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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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찍으면 과거가 된다. 모든 사진은 과거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진은 피사체가 웃고 있는 모습이기에 그 당시 사진을 찍는 사람 혹은 피사체의 마음이 어떤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 당시의 상황은 남길 수 없어도 SNS에 올려진 예쁜 사진이나 감성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곤 한다. 여러분은 화가 났는데 안 난 것처럼 웃으며 사진을 찍거나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보이게 찍은 적은 없는가? 사진만으로 그 시간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을 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사진을 보면 그 당시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웃는 사진을 처음 보고 그늘진 사연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다.


고구레 사진관에 날아든 사진에는 처음 본 사람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사연이 담겨있다. 이미 폐점한 사진관으로 이사 온 16살 소년 에이이치는 사진관 이름이 찍힌 사진과 상관이 없었지만 쉽게 넘기지 못한다.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 홀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의 사진. 에이이치는 이 이상한 사진에 대해 조사하게 되고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고구레 사진관(상)>에는 두 가지 사연이 나온다. 사연을 조사하는 동안 에이이치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마냥 무서운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해결되지 못한 미련을 해소하고 궁금증을 해결한다. 어린 남자애가 남의 일인데 참 열심히도 돕는 모습에 자꾸만 눈이 간다. 사진 속 사연들이 궁금해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 담긴 드라마 같기도 하다. 판타지 같은 면도 보이고 웃음 코드도 구석구석 들어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소설의 반만 읽고도 그동안 무심히 본 사진들이 다르게 보였다. 나의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 다른 사람의 멋들어진 사진 속에 담겨 있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고구레 사진관> 속의 사진들처럼 남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은 아닐지라도 표면적인 사진 너머에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사진 속 사연들을 들어보고 싶다.

당신의 사진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나요?


"마치 사진에 의지가 있어서
p124"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한다. 
비밀을. 무거운 짐을.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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