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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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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떨고 있는 것인가?
19세기와 20세기를 걸쳐오면서 미국이 전 세계 경제시장을 호도해 왔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최근의 계속되는 월가로 뛰쳐나온 시위대의 구호를 보면서 미국의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구나를 유추할 수있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이 맞는다면 2008년으로 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3년의 시간을 다 써버린 셈이다. 그렇다면,이제 망한채로 살아가거나 기사회생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경제가 차츰 중국쪽으로 이동하면서 어디 하나 호락호락해 보이는것이 없다. 하버드의 대학의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중국을 "1997년 학급 대표"라고 말한바 있다.(P.107) '아시아 전염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시아발 금융위기에 명확한 교훈은 자국의통화와 경제를 지키려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 특히 미국 달러를 비축하고 쌓아두는 '저축과잉'으로 이어졌다. 그 선두주자가 중국이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학교회장' 자리에 있던 미국이 보기엔 날이 갈 수록 힘을 키워 학교회장 자리까지 넘보는 이 비대해진 '학급대표'가 불안하고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고 본다. 덩치가 비슷하고 힘까지 키운 학급대표에게 속된 말로 나대지 마라!고 엄포를 놓다간 되려 당하는 수가 있는 (실제로 당하고있는 예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위시한 미국 시장을 위협하는 자본신흥세력들에 대한 견제구로 쓴 책으로 읽혔다.
그림자 시장이란?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와 지정학적 권력이 융합한 글로벌 결합체, 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체"를 <그림자 시장>이라 부른다.
'그림자 시장'의 멤버로는 중국과 산유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같은 수퍼 리치 국가들을 꼽고 있는데(한국이 빠진건 기분은 안좋지만 그럴수 있다 여겨지지만, 일본이 빠진건 경제대국임을 자처하던 그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전세계적 경제적 악재를 기회로 이용하는 그림자 시장들의 은밀한 세계장악을 파헤쳤다.
세계자금 흐름보다는 내 장바구니 물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같은 평범한 주부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을 만큼 자금의 흐름과 자금을 따라 움직이는 각 나라의 동향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 주어 재밌게 읽으며 동향들을 파악할 수있었다.
자금의 흐름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예로 가장 많이 들먹인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의 부상은 어떻게 보면 아시아시장의 부흥이기도 하지만 기존 세력들에겐 위협이다. 이념이 힘이되는 시대는 저물었고 자본이 권력이 된 세상에서 돈을 가진 자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인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 되고 나니 경제력의 영향력을 가진 나라를 친구로 삼은 국가들이 늘어나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들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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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시장>의 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집단이 '구 유럽' 이라고 (P.305)말한 저자는 돈이 말라가는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약소한 기구'라고 평가했다. 2010년 5월5일 10만이 넘는 그리스 시위대의 폭동은 더이상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전체의 문제로 전이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볼 때, 그의 직관력과 통찰력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 전역의 여러 퇴적지에서 천연가스 혈암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유럽의 재기에 희망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던 가스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림으로 외교분쟁으로 치달은 경험이 있는 유렵으로서는 이 천연가스의 혈암은 취약한 위치에서 벗어 날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해 유럽의 국가들이 다시 그림자 시장의 주요한 구성원들이 된다면...미국으로 서는 반가운 일인것만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정통한 기술자들을 끌여들여 부를 극대화하는 국부펀드가 세계 시장을 실질적으로 종하고 있다는 우려는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같이 모색하자는 문제 제기도 잊지 않았다. 존스 홉킨스대 전쟁분석 연구소에서 전쟁 시뮬레이션이 벌였는데 무기는 달러와 채권, 주식. 병력은 수십며의 정부 관리, 경제학자, 헤지펀드 중개인, 월스트리트 은행 임원들이었다. 이틀간의 전투 결과 미국의 완패, 중국의 승리였다고 한다. 세계 최고 외혼보유고(2조 5000억달러)를 가진 중국은 미국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어디가 취약한지 어디를 공격하면 승리할 수있는지의 방법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9장. 아메리칸 드림, 판매개시! 몽땅 팔아라!(P.341)편에서 미국은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떻게 변하려는 것이고 미국의 위치와 국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림자 시장들의 상황을 잘 파악해 반겨을 가할 수 있는 전술을 써야 한다고 적고 있다. 부자 나라들과 관계를 유지함으로 부자가 될 기회를 되찾고 다시금 제국이 될 수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인의 저자가 쓴 미국 시각에서 보는 그림자 시장이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 할 때 보다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을 때의 욕망이 훨씬 더 지독하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그림자 시장>에서 한국을 그림자 시장으로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예들 속에서 한국도 잠재적인 그림자 시장으로 성장 할 수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이 정말로 그림자 시장으로 성장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 할 수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저자의 말대로라면 그림자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자 시장들에 대해 경계하고 우려의 목소리만 높일 것인지 적극적인 대처와 변화의 주도로 그 흐름에 같이 몸을 맡겨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형체도 없고 실질적으로 공인된 시장도 아니지만, 그림자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때 우리의 입장이 가변적이고 유동적으로 세계자본 흐름을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꼬리가 내려간 미국을 향해 발톱을 쫑긋 세운 고양이 중국이 그려져 상전벽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미국 입장에서 본 세계시장의 흐름이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타산지석의 교훈을 던져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