 pc를 하는 모습이나 폰을 하다 잠든 모습이 사진으로 찍어 그대로 그려서 현실적이지만 사랑스럽다. 작가님의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투영된 드로잉인 거다. 나도 날 사랑스럽게 여기는 남편의 폰에 어떤 모습이라도 담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의 공간에는 유머가 깃들어 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사실적 스케치인데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 들어있다. 애증의 분리수거를 하는 남편의 오묘한 얼굴표정과 어정쩡한 자세,  수채구멍에 모인 아내의 머리카락 등 너무 디테일해서 재미있다. 별 것 없는 현실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작가의 눈이 부럽다.



"남편의 노동에, 아내의 노동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을까?

혹시 통장에 찍히는 숫자 몇 개로만 그 의미를 파악하며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음번에 그가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되면 그가 하는 일을 꼭 세세히 알아보고 이해하고 싶다. 그래야 우리의 노동에 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의 노동이 아닌, 우리의 노동."

박조건형 님은 현장 노동자로 오랫동안 일을 했었다. 일을 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현장을 손으로 담았는데 내가 보지 못한 강도 높은 노동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본인이 겪었기에 더 사실적이고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드로잉 주제로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없는 현장을 그려냄으로 노동자의 애환을 담았다. 최근에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의 현실'이 tv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면서 다시 한번 현장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언급되었다. 그때 tv에 나온 분들이 생각나는 드로잉이다. 직접 일해보지 않으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다 알 수 없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땀을 보며 내가 이렇게 불편함 없이 살고 있는 것도 저분들의 노력 덕분이구나 싶어 고맙고 감사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너무도 많은 일을 꿋꿋하게 해내고 있다. 
거기에 온 힘을 다한, 가장 고통스러운 혼자만의 싸움까지 더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하는 한 사람이다."

남편 박조건형 님은 우울증이 심하다. 25년간 우울증을 앓아왔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운동도 하고 일을 하고 집을 나섰지만 어느 순간 심해져서 일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다. 그래도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드로잉에 담겼다. 이 책도 처음엔 박조건형 님의 단독 책으로 기획되었다가 무기력으로 포기하려던 차에 글 쓰는 아내가 힘을 더해 함께 만든 것이다. 박조건형 님의 솔직한 그림과 담백한 글에 김비 님의 감성과 생각이 더해져 풍성하고 여운이 남는 드로잉 에세이가 되었다. 이렇게 멋진 책을 함께 만들고 언제나 내조하는 아내가 있기에 박조건형 님의 우울은 곧 힘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평범함 우리네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일상 드로잉, 너무 흔해서 재미없고 지루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상에서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들을 쏙쏙 뽑아 특별한 그림으로 만드는 박조건형 님의 드로잉 솜씨와 그림을 더 매력적으로 보게 하는 김비 님의 글솜씨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시트콤 같은 드라마가 되었다. 무거운 현실을 무겁지 않게, 사소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에 남게 만든 두 분의 능력 덕분이다. 

부부의 행복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나니 나의 일상도 예쁘게 보였다. 버스를 기다릴 때의 하늘이, 다 되었다고 증기를 내뿜는 전기밥솥이, 피곤이 눈에 보이지만 웃으며 들어오는 신랑이. 

그리고 다짐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말자, 나의 편의를 위해 수고하는 모든 분들의 노력에 감사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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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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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찍으면 과거가 된다. 모든 사진은 과거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진은 피사체가 웃고 있는 모습이기에 그 당시 사진을 찍는 사람 혹은 피사체의 마음이 어떤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 당시의 상황은 남길 수 없어도 SNS에 올려진 예쁜 사진이나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곤 한다. 여러분은 화가 났는데 안 난 것처럼 웃으며 사진을 찍거나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보이게 찍은 적은 없는가? 사진만으로 그 시간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을 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사진을 보면 그 당시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웃는 사진을 처음 보고 그늘진 사연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다.


