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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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바탕에 하얀색 큰 날개가 눈에 띄는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소설은 산뜻한 표지만큼이나 솔깃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암 선고를 받은 70세 아들의 생일 일주일 전 100세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마지막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아들은 어머니 장례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사받으며 세상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아들은 시작부터 어긋난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아들이 어머니를 무사히 보내드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주인공 아들인 빅 엔절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화가 난 이유는 어머니께서 생일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자신의 아내이자 며느리인 페르라를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았던 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을 악랄한 이모부에게 보내버린 일 등 그동안 쌓인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터져 나온 불만은 어머니로부터 시작하여 아들, 딸, 아버지, 누이, 이복동생 등 모든 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상처는 들여다볼수록 아프고 들쑤실수록 덧나기 때문에 그 과정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이지만 꺼내고 꺼내다 보니 그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우애, 정을 발견하고 상처와 화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과거를 되짚어 퍼즐을 맞추고 상처를 꿰매고 회복하는 과정은 빅 엔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죽음을 거부하고 죽음에 맞서 싸우고 죽음과 이야기하고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빅 엔젤이 말해주고 있었다. 죽음이 눈앞에 닥쳐온다고 갑자기 온화한 사람이 되어 모든 사람을 용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에는 빅 엔젤의 대가족이 나온다. 복잡하고 다이나믹한 삶을 살며 각자 성격대로 개성 있게 사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듯 섞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한 컵에 담겨 때론 서로를 상처 주고 미워하지만 때론 서로를 안아준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것, 우리 모두의 가족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존경받는 큰 인물로 남고 싶었던 빅 엔젤은 생일파티에서 원하던 환호를 받으며 자신의 할 일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삶을 끝맺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내가 나이 들수록 부모님은 연로하고 병약하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신다. 부모님과의 긴 이별 앞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그동안의 상처를 싸매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과거는 정리하고 좋은 추억만으로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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