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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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하원의원과 바람난 20살 철부지 여자, 

그녀는 바로 '아비바 그로스먼'이자 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건은 하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영향받은 다섯 여자가 나온다. 한때의 불같은 사랑을 진짜라고 믿고 멈추지 못한 그녀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그녀를 둘러싼 다섯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본다. 1인칭, 2인칭, 3인칭, 편지 형식, 선택지 등 다양한 글의 형태와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그녀를 이야기한다. 


"아비바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요?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나요?"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레이첼은 아비바의 엄마이다. 하나뿐인 딸 아비바를 사랑했고, 딸을 지키고 싶었지만 세상은 딸의 바람 사건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하원의원과 바람난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신은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나는 당신에 대해 뭔가를 분명하게 알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인은 어린 딸 루비를 홀로 키우는 행사 기획자이다. 스페인어와 정치학을 배웠던 것을 토대로 고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녀의 꿈에는 어린 아비바 그로스먼이 나온다. 그녀의 전공과 그녀의 꿈에 나온 아비바, 제인은 아비바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어쨌거나 그녀는 어린 딸 루비를 훌륭히 양육한다.


"우리 엄마는 훌륭한 역할 모델이 못 돼. 
엄마는 엄청난 거짓말쟁이이고 망신거리야."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루비는 제인의 딸이다. 중학생 2학년인 그녀는 세계 문화 선생님의 과제로 인도네시아 소녀 파티마와 펜팔을 한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가 없는 루비는 파티마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루비가 펜팔을 하는 도중 그녀의 엄마는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고 그녀는 인터넷 검색으로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인터넷에 남겨진 엄마의 주홍 글씨는 엄마에 대한 신뢰감을 철저히 무너지게 만든다. 당당하고 정의롭게 키워진 루비,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하게 될까?


사실 남편이 바람피운 게 그렇게 대수로울 건 없었다. 공개적으로 바람피운 남편을 둔 아내가 됐다는 게 힘들었다. 그녀는, 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자신을 아비바게이트 이후에도 남편 곁을 지켰다는 사실로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엠베스는 유명 정치인 레빈의 아내이다. 레빈은 인턴 아비바와 바람이 났지만 엠베스는 그를 용서했다. 30주년 결혼기념일에 그의 혼외 자식일지도 모르는 여자아이가 등장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 남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혼자서 처리했다. 세상은 우아한 백조의 물 밑 발길질 같은 그녀의 노고를 알기나 할까? 그녀는 무슨 마음으로 남편이 뒤치다꺼리를 해왔을까?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비바는 유명 정치인과 섹스 스캔들이 났던 여자이다. 어렸을 때 마음 가는 데로 선택하고 블로그에 그 일을 자세히 남겨 놓는 바람에 십오 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 검색만 하면 쉽게 그녀의 과거를 알 수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씨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그곳에서 딸을 낳고 열심히 일을 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선거에도 출마한다. 스캔들 전력이 있는 그녀, 과거를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아내로서 유부남과 바람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행실이 잘못\되었다고 탓하고 싫어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그녀를 향한 손가락질이 평생 계속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딸을 가진 엄마의 삶, 그런 엄마를 가진 딸의 삶, 그런 남편을 가진 아내의 삶, 그런 선택을 한 본인 그리고 새로운 삶이 얽히고설켜 있다. 읽지 않았으면 몰랐을 그녀들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 여전히 불륜은 싫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시점에서 머물지 말고 반성하고 돌이켜 더 나은 삶,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꼭 살아주길 바란다. 비바, 제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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