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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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친하지 않는, 시를 잘 모르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인이 있으니 나태주 시인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잎>과 <그리움>을 읽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흔들고 생각지 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시인의 위트를 맛보고 나태주 시인의 팬이 되었다. <한들한들> 시집은 재출간되는 책인데 제목부터 날 설레게 하더니 읽는 동안 봄바람이 살랑이듯 내 마음을 흔들었고 읽고 나서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밤마다 읽고 싶은 시집이 되었다.

행복

어제 거기가 아니고

내일 저기도 아니고

다만 오늘 여기

그리고 당신.

<한들한들> p.67


행복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이렇게 짧게 이렇게 와닿게 쓴 글이 있을까.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바로 행복임을 상기시켜주는 시이다. 내 삶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같을 때마다 이 시를 읽으면 잊었던 행복이 내게 다가올 것만 같다.


나태주

내 이름은 나태주

평생 동안 자동차 없어

버스 타고 택시 타고

KTX 타고 전국으로

문학 강연 다니며

사람들에게 농을 하기도 한다

이름이 나태주라서 자동차 없이도

잘 살아간다고

나태주, '나 좀 태워 주세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태워준다고.

<한들한들> p.137

나태주 시인의 시에는 위트가 넘친다. 무거운 내용은 가볍게 넘기고 가볍게 읽은 시에도 여운을 남긴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담아서 나처럼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쉬이 공감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출판사 인터뷰에서 "시인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젊은이들부터 시를 읽도록 『한들한들』의 시는 그들의 감성에 맞도록 노력했다면서, 모든 시가 독자들 마음에 자리 잡을 순 없겠지만 몇 편이라도 독자들에게 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여전하다"라고말했다고 하는데, 독자 중 한 명인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몇 편의 시가 있으니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거다. 나태주 시인의 시에는 위트가 넘친다. 무거운 내용은 가볍게 넘기고 가볍게 읽은 시에도 여운을 남긴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담아서 나처럼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쉬이 공감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출판사 인터뷰에서 "시인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젊은이들부터 시를 읽도록 『한들한들』의 시는 그들의 감성에 맞도록 노력했다면서, 모든 시가 독자들 마음에 자리 잡을 순 없겠지만 몇 편이라도 독자들에게 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여전하다"라고말했다고 하는데, 독자 중 한 명인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몇 편의 시가 있으니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거다. 

봄바람이 따스하게 불어오고 꽃이 피는 이 계절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 <한들한들> 들고 봄 소풍 가는 것은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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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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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게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야자수가 반기는 국내 최고의 휴양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제주도 관련 책, 영상, 사진 등에서도 제주도는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유네스코로 소개한다. 아무도 70여 년 전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건의 실상은 말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곳은 아름다운 역사만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발설되지도 드러나지도 않았고 제주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나조차 제주도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기록된다고 한다. 약한 자가 받은 고통은 은폐되고 묻히고 숨겨진다. 그러나 통치자의 철통같은 보안에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과거, 잊을 수 없는 과거는 드러나게 된다. 광주 5.18사건이 그러했고 세월호 사건이 그러했으며 제주 4.3사건이 그러하다.

제주도를 4번이나 여행했는데 제주 4.3사건에 대해 무지했고 그 어두움에 관심이 없었다. <순이 삼촌>을 통해 제주에 큰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게 되고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마음에 묻고 고통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을 보게 되었다. 몰랐다는 말을 내뱉기가 죄송할 만큼 제주 4.3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무슨 죄가 있길래, 무엇을 그리 잘못했길래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걸까. 피해보상자 범위에 들지 못해서 그때 다친 상처의 치료비도 지원받지 못하고 상처를 껴안고 살아야 하나. 고난의 시간을 고스란히 받아낸 분들의 이야기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천천히 읽고 오래 기억하고 자주 언급해 주길 바라는 그분들의 염원이 담겨서 일테다.

책에는 4.3사건의 증언, 4.3사건이 남긴 상흔, 4.3사건에서 살아남은 여자의 삶과 고통의 시간, 4.3사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동포와 그들이 예술로 표현한 제주,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한 제주를 잠식하는 현대화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제주 4,3사건에서 출발하여 제주와 연관된 사람들과 제주의 미래까지 볼 수 있다. 제주의 아픔을 알게 되고 제주를 지킨 사람들의 노력을 알게 되니 제주가 흔한 관광지 중 하나가 아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장소가 되어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4.3 사건을 알게 되고 더 관심 갖게 되기를, 찬란하게 빛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파되지 않고 소중하게 보호되기를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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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간 멍청한 경제학자 - 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비합리적 선택의 비밀
고석균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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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가서 사려던 물건이 아닌 1+1을 사고 후회한 적이 있는가? 할인쿠폰을 받기 위해 쇼핑몰에 가입한 적이 있는가?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모바일 게임 사전 예약을 하거나 하지 않던 게임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매일 열심히 하면 이득이라는 착각으로 헬스 정액제를 결제해 봤는가? 

