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본인의 감정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그 반대인 경우는 왠지 모르게 비아냥 거리게 된다. 내가 '꼰대' 기질이 좀 있는가 보다. 나의 세계관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의 세계관은 안 바꾸면서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려는데 몰두하는 바보는 아닐까.
생각과 감정을 분리한다면 의외로 갈등은 쉽게 풀린다. 이 책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제삿날 음식 준비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시어머니 생각은, 며느리가 당연히 제사 음식은 며느리가 와서 준비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기에 압도당해 아무 말도 못 한 채 제사에 참석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화를 폭발한다. 가장 좋지 않은 예다.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 며느리는 솔직하게 "이번 제사에는 회사 일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된다. 말한 대로 행동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감정은 분리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어머니도 이해한다. '며느리는 자기 일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구나.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이 중요한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논쟁을 하더라도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면 된다. 다시 얘기하면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다. 옛날 직장 생활에서 부정적 감정을 먼저 느끼니까 회사 생활이 어려웠던 거야. 생각과 감정의 분리는 이래서 중요하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이야기한 인간의 욕구는 상위 단계로 갈수록 감정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통한 감정의 만족에 기인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는 것은 모두 남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제10장 <무난한 사람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를 주의 깊게 읽었다. 리더는 이성적인 IQ로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감정적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인 감정에는 공감하되 각 자의 고유한 감정선을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호감을 산다. 타인을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리더도 자신만의 감정선이 있고 색깔이 있다. 이리저리 무난한 사람이 되면 리더가 되기 어렵다. 자기 고유의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타인의 감정에만 맞추려 해서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호불호가 있어야 한다. '캐릭터가 분명하네'라는 느낌이 들어야 매력적인 리더가 되는 것이다. 사장의 불합리한 지시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만 지키면 팀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속내를 때로는 보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빠르게 '눈치'채는 사람을 부하들이 따르고 좋아한다. 부서끼리 충돌할 경우 확실하게 자기 팀원을 챙길 줄 아는 리더랑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면서 늘 양보하는 리더가 있다면 누구 밑에서 일하고 싶을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이 책은 감정이 가지고 있는 속성 그 자체를 이해하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나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것은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오늘도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항상 분리하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