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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에게 홀려서 ㅣ 판판야 단편집
panpanya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평점 :
어정어정 산책가가 바라본 구석진 디테일의 미로. 동물들의 유영. 유동체스러운 풍경의 표면장력이 삶 속으로 파고들 땐 스팀펑크를 비롯한 파타피지크(상상의 독창적 가짜 과학)가 증식해 빈칸을 메우고 비효율의 공정이 합리적 숏컷을 능가하는 요지경 해프닝.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카프카-츠게 요시하루-모로호시의 도시괴담에 드리워진 '그림자 복도'와 비견할 만 하다.
‘애니메이션은 디테일의 생략이다‘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보는 현실은 무의식의 처리속도가 감지되지 않는 상相이 개입한 환幻일 것이다. 그 각도에서 작가가 묘사한 거리 디테일의 얼룩을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폭력적인 우연성을 허용하지 않고 장르의 수법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포 같은 몽환이 나머지 공백을 채웠다.
캐릭터의 귀여움과 강물처럼 흐르는 온화한 속도의 보폭은 그렇게 (위협받지 않고) 보존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