나는 이 모든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반인인지라 똑똑한 경제학자도 멍청한 소비자로 만드는 '넛지'에 대해 궁금해졌고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알면 똑똑한 소비를 하게 되고 원치 않았던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에 간 멍청한 경제학자>에서는 경제활동이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분석하여 소비자가 자기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만드는 '넛지' 사례들을 알려준다. 이 사례들을 통해 알뜰하게 절약하며 산다고 주변의 칭찬을 받던 나도 마케팅의 노예였고 객관적인 소비를 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 사례들 중 특히 공감하고 소비생활을 바꾸게 만든 사례들이 있으니 자기 과대평가에 대한 과소비, 1+1 함정, 기다리게 만드는 카운터 대기줄이었다. 흔히 외국어는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공부라고 하는데 서점에는 몇 주 완성 외국어 정복과 같은 책들이 널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제목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공부했던 책들과 달리 짧은 시간에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비법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이 책이라면 나도 쉽게 외국어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우리를 소비로 이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도 단기간 공부 책을 보면 나도 혹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음은 가성비의 함정 사례인데, 편의점에 가면 쉽게 무너지는 부분이다. 한 개만 사면 되는데 2+1일 때의 한 개 가격을 보면 한 개만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에 3개를 집고 만다. 내가 먹고 싶었던 제품이 따로 있음에도 1+1을 보면 사고 만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라는 인식이 불필요한 소비로 이끄는 것이다. 알뜰한 소비는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개수만큼 구매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저렴하다고 싸게 구입하지 않고 더 비싸더라도 꼭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속에 제시된 수많은 사례들을 읽고 기억하여도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는 노하우를 얻었다. 눈 뜨고 코 베이지 않도록 똑똑한 소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돕는 노하우를 말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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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4-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성루 2019-04-17 23:51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일, 시 한 잔 - 오늘도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감성필사
윤동주 외 55인의 시인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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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면 따스한 햇살에 꽃이 피고 내 마음엔 감성이 가득해진다. 매일매일 새롭게 피는 꽃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꽃들의 향연이 아름다워 매일 시라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넘치는 감성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북돋아주는 책이 바로 <매일 시 한 잔>이다. 

이 책은 감성 라이팅 북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윤동주 외 55인이 지었으며 배정애 캘리그라퍼가 손글씨로 참여했다. 나는 감성 라이팅 북 시리즈 두 번째 책인 <다, 시>를 읽고 세 번째 책도 읽게 되었다. 시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익숙한 시인들의 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차 한잔 마실 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내 마음을 두드리는 단어들을 발견할 때마다 놀랍고 신기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들을 어디서 찾아냈는지, 짧은 문장 속에 어찌 그리 잘 조합해 넣었는지 볼수록 놀라웠다. 오래 사랑받는 시인들의 시라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깊은 밤 외로움으로 쓸쓸하신 분께 추천한다.

매일 한 편의 시가 친구가 되어주고

잔잔한 여유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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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좋아? 민트래빗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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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파스텔톤의 귀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오소리 표지부터 제목, 내용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만났다. 제목만 봤을 때는 표지 속 주인공 오소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거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남을 배려하는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 힐링 그림책이었다.


<넌 뭐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이 책은 주인공 오소리가 자신의 밭을 가꾸며 시작한다. 풀을 뽑고 잡초를 제거하고 밭에 무얼 심을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심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씨앗을 사러 나선다. 씨앗을 사러 가는 길에 오소리는 친구들을 만나는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키우거나 얻어서 오소리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친구 고슴도치를 위한 계획도 틀어지자 그만 화를 내고 만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심어서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자 고슴도치는 오소리에게 묻는다.


"넌 뭐가 좋아?

뭐든지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 되잖아.

그리고 말이야, 넌 내가 갖고 온 이 주스를 맛있게 마시면 돼.

그러면 나는 정말 기쁠 거야.

<넌 뭐가 좋아?> p.56"


고슴도치의 말을 들은 오소리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밭에 자기가 가장 원하는 걸 만들었다. 오소리는 모든 친구들이 모여 함께 떠들 수 있는 큰 탁자와 의자를 마련하고 만족해했다.

오소리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착한 아이로 자라온 나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먼저 묻는 습관이 있다. 심지어 상대가 물어봤을 때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자 배려하고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데 상대방이 몰라주거나 상대방이 원한 것이 아닐 때는 괜히 속상해진다. '나름 준비한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질문한다.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라고. 그 질문은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정말로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았던 걸까, 남을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칭찬받기 위한 순간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과도한 배려로 인해 생색과 분이 올라올 수 있으니 스스로를 챙기며 건강한 배려를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단번에 내 모습이 변하진 않겠지만, 친절을 베풀다가 상처받아 화가 날 때마다 이 그림책을 찾을 것이다. 오소리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는 고슴도치의 한마디가 내 마음도 어루만져 줄 테니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다 속상해서 힐링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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