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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ㅣ 셰익스피어 예술 학교 1
노경실 지음, 권재준 그림, 유수미 희곡 각색,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 파랑새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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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이렇게 외웠던 시절이 있었다.
영국 여왕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대단한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햄릿은 손에 꼽히는 명작으로 전세계의 사람들이 즐겨 읽고 사랑하는 작품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 번쯤 인용해봤을 명문장에다 비극적인 이야기의 전개와 인생의 의미를 통찰해 주는 줄거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앞으로도 전인류에게 기억될 훌륭한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햄릿을 처음 읽은 적이 언제였나..되짚어 보니 초등학교 때 세계명작 코너에서 였던거 같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런 제목으로 묶여 4대 비극을 한꺼번에 읽고 나니 맥베스랑 오셀로 이야기가 섞여서 헷갈리기도 하고 로미호와 줄리엣이 4대비극에 들었갔던가? 아니던가?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령이 되어 나타난 햄리의 아버지와 햄릿이 사랑한 여인 오필리어가 미쳐 강물에 빠져 죽은 이야기, 복수를 꿈꾸며 괴로워하던 햄릿하던 모습은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오필리어 오빠와 결투하는 장면에서 독 묻은 칼이 바뀌고 햄릿을 위해 몰래 둔 독배를 햄릿의 엄마가 마셔버리는 반전과 반전에서 느껴지던 긴장감은 어제 읽은 것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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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된 아이에게 햄릿을 읽어 본 적이 있냐고 물으니 "당연하지!" 란다!^^
당당하게 대답하는 아이를 속으로 대견해 여기며 언제 읽었냐고 물으니 언젠지는 모르지만 만화책으로 읽었단다.
만,,,만화책???
하긴 요즘 아이들 학습만화들 엄청 잘 나오고 종류도 다양해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새 명작들까지 만화로 섭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건..좀..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고전반열에 오른 명작들은 제대로 된 책으로 읽히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라 만화책으로 읽었다는 얘기에 다행스러움보다는 염려스러움이 앞섰다.
만화로 읽은 게 나쁜게 아니라 만화로 읽었으니 됐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글로 읽으며 느끼는 감동을 지루하게 여기고 답답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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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천천히 생각을 나누며 읽어가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 건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고 책으로 읽는 고전의 기쁨을 알게 해 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솔직히 앞서서였다.
파랑새에서 나온 햄릿은 책의 전반엔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고 후반엔 연극을 할 수있는 희곡 대본으로 펼쳐져 있었다.
스토리를 쭈욱 읽으며 인물들의 특징을 파악 한 뒤 뒷부분에 나오는 희곡에서는 서로 배역을 정해 목소리를 달리해가며 읽었다.
사람이 많았으며 더 재미었었겠지만, 둘이서 나누어서 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직 한번도 연극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아이에게는 어색하고 따분한 시간이 되면 어쩌나..했던 염려는 기우였다.
약간의 과장된 목소리로 오버 연기를 펼치는 나를 깔깔대며 웃더니 아이도 질세라 목소리 톤을 높여 흉내는 동안 우리는 햄릿에 빠져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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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연극 햄릿' CD가 책 뒷편에 붙어 있어 연극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극의 배경을 알리는 나레이션은 부분은 CD로 듣고 연기를 하는 부분은 작게 틀어 놓고 목소리를 흉내내는 방법을 택했다.
둘이서 하는 연극이었지만 연극을 하는 동안 우리는 햄릿과 함께 슬퍼하고 햄릿과 함께 고민하며 울고 웃었다.
희곡을 처음 접해보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있는 팁들이 짧게 소개가 되어 있어 연극을 이해시키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연극의 대본을 희곡이라고 하고 말로 하는 대사와 행동을 설명하는 지문이 있단다.
가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대사는 대화로도 하지만 혼잣말로 하는 독백으로도 표현되는 부분이 있는거 알겠지? 햄릿은 독백 부분이 많은 걸 보니...혼잣말의 명수? 이기도 하지만, 뭔가 결정을 내릴때 엄청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인거 같아..그치?
책에 소개된 내용을 다시 말해 준 것 뿐이었지만 둘이서 하는 연극중에 잠깐씩 해 주는 말이어서 그런지 그런거 쯤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독백, 방백, 지문..생소한 단에에서는 잠깐 뭐라고?? 무슨 뜻이야?를 되묻기도 했지만!!^^
읽은 책을 다시 연극을 위한 희곡을 보며 (목소리의 흉내일 뿐이지만) 읽은 뒤의 느낌은 뭐랄까..책만 읽었을 때보다 훨씬 인물의 감정에 가까워지고 책의 느낌을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쁠때는 기쁜 목소리로 슬플 때는 슬픈 목소리로...당연한 얘기가 몸으로 느껴지는 체험덕에 햄릿은 우리곁에 새롭게 다가왔다.
이래서 같은 활동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라는 거구나를 실감한 햄릿 읽기였다.^^
<셰익스피어 예술학교 햄릿>을 통해 햄릿의 명대사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햄릿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학교 예술제나 발표회때 이 CD를 활용해서 진짜 연극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꿈에 젖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