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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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의 순정성 있는 글쓰기에 혹했던 적이 있는데,

읽어갈 수록 추상적으로 단순하게 도식을 치는 편협함을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그의 말 속에서 여전히 생각해볼 거리를 발견해내기는 한다.

 

김규항의 글과 말 속에서 사용되는 주요 개념들은

상식 수준에서 거칠게 합의될 수 있는 말처럼 조율없이 분명히 이해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그것이 의심스럽다.

상식은 추상적이다. 즉 상식이라고 불리는,

몇 개의 문장으로 단순화될 수 있는 직관을 이루는 단어들은

탈구된 논리의 가지를 덜렁덜렁 매달고 아무렇게나 엉뚱한 예시의 다리를

잇댈 수 있는 것이다.

맑스가 했던 말처럼 우리의 이해는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는 것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매개로서의 이론은 언어로 짜여진 맥락 위에서 구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개념 사용 지시판 같은 것이다.

그런데 경험주의자들은 최고의 구체적 진리를 온몸 가득히 확보하고 있는

인식 대상으로서의 실체를 먼저 가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다가가서 그것을 맨눈으로 ‘발견’하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텔리를 혐오하는 소박주의자들에게서 이런 역전된 도식화가

스노비즘 - 김규항에게는 때때로 바리새인으로 비유되는 자유 개혁주의 성향의 먹물들-

을 비난하는데 노골적으로 활용된다.

쉬운 글쓰기에 집착하고 이론가의 현학성을 혐오하며,

단순하고 솔직한 눈을 가진 야인의 포지션을 취하는 데서 출발하는

김규항의 글쓰기에서도 그런 관념적이고 산뜻한 도식화가 보인다.

 

'계급'을 망각해선 안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규항은 그런 의미에서 상식처럼 분명한 말을 한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경우에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만 그가 애용하고 있는 몇 가지 말들의 추상적인 경계 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다.  간단히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너무나 당연하게 전제되고 있는 듯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 그건 사상인가? 어떤 실물들의 흐름의 경향인가? 

자본가 부르주아들의 합작 음모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의 말 속에서 분명한 의미의 고정점을 가진 채

사용되고 있는가?

'인터넷 우민화 전략'이라고 하는데,

'전략'은 누가 누구에게 의식적으로 계획을 걸고 있는것인가? 정말 그런 게 있는가?

자유 개혁 성향의 386 인텔리들은 그저 바리새인인가?

그들이 '진짜 좌파'(?)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드는 제로섬 게임만 하고 있는 것인가?

여러가지 얘기들이 그의 독단적인 직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심쩍고 도리어 관념적으로 읽히는 데가 많고,

예초에 동의할 생각이 없거나 무관심한 이들과는 서로를 배제하는

자폐적인 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은 설명과 메카니즘의 해명은 거품처럼 걷어내고

독한 도덕의 엑기스만 확인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도덕은 엑기스라 자꾸 반복된다.

그가 스스로의 주장들을 뒷받침하려면 좀더 풍부한 얘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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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윤상인.박이진 옮김, 오자키 마리코 진행.정리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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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집을 읽고 있으면 오에 겐자부로가 너무 훌륭한 인간이어서 읽는 내가 짜증이 날 정도다. 아폴론 등신대 앞에서 박쥐 우산으로 빛을 가리고 버티는 빈대가 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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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줘 2012-04-3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6장 이후의 번역이 덜다듬어진 것 같다. 잘 안읽힌다.
 
어머니와 아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 구드룬 게이어 외 출연 / JC인더스트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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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저한 유미주의를 보는 내내 감당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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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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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이렇게 쎈 척하면서 칭얼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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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시 민음 경장편 5
김사과 지음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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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라. 짱 재밌다. 네모반듯한 분들은 가서 신경숙이나 읽으라고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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