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가 좋아? 민트래빗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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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파스텔톤의 귀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오소리 표지부터 제목, 내용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만났다. 제목만 봤을 때는 표지 속 주인공 오소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거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남을 배려하는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 힐링 그림책이었다.


<넌 뭐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이 책은 주인공 오소리가 자신의 밭을 가꾸며 시작한다. 풀을 뽑고 잡초를 제거하고 밭에 무얼 심을까 고민하다가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심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씨앗을 사러 나선다. 씨앗을 사러 가는 길에 오소리는 친구들을 만나는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키우거나 얻어서 오소리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친구 고슴도치를 위한 계획도 틀어지자 그만 화를 내고 만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심어서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자 고슴도치는 오소리에게 묻는다.


"넌 뭐가 좋아?

뭐든지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 되잖아.

그리고 말이야, 넌 내가 갖고 온 이 주스를 맛있게 마시면 돼.

그러면 나는 정말 기쁠 거야.

<넌 뭐가 좋아?> p.56"


고슴도치의 말을 들은 오소리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밭에 자기가 가장 원하는 걸 만들었다. 오소리는 모든 친구들이 모여 함께 떠들 수 있는 큰 탁자와 의자를 마련하고 만족해했다.

오소리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착한 아이로 자라온 나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먼저 묻는 습관이 있다. 심지어 상대가 물어봤을 때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자 배려하고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데 상대방이 몰라주거나 상대방이 원한 것이 아닐 때는 괜히 속상해진다. '나름 준비한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질문한다.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라고. 그 질문은 진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정말로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았던 걸까, 남을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칭찬받기 위한 순간은 아니었나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과도한 배려로 인해 생색과 분이 올라올 수 있으니 스스로를 챙기며 건강한 배려를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단번에 내 모습이 변하진 않겠지만, 친절을 베풀다가 상처받아 화가 날 때마다 이 그림책을 찾을 것이다. 오소리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는 고슴도치의 한마디가 내 마음도 어루만져 줄 테니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다 속상해서 힐링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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