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성생활 지침서 (양장)
자미에 왁스먼 & 에밀리 모스 지음, 김광우 옮김, 벤저민 바헨예 그림 / 시그마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말하자면 이 책을 기다렸다.^^

세상의 모든 것에 시니컬하면서도 지금 나이에 금지된 모든것에는 100와트의 눈빛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춘기 소녀 자녀들이 나 먼저 이 책을 받아 보지나 않을까..노심초사 하면서!!

그림으로 보는 성생활 지침서!!

생태적으로 지침서..이런거 딱 질색이지만, 성생활 지침서라니!!

지침서라는 단어를 붙인 책 치고 이렇듯 기다리고 호기심이 작렬한 책이 있었던가? 싶도록 사뭇 궁금했다.

 

결혼 한 지 십 년을 훌쩍 넘기고 나니 '부부는 의리로 산다'는 말이 실감난다.

가슴 콩딱거리던 밤들은 언제였나? 싶고 이제 부담스런 신호(?)엔 가족끼리 나쁜짓 하고 그러는거 아니야!!.. 농담반 진담반으로 넘기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가 될 수 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 방법이 부부관계임을 부인 할 수 없을 때, 언제까지  손 만 잡고 자는 밤이다가는 칼로 무 썰 듯 관계가 끝날 수도 있음을 인지 하고있다.

 

이런 즈음,

도착한 이 책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의 눈빛은 기대에 차 있었다.

불씨만 깜빡거리던 사랑의 불꽃을 다시 피워 올릴 기폭제가 되리라 믿었다.

책을 받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다소 노골적이면서도 적나라한 그림에 헉!! 싶었지만 상황별로 나누어 사랑의 행위를 소개해 주는 대목들을 부끄러워(?)하면서 탐독했다.^^

 

결혼하고 살다 보면 다 아는 걸 뭐 책으로 보고 배워야 하나..싶지만 진짜 살아보면 그게 아니다.

이 방면도 배워야 할 게 있고 상대방을 위해 좀 더 헌신(?)하는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서로의 사랑이 깊어지고 그 사랑으로 인해 서로에게 향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갈 수있더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생각만큼 파격적이거나 획기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어 소개된 지침서는 아니었다.

야동이나 포르노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우스울지도 모르는 기본적인 지침들을 선보였지만, 보통 사람들의 성생활에 활력을 줄 수있는 요소들과 시도해 보면 괜찮을 팁들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보던 남편은 헉.. 하며 놀라워 하는 나를 보며 ' 다 아는거네 뭐..'하며 시큰둥 한 척 했지만, 다 아는 걸 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림으로 보고 넘기기에는 약간 흥분되는 성생활 지침서!!

사춘기 애들처럼 몰래 숨겨 놓고 보기는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이전과는 달라진 밤들이 이어지리라 믿는다.

호기심에 보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보는 게 달라졌지만, 성생활..이거 우습게 알 게 아니라는거, 지침서 이런 거 봐가면 살 필요가 있더라는 거 절실히 느낀다.

칼로 물 베기..그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이런 지침서에서 나온다.

못 믿겠다고?

그렇다면, 이 지침서가 제 역할을 다 못했거나 당신이 너무 독한 내용물을 접해왔던 탓이다. 

 

그나저나 이걸 어디다 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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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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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일간지에 기고되고 있는 최재천 교수의 글을 관심있게 봐 온 지 일 년이 넘었다.

과학자가 기고하는 글이지만, 과학잡지가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간지니까  과학적 지식을 쉽게 풀이해 주겠거니..싶었다.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최재천 교수의 글이 실리는데 과학자가 쓴 글이라는 선입견이 없었다면 수필을 전문으로 써 온 수필가의 글이라고 믿어도 이상하지 않을 좋은 글들 이었다. 

글을 적어가는 방법이 유려할 뿐 아니라 많이 보아왔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생활속에 감추어진 과학적 접근이나 곤충이나 생물들의 습성을 통해 알려주는 생태학적 지식을 통해 인간 세상의 일들과 연결, 통찰해 풀어내는 철학적 식견까지 겸비해 아주 좋아하는 칼럼 중 하나가 최재천 교수의 글이 되었다.

 

<과학자의 서재>는 최재천 교수의 어린시절부터 지금의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자연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고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는 메세지를 담은 희망서이자 자서전처럼 읽힌다.

