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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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네빌 슈트님이다. 난 무엇보다도 그가 소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저자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 하멜른의 아이들이 사라진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다가 다리가 불편한 아이가 일행에서 쳐진 뒤 그 사실이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러자 정작 아이는 자신이 따라가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울고 있었다. 이 스토리는 현실에서 피리 소리를 갈망하면서 따라가야만 하는 일상을 비판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버전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네빌 슈트님의 두 번째 작이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다.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장편 서사시를 보는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영국 런던이다. 가죽 제품 공장의 속기사로 일하던 '진 패짓'이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삼촌으로부터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신이 전쟁 당시에 정착했던 어느 마을에 우물을 지어주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우물 공사 인부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그녀 역시 전쟁 중에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을 떠올리며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본군이 말레이에 상륙한다. 일본군은 여성과 아이들을 포로로 사로잡는다. 여성들을 위한 포로수용소가 있다는 거짓 정보에 포로들은 걷고 또 걷는다(일본군이 포로를 한곳에 두지 않고 이리저리 이동을 시켰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서로 포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말라리아, 이질 같은 풍토병, 열병, 탈진 등으로 일행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걸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도 너무 지쳤기 때문에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힘들다는 듯 무기력했다.(117쪽)

이 책의 1권을 읽을 때, 사실 좀 지루하다. 별다른 흥미를 끄는 사건이 없이 그냥 밋밋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재산 유산에 대한 법률적인 이야기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시 참아야 한다. 그렇게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이 소설의 백미인 로맨스 부분을 맞이하게 된다. 그 처절한 전쟁 지옥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났다. 전쟁이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와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녀는 마침내 그 시절 연인을 찾아 나서고.....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다. 아마도 이런 러브스토리는 현대에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특별하고 아름답지 않나 생각된다.

조 하먼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있는 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곳은 앨리스 스프링스 주변 지역이에요."(151쪽)

이것을 읽는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어딘지 떠올려 보았다. 바로 세네갈 사막 마을인 음보로비란 마을이다. 바로 나의 일터이자 안식처다. 코로나로 잠시 한국에 머물렀지만, 내일이면 그곳으로 떠나야 한다. 내가 가장 마음에 품고 있는 장소다.

다이내믹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의 스토리는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옛 것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음악계의 트로트 열풍이 좋은 예이다. 단조로운 곡조이지만 깊이 있는 가사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마치 트로트 같은 작품이다. 강렬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한 기운이 묻어 나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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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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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을 하기 전에는 항상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말이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이 책에는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종국에는 상처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전혀 허구가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늘 상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훨씬 더 현실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총 5명이다. 조영주, 정해연, 정명섭, 김이환, 차무진. 나는 이 중에서 조영주 작가님에게 제일 관심이 간다. 이미 조 작가님이 쓰신 책 두 권이나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스> 와 <혐오자살> 이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에서 조영주 작가님이 쓰신 소설의 이름은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다. 제목이 특이하다. 윤동주 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패러디 한 제목이다. 실제 이 소설에는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윤동주의 아명이 '해환'이라는 것도 이 소설에서 알게 되었다.

'해환'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등학생 소설가이다. 그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왕따를 당하면서 학교생활 적응에 실패한다. 해환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캐나다 유학 중에 해환은 <동주책방>의 사장 이동주를 우연히 만난다. 이동주는 해환의 왕따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한국에 돌아온 후 <풍장의 교실>(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을 선물해 준다. 해환은 집에 있으면서 자신이 학창 시절에 왕따 당했던 이야기를 소설 <전화를 싫어하는 소설가, 전화를 받아주는 여자> 제목으로 쓴 후 이동주에게 메일로 보낸다. 이동주는 소설을 읽고 공모전에 보냈고, 결국 수상을 하는 영광을 누린다. 이 소설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해원은 천재 작가로 등극한다.

한국에 귀국한 해환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오희선'을 우연히 만난다. 희선은 해환을 왕따시킨 바로 그 장본인. 희선은 해환을 볼 때마다 '너 입 냄새나'라고 말하면서 옆에 가기를 꺼려 하였다. 다른 친구들도 해환의 입 냄새를 트집 잡아서 해환을 놀리기 일쑤였다. 이에 해환은 본인의 입 냄새가 스트레스가 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긴다. 학우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것이었다. 해환이 희선을 얼마나 미워했을까. 그 미워하는 마음이 소설을 쓰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희선의 반응이 의외였다. 희선은 자신이 중학교 때 오히려 왕따를 당했다면서 그 사연을 해환에게 말해준다. 그러면서 해환에게 부탁을 한다. 다음 소설 주제로 자기 이야기를 써 달라고. 이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해원은 희선으로부터 왕따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는데, 사과는커녕 희선은 그때 자신이 했던 말 '너 입에서 냄새가 나'라는 말조차도 기억을 못 하네.

