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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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그림책에는 빨간 스카프를 한 검정 강아지가 나와요.

애처롭게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는 이 강아지는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빨간 스카프를 한 강아지 페르는 집이 없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녀요.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는 나뭇잎도 갈 곳이 있는데

페르는 갈 곳이 없어요.



숲으로 갔다가 강을 따라갔다가

도시에 들어왔어요.

그러나 도시에서도 페르가 갈만한 곳은 없었어요.

이곳저곳 방황하던 페르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쳤어요.

빨간 스카프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냅다 뛰었어요.

페르가 떨어뜨린 스카프는 길 잃은 페르를 눈여겨봤던 소녀가 주웠어요.

그 스카프가 인연이 되어 둘은 함께 살게 되어요.

정말 갈 곳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갈 곳이 없는 강아지를 반갑게 맞아준 소녀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

집 없는 페르와 페르에게 집이 되어주는 소녀의 이야기인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잃어버리고 걱정하는 분들께 위안이 된다. 길 잃은 반려동물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으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길 잃은 동물들이 도시의 위험에 휩쓸리지 않고 갈 곳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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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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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유일하게 책을 모으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를 읽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제작되었고 그 영화가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한국판 <골든 슬럼버> 영화는 평점이 바닥이던데 빽빽하게 복선이 얽혀있는 500페이지 장편소설을 2시간도 안되는 러닝타임 내에 어찌 다 설명하겠나. 영화에 실망하신 분들은 부디 책으로 부족함을 달래길 바란다.




온 세상이 추적하는 남자라는 부제를 가진 <골든 슬럼버>는 한 줄의 부제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한 택배기사가 어쩌다 총리 암살사건에 연루되어 세상의 이목을 받으며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경찰을 피해 사흘간 도망치는 이야기이다. 대체, 왜, 누가 그를 범인으로 만들었으며 그가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총리가 폭탄으로 죽었고 그 사건에 대한 책임자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택배기사 아오야기는 주야장천 도망친다. 시큐리티 포드라는 감시 카메라가 강화되고 핸드폰을 도청할 수 있는 감시사회에서 싸움도 못하는 연약한 남자가 특수한 상황에서 뭐든 가능한 경찰을 상대로 도망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서 뭐든 가능하다는 건 그를 진짜 범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야기는 최선을 다해 도망친다. 순순히 범인으로 자백하거나 죽어버리면 힘든 도주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오야기가 범인이라는 보도에 의심을 가지고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아오야기의 대학 친구들과 무분별한 보도와 감시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살인 용의자 그리고 하수구 전문가. 가짜 증인을 준비하고 아오야기를 만들어 범행에 관련된 영상을 조작해 보도하는데 아오야기 친구들이 어떻게 그를 믿었을까.


아오야기는 8년 만에 연락 온 대학 친구 모리타가 했던 말을 유언처럼 받아들이고 도주하는 내내 이 말을 상기하는데, 이 한마디는 <골든 슬럼버>의 핵심 주제가 된다.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야." 감시사회에서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조작된 정보만 돌아다닐 때 그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 아닌지는 그 사람의 습관을 통해 드러난다는 뜻이다. 밥을 먹을 때 늘 밥풀을 남기는 아오야기, 엘리베이터에서 엄지로 버튼을 누르는 아오야기, 절대 치한은 안 될 사람인 아오야기. 이런 사소한 습관이 보도되는 내용과 달랐기에 친구들은 그 정보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특이하거나 나쁜 습관처럼 보이는 행동이 그 사람을 정의할 수 있다니 재밌는 발상이다. 감시 사회에서 자기들만의 사인이 될 수도 있으니 비상시를 대비하여 나만의 행동을 만들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열심히 도망가고 또 도망가던 아오야기는 결국 도주에 성공한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오즈월드는 총 맞아 죽어버렸지만 그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골든 슬럼버> 주인공 아오야기는 죽지 않고 살아서 자신이 총리 살해범이라는 걸 의심하게 만들었다. 시스템을 만들고 움직이는 거대한 적을 상대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거대한 적과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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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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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범죄와 관련된 것뿐 아니라 병사 이외 모든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학문이라고 한다. 법의학 중에서 식물을 통해 범죄자를 찾는 데 도움을 준 경험을 알려주는 책이 있어서 찾아봤다.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잡는 과정은 늘 흥미진진했으므로 꽃가루만으로 범인을 잡는 이야기도 솔깃했다.