어린시절 산과 바다를 무대삼아 뛰어 놀았던 강릉에서 부터 하버드를 거쳐 국내 유명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 까지의 과정은 꿈을 향해 뛰는 사람들의 전형이 그대로 담겨 있지만, 학문에 적을 두고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닌 시인을 꿈꾸고 자연과 호흡하기를 좋아하고 무엇에나 호기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탐구했던 모습에서 전형적인 학자들의 삶과 차별화되고 인간적인 면모를 더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집안 사정이야 시대적인 절대 빈곤을 생각하면 그리 새로울 것도 아니지만, 공부를 팽개치고 문학에 빠져들었다거나  재수시절 음악에 빠질 수 있었던 감성, 열등감으로 시작한 대학생활이었지만 다방면에서 활약하면서 여러 업적(?)을 남긴 학문 외적인 활동성들은 한 우물만 파 온 사람들은 결코 담지 못할 깊고 넓은 양의 물이 출렁거리는 저수지를 확보하는 저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한 경험과 열린 생각들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을 창출해 내었고 '통섭원'에서의 활발한  지식들의 교류는 새로운 학문의 방향을 이끌어 갈 새로운 지평은 열것으로 믿는다.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의 제목에 걸 맞게 말미에 첨부된 최재천 교수의 인생의 지침서 역할을 했던 책을 소개해 주는 '달콤쌉싸름한 독서 레시피'는 과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주어서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이나[마지막 거인]같은 책은 인문학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어 일반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하여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다만,(또 다만이다...ㅠㅠ)

얼마전 행성:B잎새 출판사에서 나온 <지식인의 서재>에 수록된 여러 분야의 15분 지식인들 중 최재천 교수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그 책에 수록된 내용과 중복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앞서 <지식인의 서재>를 읽은 사람에게는 그리 새로운 내용이 없는 읽은 내용을 다시 답습하는 재탕의 책읽기가 되어 조금 씁쓸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다 중복되리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책을 읽을 때에는 그 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찾고 싶은 게 독자의 욕심인데 같은 줄거리에 부연설명을 첨부해 (출판사의 뜻인지, 작가의 뜻인지는 알길 없으나)  '내용은 같음'의 무늬만 다른 책을 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서 내려 올 줄 모르는 모교수가 낸 책의 열풍에 합류할 대항마로 내세운 것일까?

그렇다면, 좀 무리수다!!

아류가 성공하는 걸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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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그램 영단어 원정대 2 - 반격하라! 접두사 워드펫들의 계속되는 공격 그램그램 영단어 원정대 2
어필 프로젝트 그림 / 사회평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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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획기적이라 할 만큼 영문법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영문법이 골치아프고 지루한 공부가 아닌 재미있게 읽는 사이에  익히고 자연스레 영문법의 이치를 터특해가는 학습만화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어 만화라면 손 부터 내지르던 부모들이 더 고마워한 책이었다.

학습만화의 장점은 글자로 구성된 책에 비해 아이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보고 또 본다는데 있다. 어제 본 대목에서 똑 같이 깔깔대고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 처럼 호기심을 나타내는데 이를 잘 활용만 한다면 손 안대고 코풀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 그램그램 영문법이 그럤는데, 처음엔 그저 캐릭터들이 하는 말과 표정에 관심을 가지고 재밌어하더니 다음 볼 때는 아는 영어단어에 힘주어 읽기 시작하다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질문해가며 읽는 단계로 발전 되었다.

단계의 진행이 단시간에 이루어진건 아니지만 한번 이런 단계를 거치고 나니 시리즈로  나오는 책을 받아들 때마다 단계 반복의 시간이 줄어들고 책 보는 것도 숙달되어 지켜보는 나를 흐뭇하게 했었다.



[그램그램 영단어 원정대]는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의 2탄 시리즈라 볼 수있다.

영문법 원정대에서 나오던 기존의 주인공들은 그대로 원정을 계속하면서 영단어를 설명하기위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이미 눈에 주인공들과 함께 떠나는 원정인지라 그다지 낯설지 않은것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영문법 원정대가 영문법을 중심으로 퀴즈를 풀고 미션을 수행해 가는 것이라면 영단어 원정대는 하나의 단어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단어를 익히고 몬스터 괴물을 물리치는 스릴을 더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김새도 재밌지만  이름도 예사롭지 않아  트랜스라는 뜻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캐릭터가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도 쉽게 유추해 갈 수있다.

어렵게 생각되어지는 단어를 캐릭터 이름에 붙여 줌으로써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고 이름을 통해 여러가지 연결된 단어의 뜻을 쉽게 익힐수 있는 구성이다.



하나의 단어를 그 단어에서 파생된 여러 단어의 뜻이 줄줄이 나오고 그물처럼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는 신비한 효과를 느낀다.