희선은 "멘탈 뱀파이어"(기운을 빼앗는 사람)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정해연 님의 <리플>이다. 이것은 인스타그램에서 자기를 비난하는 리플 한 문장에 고등학교 전교 1등을 달리던 재혁의 인생이 꼬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SNS를 통한 언어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르쳐 주는 이야기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말의 중요성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 아닌 소설 형식으로 쓰였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사랑합니다.' '고마워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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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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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 다닐 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태양계 행성의 순서를 열심히 외운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명왕성이 제외되었다. 명왕성이 행성이 아닌 태양계 외부의 왜소행성(Dwarf Planet)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국제천문연맹의 2006년 결정이다. 태양계의 막내 행성이라 힘이 없었나.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이다. NASA에서 명왕성과 카론(명왕성의 위성)의 카이퍼대 탐사 프로젝트를 이끈 뉴호라이즌스 호 탐사 미션의 수석 조사관이다. 행성 과학자이며 2016년 미국 우주학회 칼 세이건 기념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하는 '타임 100'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단다. 난 지금까지 행성 과학자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 유명한 '칼 세이건'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또 다른 영웅 앨런 스턴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06년 1월 19일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하여 "뉴호라이즌스호"가 우주로 발사된다. 10년이라는 긴 비행 후 2015년에 최초로 명왕성의 근접 사진이 지구로 전송되었다. 놀랍게도 명왕성에 표면에 커다란 하트 모양이 찍힌 것이다.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사랑해요.' 라는 뜻이 아닐까? 이때는 벌써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강등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던 때였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명왕성의 하트 모양이 발견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혼자 상상해 본다.

이 책을 통하여 하나의 행성을 탐사하는데 재정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거의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1989년에 시작한 명왕성 탐사 임무 제안서는 2001년이 되어야 최종 승인되었다.

2002년에 뉴호라이즌스를 만들기 시작해서 2005년에 완성되고, 2006년에 마침내 우주로 발사된다. 앨런 스턴 박사는 3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행성탐사가 얼마나 힘들게 진행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986년에는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발사된 지 73초 만에 폭발해 그 안에 타고 있던 우주비행사 일곱 명이 모두 목숨을 잃은 사건도 발생하였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마치 한편의 소설 같다. 긴장감과 소름이 오른다. 2015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로 휴식을 취하는 날. 지구와 뉴호라이즌스는 통신이 끊어지는 비상상황이 벌어진다.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것은 탐사선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심할 경우 폭발로 없어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통신 두절은 불과 1시간 16분이었지만, 신호가 오기를 고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길고 무서웠을까? 이 책에서는 "공포의 순간이 점점이 찍혀 있는 지루한 몇 달."(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를 묘사한 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자주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400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최초로 망원경으로 우주의 별을 관측하였다. 밤하늘은 인류에게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는 2015년 명왕성 플라이바이(행성에 착륙하지 못하고 행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비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에 성공하였다. 2021년 4월에 명왕성 궤도의 끝에 도착한 뒤, 지구에서 보낸 명령을 받아 전원이 꺼진다고 한다. 왠지 씁쓸하다. 명왕성에 대한 기억이 우리에게서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다 읽고서 서론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역사상 가장 먼 곳을 향한 탐사계획

2006년 1월, 무게 약 453킬로그램의 자그마한 우주선이 길이 약 68미터의 강력한 로켓에 실려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곳을 향한 가장 긴 탐사여행의 시작이었다.(22쪽)

다시 읽어보니 완전 소름 돋는 구절이다. 앨런스턴 박사의 명왕성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는 1957년 11월 루지애나 주에서 태어났다. 1957년은 스푸트니크라는 최초의 우주선이 발사된 해이다. 앨런 스턴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뱃속 아이에게 스푸트니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이는 뱃속에서 이야기를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미친 듯이 발차기를 했단다. 앨런 스턴은 어릴 때 과학, 우주 탐사, 천문학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한 사람의 우주에 대한 열정이 우리를 감동시킨 스토리다. 또한 이 책이 좋은 점은 명왕성 이야기뿐만 아니라 행성을 찾기 위한 NASA의 노력과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져 있다. 또한 행성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많은 지식과 호기심을 가져다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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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
전미경 지음 / 지와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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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는 전미경 님이다. 책 앞머리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시고 사랑해 주신 나의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구절을 읽고 잠시 숙연함을 느꼈다. 나도 4년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아픔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도, 큰 재산도 없는 분이지만 자식을 위해서 일평생을 사셨고, 항상 거짓말하지 말고 떳떳하게 자기주장을 하라고 강조하셨다.

이 책은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은 '이성과 행동'의 일치를 이룰 때 삶이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항상 감정이 우선하여 폭발하는 사람이다. 불안한 느낌이 자주 든다,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때론 격하게 웃기도 하고, 행복할 땐 노래나 춤을 추곤 한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는 감정이 생각을 지배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전미경 작가님은 나에게 속삭여 주는 것 같다. 제1장,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라는 소 제목에 공감을 느끼고 읽어나갔다. 맞아. 나도 내가 제일 어려워.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라는 책 소개로 스토리는 시작한다. 사냥꾼에게 어미를 잃은 아기 코끼리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동물에게도 풍부한 감정이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 한번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훨씬 공감가는 이야기다. 다시보니 반갑네.

