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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다 임진수 ㅣ 초승달문고 24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초등학교 2학년 3반 말썽쟁이표 은메달 임진수!
임진수 같은 친구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는 나는 책 속에 나오는 애들이 너무나 이뿌고 사랑스러워 (마음 같아선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고 싶지만 하도 험한 세상이라 애들도 바로, '변태 아니예요?' 하는 말과 함께 수상한 눈초리로 째려본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로 싸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대고, 5분을 가만 있지 못하고 뽀스락 장난를 치다가, 공부는 도통 관심이 없어 늘 볼멘소리로 투덜대고, 오만가지 참견과 백만가지 관심거리로 조용할 새가 없는 아이들!!
나도 저 만한 나이엔 그랬지하는 이해 보다는 요즘 애들은 왜 이들 이러는지..?하는 알수 없다는 표정이 되는 나를 "아주머니 정신차리세요! 우린 이제 겨우 아홉 살이라구요!"! 하며 순수하고 힘찬 목소리로 아이들을 아이들로 바라보게 해 준 책이다.
그래, 니네들이 의젓하고 가만 있으면 어디가 아프거나 마음 다친일이 있는 게지..이렇게 날마다 말썽을 피우고 천방지축 떠들고 사고 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임진수!!
만날 만날 벌받고 재판 받고 또 벌받는 사고뭉치지만, 얼마나 마음이 깊고 따뜻한 아인지 마지막에 코 끝이 시큰해질 정도로 장하고 기특해서 '임진수, 제법인데!!"하며 털보 선생님처럼 팔뚝에 힘을 잔뜩 넣고 끌어 안을 뻔 했다.^^
컴퓨터 시간에 몰래 빠져 친구와 학종이 따먹기를 하면서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몰입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선생님께 돈을 빌려 지하철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죽은 비둘기를 여자 친구들에게 던지며 놀려대는 일도 2학년 임진수에겐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 일 뿐인데, 귀를 잡아당기고 꿀밤을 주고 벌을 세우는 선생님이 되려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하라고 시키는 일은 모두 따분하고 졸립기만 한 일들 투성이고, 신나고 재밌는 일은 모두 혼나고 반성문을 써야 할 일 들이니 아이들도 학교나 선생님이 좋아질리 없다.
하지만,
엄마가 급식 당번인 날은 대번에 기가 살아 펄펄 대고 한 번도 급식 당번을 오지 않는 엄마가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할머니에게 그동안 나를 괴롭히고 골탕먹인 선생님을 콩이야, 팥이야 일러 바쳐 당했던 걸 복수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게 다 내가 똑바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아이다. 진수는!!
야단치고, 엎드려뻗쳐 벌세우고,알밤 콩콩 먹이고,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고 심지어 두툼한 손바닥으로목덜미를 철벅 휘감은 적도 있어 할머니께 손자를 구박한 '털보 선상님'이라고 호되게 야단을 들을 줄 알고 등짝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있었지만, 단번에 "겁나게 좋은 선상님!"으로 탈바꿈 시킨 것도 말썽쟁이표 은메달 김진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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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쓴 송언 선생님은 현직교사로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생활 모습과 살아있는 표정을 생생하게 그릴 줄 안다.
읽고 있으면 그래, 어떤 장면인지 알겠다...저저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이고, 요놈들 왜그렇게 선생님 속을 썩이는 게냐?'가 아니라' 니네들이 이렇게 말썽 피는것도 바라보는 나에겐 기쁨이지..'하는 흐뭇한 마음까지 읽을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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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주 선생님의 그림도 캐릭터들이 어찌나 익살스럽고 친근한지 2학년 3반 개구쟁이들을 처음 만나는 사람도 시리즈를 통해 여태껏 만나왔던 사람도 처음 만나반가웠던 마음을 또 만나서 더 반갑게 그려놓았다.
다들 이뿌고 사랑스러워 다음엔 이 아이들 중 누가 또 주인공이 되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아이들이 읽으면 우리 얘기라서 공감이가고, 어른들이 읽으면 윽박지르고 혼내기만 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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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자습 시간 부터 벌 받을 일이 걱정되는 아이들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바람 잘 날 없는 2학년 3반의 사건 사고가 줄을 잇는 건, 우연히 그 시간에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 지나가다 아이들과 딱 걸리고 말았을 뿐!이라 믿는다.
금메달 오광명이나 은메달 임진수가 계획한 일이 아닌, 불쑥 나타난 재밌는 일들에게 아이들은 잠깐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고 그런 일들이 언제 아이들을 찾아 올지 어떤 내용인지 아이들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백 살 먹은 털보 선생님이지만 좀 더 두고 보는 수 밖에!!^^
책을 다 읽은 3학년 딸 아이가 하는 말에 나는 그만 얼음이 되고 만다.
"하여간, 2학년 아이들이란.....쯧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