<꽃은 알고 있다>는 여성 식물학자 퍼트리샤 윌트셔의 일생이 담긴 책이다. 그녀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에서부터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연유, 법의학까지 분야를 넓히게 된 첫 사건, 그녀가 보아온 죽음들 그리고 꽃을 통해 알게 된 사실까지 말이다.

살인 사건에서 시체는 어느 외딴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범죄자는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자부하겠지만 작은 식물이나 꽃가루조차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밝히는 단서가 된다. 범행 장소에 신고 간 신발, 입었던 재킷, 운전했던 자동차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꽃가루나 식물의 포자, 미생물, 식물의 상태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범죄 현장을 분석하고 파악해서 범죄를 파헤치고 진실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했었다. 꽃가루처럼 현미경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작은 것들을 보고 분석하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과 신중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퍼즐이 맞춰지듯 범죄 현장을 이미지로 그려내고 경찰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낼 때의 희열은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여성으로서 범죄 사건을 다루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풀어낼 때의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안타깝게 죽어간 소녀들의 죽음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범죄자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완전 범죄란 있을 수 없음을,

생명을 없애는 행위는 없던 일로 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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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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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저자가 쓴 <마리아비틀>이 개정되어 RHK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며 기다렸다. 얼마나 흡입력 있는 이야기이기에 다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마리아비틀은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신경을 쏟다 보면 금방 정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고속 열차처럼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밀폐된 공간에 킬러들과 한 명의 사이코패스가 탑승한다.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어쩌다 엮이게 되고 계속 꼬여서 서로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꼭 나비효과처럼. '이사카 고타로'작가는 바로 그 나비효과를 통해 각자 타인인 킬러들을 만나게 하고 한 질문에 도달하게 만든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죠?"라는 질문을 말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명 존중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중학생 '왕자'는 킬러들에게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댄다. 순진무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처럼 스스로를 가장하면서.

질문만 두고 본다면 치기 어리고 타자의 약점을 잡아 지배하려는 중학생을 차근차근 설득할 대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그러면 안 되니까, 생명은 존귀하니까, 법으로 정해져있으니까 정도 밖에. 그런데 작가는 어른을 조롱하는 의도가 들어있는 그 질문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까부는 사이코패스 중학생을 한 방 먹이면서.

근원적인 질문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절대 악에 맞서는 용기를 선사하는 책,

캐릭터들을 오고 가며 이야기를 진행시켜 계속 집중하게 만드는 책,

킬러들의 잡고 잡히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누가 미션을 완수할지 궁금해지는 책,

그래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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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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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바탕에 하얀색 큰 날개가 눈에 띄는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소설은 산뜻한 표지만큼이나 솔깃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암 선고를 받은 70세 아들의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마지막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아들은 어머니 장례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사받으며 세상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아들은 시작부터 어긋난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아들이 어머니를 무사히 보내드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주인공 아들인 빅 엔절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화가 난 이유는 어머니께서 생일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자신의 아내이자 며느리인 페르라를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았던 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을 악랄한 이모부에게 보내버린 일 등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터져 나온 불만은 어머니로부터 시작하여 아들, 딸, 아버지, 누이, 이복동생 등 모든 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상처는 들여다볼수록 아프고 들쑤실수록 덧나기 때문에 그 과정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이지만 꺼내고 꺼내다 보니 그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우애, 정을 발견하고 상처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과거를 되짚어 퍼즐을 맞추고 상처를 꿰매고 회복하는 과정은 빅 엔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죽음을 거부하고 죽음에 맞서 싸우고 죽음과 이야기하고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빅 엔젤이 말해주고 있었다. 죽음이 눈앞에 닥쳐온다고 갑자기 온화한 사람이 되어 모든 사람을 용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에는 빅 엔젤의 대가족이 나온다. 복잡하고 다이나믹한 삶을 살며 각자 성격대로 개성 있게 사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듯 섞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한 컵에 담겨 때론 서로를 상처 주고 미워하지만 때론 서로를 안아준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 우리 모두의 가족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존경받는 큰 인물로 남고 싶었던 빅 엔젤은 생일파티에서 원하던 환호를 받으며 자신의 할 일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삶을 끝맺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내가 나이 들수록 부모님은 연로하고 병약하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신다. 부모님과의 긴 이별 앞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그동안의 상처를 싸매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과거는 정리하고 좋은 추억만으로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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