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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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내게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야자수가 반기는 국내 최고의 휴양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제주도 관련 책, 영상, 사진 등에서도 제주도는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유네스코로 소개한다. 아무도 70여 년 전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건의 실상은 말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곳은 아름다운 역사만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발설되지도 드러나지도 않았고 제주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나조차 제주도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기록된다고 한다. 약한 자가 받은 고통은 은폐되고 묻히고 숨겨진다. 그러나 통치자의 철통같은 보안에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과거, 잊을 수 없는 과거는 드러나게 된다. 광주 5.18사건이 그러했고 세월호 사건이 그러했으며 제주 4.3사건이 그러하다.

제주도를 4번이나 여행했는데 제주 4.3사건에 대해 무지했고 그 어두움에 관심이 없었다. <순이 삼촌>을 통해 제주에 큰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게 되고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마음에 묻고 고통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을 보게 되었다. 몰랐다는 말을 내뱉기가 죄송할 만큼 제주 4.3 사건은 널리 알려지고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무슨 죄가 있길래, 무엇을 그리 잘못했길래 그때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걸까. 피해보상자 범위에 들지 못해서 그때 다친 상처의 치료비도 지원받지 못하고 상처를 껴안고 살아야 하나. 고난의 시간을 고스란히 받아낸 분들의 이야기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천천히 읽고 오래 기억하고 자주 언급해 주길 바라는 그분들의 염원이 담겨서 일테다.

책에는 4.3사건의 증언, 4.3사건이 남긴 상흔, 4.3사건에서 살아남은 여자의 삶과 고통의 시간, 4.3사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동포와 그들이 예술로 표현한 제주,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한 제주를 잠식하는 현대화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제주 4,3사건에서 출발하여 제주와 연관된 사람들과 제주의 미래까지 볼 수 있다. 제주의 아픔을 알게 되고 제주를 지킨 사람들의 노력을 알게 되니 제주가 흔한 관광지 중 하나가 아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장소가 되어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4.3 사건을 알게 되고 더 관심 갖게 되기를, 찬란하게 빛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파되지 않고 소중하게 보호되기를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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