물론, 단 시간에 이런 효과가 나오는건 아니고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흥미를 나타내는 부분이 다를 수있ㅅ지만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그야마로 괄목(?)할 만한 효과를 곧 볼 수있을 것이라 믿는다.



책의 효과는 비단 아이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영어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진 이렇다할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시작과 포기를 주기적으로 한 어른들도 보면 효과가 만점이다.

아이 어깨너머로 슬쩍슬쩍 보던 나도 정말 재밌고 잘 설명된 책이구나..하면서 아이가 없는 시간동안 내가 꿰차고 봤었다.

'왜, 내가 공부할 대는 이런 책들이 나오지 않았는가?'하며.. 괜히 실력없는 목수 연장탓하는 핑게거리를 만들어 가면서.^^

 

보아하니 영단어 원정대도 시리즈로 계속 나올 조짐이다.

시리즈로 나오는 책을 볼 때마다 만감은 아니지만  엇갈리는 마음이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시리즈가 빨리 끝나서 지갑을 열어야 하는 횟수가 줄어들기를...

더 알차고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씨 뿌리지않는 곳에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다.

 

2011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 대상에 빛나는 이 책이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좋은 터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그 터 위에서 좋은 열매를  거두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영어가 힘들고 어렵다고 볼 멘 소리를 하는 아이들이거나 부담스런 학원비에 선듯 결정을 하지 못하는 엄마라면 이 책을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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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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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작품을 공모하는곳이 많아졌지만, 작품만을 놓고 보면 어떤 뚜렷한 주제와 그 문학상이 가지는 정체성과 맞물려 그 이름에 맞는 상을 타게 되었는지 모호할때가 많다.

물론, 작품이 좋으니 뽑았고 모인 심사위원들의 고견들이 부합된 결과라고 믿는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지만, 문학상이 내건 이름에 맞는 주제의식이 있고 정체성을 확립해 갈 때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있고 상의 권위를 세워갈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이래서 이 상에 부합한 작품을 뽑았다...심사후기를 눈여겨 보기는 하지만, 문외한들이야 전문가가 이렇다하면 이런줄 알고 저렇다하면 저런줄 믿게 된다. 소월 문학상이라고 해서 소월처럼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문학상이라고 해서 이상처럼 쓴 사람이 당선되는 것도 아니고 보면, 잘 쓴 글에 상은 가게 되어있다가 이의를 제기할 수없는 정답에 가깝다.

내가 출판되는 모든 문학상의 작품을 다 섭렵해 읽고 비교하고 호불호를 나타내는 고매한 눈을 가진건 아니다. 그럴 깜냥도 못되고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는채 살아가기가 일쑤다. 

그러나,

세계문학상을 바라보는 내(철처한 개인적인) 시선은 기대에 항상 차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퍼질고 앉아 책을 펴게 되는 이유는 독자들의 기호를 알고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품을 선별하는 능력을 믿어서다. 

재미는 있는데 뭘 말하고자 했는지 모를 주제의식이 떨어지거나, 주제의식을 너무 부각시킨 나머지 재미가 반감되는 책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눈 밝은 독자들이 알아서 소문을 내는 입소문 마케팅의 효력이 가장  잘 살아있는 문학상이 세계문학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은 7회밖에 수상자를 내지 않은 신생 문학상이라 여길 수있지만, 세계문학상을 탄 작가들의(모두 다는 아니지만..^^;) 활약들을 볼 때 뭔가 기대해도 좋을 문학상이라는 (막연한)믿음!!^^

 

7회 세계문학상을 받게 된 강희진의 '유령'은 소재면에서도 참신했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아직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아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할 것 같은 탈북자들의 생활이나  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홀릭들의 이야기를 (전혀 어울릴듯 싶지 않은 두 이야기지만) 잘 버무려 맛있게 담아놓았다. 김치에 치즈가루를 뿌려 데웠는데 이게 의외로 입에 착착 감길때의 맛이랄까!!^^

 

죽을 것 같아서 배고픈게 싫어서 부모한테 업혀서 내려오게 된 '남조선'이지만 다 좋은 것도 아니고, 감시와 감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생활총화'가 내 몸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북조선'도 그리울 때가 있다.

온전히 북조선의 인민일 수도 없고 완전히 남조선의 사람도 될 수없는 '젊은 탈북자'들의 생활은 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만큼이나 안타깝고 허망하다.