인간의 정서는 정서 그 자체로 있지 않고 어떤 생각과 연결되어 특정한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 부정 정서는 부정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인간에게는 긍정 세계관보다는 부정 세계관이 더 강력하다고 한다. 내가 평상시에 남 비판을 많이 하고 화를 많이 내는 이유가 부정 세계관이 훨씬 더 지배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남에게 나를 잘 이해시키고, 내가 남을 잘 이해하기 위한 감정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감정능력이란 내가 주도적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남이 하라는 대로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서는 안 된다.

책은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본인의 감정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그 반대인 경우는 왠지 모르게 비아냥 거리게 된다. 내가 '꼰대' 기질이 좀 있는가 보다. 나의 세계관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세계관은 안 바꾸면서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려는데 몰두하는 바보는 아닐까.

생각과 감정을 분리한다면 의외로 갈등은 쉽게 풀린다. 이 책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제삿날 음식 준비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시어머니 생각은, 며느리가 당연히 제사 음식은 며느리가 와서 준비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기에 압도당해 아무 말도 못 한 채 제사에 참석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화를 폭발한다. 가장 좋지 않은 예다.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 며느리는 솔직하게 "이번 제사에는 회사 일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된다. 말한 대로 행동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감정은 분리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어머니도 이해한다. '며느리는 자기 일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구나.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이 중요한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논쟁을 하더라도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면 된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다. 옛날 직장 생활에서 부정적 감정을 먼저 느끼니까 회사 생활이 어려웠던 거야. 생각과 감정의 분리는 이래서 중요하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이야기한 인간의 욕구는 상위 단계로 갈수록 감정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통한 감정의 만족에 기인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는 것은 모두 남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제10장 <무난한 사람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를 주의 깊게 읽었다. 리더는 이성적인 IQ로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적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인 감정에는 공감하되 각 자의 고유한 감정선을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호감을 산다. 타인을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리더도 자신만의 감정선이 있고 색깔이 있다. 이리저리 무난한 사람이 되면 리더가 되기 어렵다. 자기 고유의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타인의 감정에만 맞추려 해서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호불호가 있어야 한다. '캐릭터가 분명하네'라는 느낌이 들어야 매력적인 리더가 되는 것이다. 사장의 불합리한 지시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만 지키면 팀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속내를 때로는 보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빠르게 '눈치'채는 사람을 부하들이 따르고 좋아한다. 부서끼리 충돌할 경우 확실하게 자기 팀원을 챙길 줄 아는 리더랑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면서 늘 양보하는 리더가 있다면 누구 밑에서 일하고 싶을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이 책은 감정이 가지고 있는 속성 그 자체를 이해하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나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것은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오늘도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항상 분리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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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서메리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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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서메리 님이다. 출판 번역가 이고 글 쓰는 작가고 일러스트 작가이다. 그녀는 회사 체질이 아님을 깨닫고 조직생활을 과감히 접고 번역가의 길을 나섰다고 한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책을 쓰면서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녀 자신도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직업군 중에서 '사-원-가' 순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격는다. '가'의 접미사가 달린 직업군이 제일 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년는 왜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회사원이라는 안정된 수익을 멀리하고 과감히 뛰쳐 나온 그녀의 스토리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 또한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와 지금은 독립근무를 하는 민간이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라는 책은 일단 제목 부터가 확 와닿는다. 나도 버터기 힘든 세상에서 의지하고픈 한 문장이 꼭 필요하니까. 그 한 문장이 나를 이끌어 나갈 선구자가 되기를 바라니까.

"규정한다는 건 한계를 정한다는 거야. To define is to limit." (26쪽)

사람의 능력은 정말로 무한 하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쉽게 네모 안에 우리의 능력치를 가둬 버리고 네모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공무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나의 한계, 나의 능력을 한번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어머니가 일본어를 전혀 모르면서 일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 우리가 못할일이 뭐 있어? 경험이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다 헛소리다. 그냥 부딪혀 보라.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걸 경험할 것이다. 난 지금도 이런 소름끼치는 사건들을 즐기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또하나 가슴에 새겨 두고픈 이야기가 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언급된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게 없기 때문이다."(130쪽) 라는 구절이다. 김영하님은 소설 원고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짧은 여행이 아닌지라 챙길 물건, 숙소예약 등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중국 땅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한 채 추방되고 만다. 비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공항에서 즉시 본국 송환 조치를 당한 것이다. 개인에게는 엄청난 손해였다. 하지만 이 때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작품 소재로 써먹어야겠다는 태평한 발상이었다. 그리고 실제 이 이야기를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통해 알렸다. 출간 한 달 만에 10쇄를 찍는 책이 나온 것이다. 각종 강연은 덤이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과 같다. 실수, 실패 등 유쾌하지 않은 에피소드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여기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일이다.

<오늘을 버텨내는 데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이 책은 우리에게 변화의 열쇠73가지가 있다. 그 열쇠로 굳게 잠겨져 있는 자물쇠를 돌리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에 있는 한문장을 만나고 우리의 인생을 한 단계더 승화 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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