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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들려주는 나무에게 배우는 지혜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평점 :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나무 예찬'이라는 수필을 배운 적이 있었다.
나무는 자기가 선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운명대로 묵묵히 서서 알아주지 않더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성자와도 같은 존재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선생님이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하고 묻길레 손을 들었다. 무슨 나무가 되고 싶냐고 물어서 그냥 나무이기만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정말 그랬으니까.
수필의 내용도 좋았지만 나는 정말로 나무를 좋아했다. 성자와도 같은 기품, 모든걸 주고도 바라지 않는 희생, 묵묵한 운명주의자..이런 수식어에 동의하고 내면을 닮아 가고자 해서가 아니라 한 번 눈여겨 본 나무는 금방 알아 볼 수 있어서였다. 무얼 기억하거나 인식하는 능력이 아주 부족한 내가 나무는 한 번 쓰다듬어 보고 이게 무슨 나무다 알고 나면, 잎이지고 꽃이 피지 않는 겨울에도 나무 줄기의 질감만으로도 금방 알 아 볼 수가 있다는 걸 알고 나무를 좋아했다. (물론, 이것도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 된 나무들은 돌아서면 까먹는다.ㅠ)
나무를 좋아하니 나무를 눈여겨 봐 지게 되고, 관심을 가지니 나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지금도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냥 나무이기만 하면 되는 것도 마찬가지고.
지식 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들려주는 나무에게 배우는 지혜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는 생각없이 나무를 좋아해 온 나에게 나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정립해 준 책이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철학적이고 선문답처럼 들리는 제목 만큼이나 내용도 나무에 대한, 나무를 위한, 나무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바라보는 나무와 원래 나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비교할 수 있었고, 나무에 대한 지식들과 상식들이 가득한 나무 보고서이자 보고(寶庫) 였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 처럼 '나무를 잘 알지 못하면서 늘 만나서 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을 고쳐주고 나무를 다시 보이게 했다. 삶의 근본과 원리,방식을 모두 나무에게 배운다는 큰 타이틀을 가지고 설명하는 나무의 모습에서 모든 나무에는 철학적이고도 선현의 자세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비교하지 않고 환경을 탓하지 않고 흔들리며 버리며 사는 나무들을 설명하는 저자의 인용문구 또한 명 문구들이어서 나무를 표현하고 알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연구를 해 왔는지 책 뒤의 미주가 대변해 주었다.
나무의 뿌리, 줄기, 가지, 옹이, 나이테, 해거리.. 이 모든 것에 대한 나무의 특성과 생존해 가는 방법을 생태학자의 지식으로 설명하고 나무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되어 소개했다.
3부에서 소개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나무나 소나무, 은행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맹그로브나 주목, 자귀, 고욤나무에 대해 새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동요에도 나오는 '너랑 나랑 살구나무~'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보니 옛 사람들이 풍류를 즐기는데 빠지지 않던 꽃이라 이왕이면 풍류를 아는 사람으로 늙어 가고 싶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 온 꽃이고 나무였다.
우리 토종 살구는 개살구인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을 살구나무로 만드는 목탁에 비유해 더 구슬프고 청명하게 울려 퍼질 것
이라는 설명도 멋졌다.

나무가 추는 다섯 가지 춤- 멈춤, 낮춤, 갖춤, 맞춤, 막춤에 대한 설명도 나무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해 주는 것이어서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책 표지에 쓰인 "나무에게는 모든 순간이결정적인 순간이다" 라는 말은 나태하고 안주하며 사는 나에게 죽비소리와도 같은 깨달음이고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나무로 태어나고 싶으면 나무처럼 살아가는 걸 배워야 한다는 알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