고구레 사진관에 날아든 사진에는 처음 본 사람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사연이 담겨있다. 이미 폐점한 사진관으로 이사 온 16살 소년 에이이치는 사진관 이름이 찍힌 사진과 상관이 없었지만 쉽게 넘기지 못한다.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 홀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의 사진. 에이이치는 이 이상한 사진에 대해 조사하게 되고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고구레 사진관(상)>에는 두 가지 사연이 나온다. 사연을 조사하는 동안 에이이치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마냥 무서운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해결되지 못한 미련을 해소하고 궁금증을 해결한다. 어린 남자애가 남의 일인데 참 열심히도 돕는 모습에 자꾸만 눈이 간다. 사진 속 사연들이 궁금해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 담긴 드라마 같기도 하다. 판타지 같은 면도 보이고 웃음 코드도 구석구석 들어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소설의 반만 읽고도 그동안 무심히 본 사진들이 다르게 보였다. 나의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 다른 사람의 멋들어진 사진 속에 담겨 있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고구레 사진관> 속의 사진들처럼 남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은 아닐지라도 표면적인 사진 너머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사진 속 사연들을 들어보고 싶다.

당신의 사진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나요?


"마치 사진에 의지가 있어서
p124"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한다. 
비밀을. 무거운 짐을.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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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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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하원의원과 바람난 20살 철부지 여자, 

그녀는 바로 '아비바 그로스먼'이자 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건은 하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영향받은 다섯 여자가 나온다. 한때의 불같은 사랑을 진짜라고 믿고 멈추지 못한 그녀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그녀를 둘러싼 다섯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본다. 1인칭, 2인칭, 3인칭, 편지 형식, 선택지 등 다양한 글의 형태와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그녀를 이야기한다. 


"아비바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요?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나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이첼은 아비바의 엄마이다. 하나뿐인 딸 아비바를 사랑했고, 딸을 지키고 싶었지만 세상은 딸의 바람 사건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하원의원과 바람난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신은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나는 당신에 대해 뭔가를 분명하게 알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인은 어린 딸 루비를 홀로 키우는 행사 기획자이다. 스페인어와 정치학을 배웠던 것을 토대로 고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녀의 꿈에는 어린 아비바 그로스먼이 나온다. 그녀의 전공과 그녀의 꿈에 나온 아비바, 제인은 아비바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어쨌거나 그녀는 어린 딸 루비를 훌륭히 양육한다.


"우리 엄마는 훌륭한 역할 모델이 못 돼. 
엄마는 엄청난 거짓말쟁이이고 망신거리야."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루비는 제인의 딸이다. 중학생 2학년인 그녀는 세계 문화 선생님의 과제로 인도네시아 소녀 파티마와 펜팔을 한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루비는 파티마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루비가 펜팔을 하는 도중 그녀의 엄마는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고 그녀는 인터넷 검색으로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인터넷에 남겨진 엄마의 주홍 글씨는 엄마에 대한 신뢰감을 철저히 무너지게 만든다. 당당하고 정의롭게 키워진 루비,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하게 될까?


사실 남편이 바람피운 게 그렇게 대수로울 건 없었다. 공개적으로 바람피운 남편을 둔 아내가 됐다는 게 힘들었다. 그녀는, 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자신을 아비바게이트 이후에도 남편 곁을 지켰다는 사실로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엠베스는 유명 정치인 레빈의 아내이다. 레빈은 인턴 아비바와 바람이 났지만 엠베스는 그를 용서했다. 30주년 결혼기념일에 그의 혼외 자식일지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등장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 남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혼자서 처리했다. 세상은 우아한 백조의 물 밑 발길질 같은 그녀의 노고를 알기나 할까? 그녀는 무슨 마음으로 남편이 뒤치다꺼리를 해왔을까?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비바는 유명 정치인과 섹스 스캔들이 났던 여자이다. 어렸을 때 마음 가는 데로 선택하고 블로그에 그 일을 자세히 남겨 놓는 바람에 십오 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검색만 하면 쉽게 그녀의 과거를 알 수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씨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그곳에서 딸을 낳고 열심히 일을 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선거에도 출마한다. 스캔들 전력이 있는 그녀, 과거를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아내로서 유부남과 바람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행실이 잘못\되었다고 탓하고 싫어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그녀를 향한 손가락질이 평생 계속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딸을 가진 엄마의 삶, 그런 엄마를 가진 딸의 삶, 그런 남편을 가진 아내의 삶, 그런 선택을 한 본인 그리고 새로운 삶이 얽히고설켜 있다. 읽지 않았으면 몰랐을 그녀들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 여전히 불륜은 싫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시점에서 머물지 말고 반성하고 돌이켜 더 나은 삶,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꼭 살아주길 바란다. 비바, 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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