발 디딜곳이 마땅찮은 그들의 삶은 언제까지나 이곳저곳을 떠도는 유령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삶 자체를 설명하고 인정 받기위한 존재증명의 힘겨운 노력은 유령으로  살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유령이 되지 않기 위한 안간힘은 리니지 게임속의 혈맹 '바츠 동맹군'으로 결집되어 각자의 존재증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살인사건을 내세우면서 추리소설 형식을 빌렸으나 내용은 추리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봐 온 우리의 시선을 숨어(?)서 살고 있는 젊은 탈북자 그들의 고뇌와 어디에 놓아도 스스로 어색해하는 모습을 서치라이트로 조명해 보이는 사회소설로 읽힌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룰을 몰라 판을 벌여 놓아도 몇 초가 지나기도 전에 '유 아 다이' 와 함께 한 목숨을 금방 잃고 마는 연식이 좀 오래 된 나는 리니지 게임이라는 게임용어에 익숙치 않아  뭔 소리들을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다.

마치, 남조선에 발들여 놓은지 얼마 안되는 북조선  꽃제비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된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정체성을 향한 몸부림은 가상현실에서 더 구체화되고 어쩌면 현실보다 더 리얼한 현실이 그곳에 있는 건 아닌지 넘겨다 보게 되었다.

이땅에서 아직도 힘들어 하고 있는 탈북자(이 말 말고 새터민이라는 말을 권장한다고 들었는데...)를 향한 시선에 온기를 불어 넣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의 차기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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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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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서 눈뜨는 아침마다 새로운 나날이기를...!!

뭐 이런 비슷한 격언도 아니고 기도도 아닌 바램들을 적어 놓고 읽던 때가 있었다.

눈뜨는 아침마다 새로운 나날...물론, 말이 내포하는 뜻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있지만, 말대로 되었을 때에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눈을 떳을 때 내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처음보는 사람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마저 낯설어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얼핏얼핏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로 인해 나를 아주 잃어버리지도 못하고 온전히 되찾을 수도 없는 삶들이 아침마다 리플레이 된다면 차라리 모든걸 잊어버리는 편이 훨씬 수월한 삶이 되지 않을까..여겨지기도 했다. 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끝없이 주변과 나와 기억과 싸워야하는 하루하루.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미칠일 일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는 크리스틴은 남편 몰래 적는 일기장에 의지해 자신을 반추해가는 기억상실증 환자다.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지만, 남편은 낯설게만 느껴지고 일기장 맨 앞장엔 '남편을 믿지말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크리스틴의 반짝하고 떠오르는 기억들과 남편이 상기시켜주는 기억들은 자꾸 엇갈리기만 하고, 그녀가 찾아 낸 오랜 친구의 증언과 남편 몰래 치료를 도우는 의사마저 일관되지 않는 이야기들로 그녀를 혼란에 빠뜨린다. 무시로 떠오르는 충격적인 장면들과 남편의 행동들은 아무도 믿을 수없게 만드는데...

 

처녀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단단한 구성과 스피드있는 이야기의 전개가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어디에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궁금해 책을 따라가다보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얇게 느껴질 정도다.

추리형식을 빌린 심리 스릴러인 책은 정체성을 잃은 크리스틴의 심리상태와 상대방을 향한 맹목적이고 스토커적인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읽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엎어지고 뒤집어질지 기대하게 되는 묘미도 무척 좋았고 이런맛에 스릴러를 읽는거지..속으로 흐뭇해하며 읽었다.

 

크리스티나의 상태가 일본작가 오가와 요코가 쓴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모티브를 빌려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내내 했지만, 새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과거속에서만 살다간 사람의 짧은 부고를 보고 이 소설을 계획하게 됐다는 작가의 후기를 읽고 같은 병이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휴먼 소설이 되기도 하고 스릴러가 되기도 하는구나...싶었다.

 

사실, 스릴러가 해피엔딩이면 좀 김빠진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인지도 모르겠으나...(사실, 영화를 많이 볼 시간이 없다.ㅠ)지난 겨울 개봉해 전세계에 흥행물결을 일으켰던 디캐프리오 주연의 [인셉션]처럼 열린 결말일 때 스릴러는 최상의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끝이 난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인지 하지 못했던 뭔가가..또 도사리고 있었다는 은근한 복선이 깔린 결말!!

속편이 예고되는 열린 마무리가 약간 아쉽긴 했지만 내가 잠들기전에는 충분히 재미있고 신예작가가 쓴 책을 감안한다면 높이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늙어 있는 내가..이게 어쩌면 꿈이 아닐까...자꾸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후유증이다.^^

책의 상황에서 벗어나 기억이 날마다 새로워진다면 행복한 일은 뭐가 있을까...가만 생각해 본다.

 

지난번 당했던 사기사건을 잊을 수 있겠구나...위로아닌 위로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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