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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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서 눈뜨는 아침마다 새로운 나날이기를...!!

뭐 이런 비슷한 격언도 아니고 기도도 아닌 바램들을 적어 놓고 읽던 때가 있었다.

눈뜨는 아침마다 새로운 나날...물론, 말이 내포하는 뜻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있지만, 말대로 되었을 때에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눈을 떳을 때 내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처음보는 사람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마저 낯설어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얼핏얼핏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로 인해 나를 아주 잃어버리지도 못하고 온전히 되찾을 수도 없는 삶들이 아침마다 리플레이 된다면 차라리 모든걸 잊어버리는 편이 훨씬 수월한 삶이 되지 않을까..여겨지기도 했다. 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끝없이 주변과 나와 기억과 싸워야하는 하루하루.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미칠일 일 것이다.

 

자신이 누군지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는 크리스틴은 남편 몰래 적는 일기장에 의지해 자신을 반추해가는 기억상실증 환자다.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지만, 남편은 낯설게만 느껴지고 일기장 맨 앞장엔 '남편을 믿지말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크리스틴의 반짝하고 떠오르는 기억들과 남편이 상기시켜주는 기억들은 자꾸 엇갈리기만 하고, 그녀가 찾아 낸 오랜 친구의 증언과 남편 몰래 치료를 도우는 의사마저 일관되지 않는 이야기들로 그녀를 혼란에 빠뜨린다. 무시로 떠오르는 충격적인 장면들과 남편의 행동들은 아무도 믿을 수없게 만드는데...

 

처녀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단단한 구성과 스피드있는 이야기의 전개가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어디에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궁금해 책을 따라가다보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얇게 느껴질 정도다.

추리형식을 빌린 심리 스릴러인 책은 정체성을 잃은 크리스틴의 심리상태와 상대방을 향한 맹목적이고 스토커적인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읽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엎어지고 뒤집어질지 기대하게 되는 묘미도 무척 좋았고 이런맛에 스릴러를 읽는거지..속으로 흐뭇해하며 읽었다.

 

크리스티나의 상태가 일본작가 오가와 요코가 쓴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모티브를 빌려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내내 했지만, 새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과거속에서만 살다간 사람의 짧은 부고를 보고 이 소설을 계획하게 됐다는 작가의 후기를 읽고 같은 병이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휴먼 소설이 되기도 하고 스릴러가 되기도 하는구나...싶었다.

 

사실, 스릴러가 해피엔딩이면 좀 김빠진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인지도 모르겠으나...(사실, 영화를 많이 볼 시간이 없다.ㅠ)지난 겨울 개봉해 전세계에 흥행물결을 일으켰던 디캐프리오 주연의 [인셉션]처럼 열린 결말일 때 스릴러는 최상의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끝이 난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인지 하지 못했던 뭔가가..또 도사리고 있었다는 은근한 복선이 깔린 결말!!

속편이 예고되는 열린 마무리가 약간 아쉽긴 했지만 내가 잠들기전에는 충분히 재미있고 신예작가가 쓴 책을 감안한다면 높이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늙어 있는 내가..이게 어쩌면 꿈이 아닐까...자꾸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후유증이다.^^

책의 상황에서 벗어나 기억이 날마다 새로워진다면 행복한 일은 뭐가 있을까...가만 생각해 본다.

 

지난번 당했던 사기사건을 잊을 수 있겠구나...위로아닌 위로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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