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수함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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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비틀즈의 'yellow submarine'을 떠올렸다.

책을 읽는 내내 비틀즈의 노래가 배경으로 흐르는 것 같았고 혼자서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흥얼흥얼 거렸다.

성인용품을 팔던 봉고 일명 '육봉 1호'의 무한질주가 목포 바다의 노란 잠수함에 가 닿을 때 까지.


여정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영화를 '로드무비'라고 부르니 이 소설은 '로드노블'쯤 될 것 같다.

스물아홉 살, 나름 투철한 직업적 윤리의식을 가진 성인용품 판매자 김현태, 월남 전 상이용사로 하반신을 못쓰는 김난조, 같은 전우이면서 고엽제 피해와 치매를 앓고 있는 나해영, 아이돌을 꿈꾸는 대책없는 막무가내 고딩 일진 모모 - 네 사람의 불협화음 희안한 동행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이 나므로.


월남 참전 두 영감이 제시한 부산까지만 데려다 달라는 협박과 회유에 못이겨 반 강제로 출발한 여정에 하숙집 딸 모모까지 동승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여행은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협박에 못이겨 반강제로 출발했음에도 현태는 유괴범으로 몰리게 되고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했음에도 여정은 쉬이 끝날 생각을 않는다.

그러면서 나노인과 김노인이 가진 월남전의 상처와 트라우마, 숨겨진 이야기와 내면의 아픔들을 알아가면서 지긋지긋하고 떨쳐고 도망가고 싶던 두 노인게게 현태도 '스톡홀름 증후군'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들의 계획에 동조하게 되는데...


나노인과 김노인이 노란 잠수함을 타고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베트남에서 만난 연인 타잉이 살고 있는 곳, 어쩌면 이 세상과는 다른 낙원의 페퍼랜드로 무사히 도착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무사히 도착한들 그렇지 않다고 한들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는 궁극의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마지막 희망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갈 때 느끼는 희열과 목적지에 갈 수있다는 가능성의 확인으로도 충분해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담과 유머가 잘 버무려진 이야기들은 지루하지 않았고,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충분히 있음직한 상황들이 이야기를 더 친근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웃음 포인트를 잊지 않았고  긴장과 스릴이 넘침에도 불안하지 않는 여유가 있는 이야기였다. 네 명의 캐릭터가 갖는 각각의 개성들이 탁월해 묘한 조합을 이루면서 각자의 이야기로 빛을 발할 수 있게 그려낸 것도 좋았다. 그리고 분명 가까운 누군가가 목포에 살고 있어 몸으로 체득된 사투리를 전수해 자연스럽고 스며드는 호남 사투리의 구사가 이 소설의 감칠맛을 더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산만해져 처음의 집중력과 재미가 분산되어지는 아쉬움과 어디선가 들은 듯한 대화들로 독자들에게 뭔가 교훈을 주고 싶어한다는 욕심이 느껴졌다.


예를 들면, 연예인이 되고 싶지만 얼굴도 몸매도 안되서 미용기술이라도 배워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모모의 푸념에 김난조 영감이 뭐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뭐라도되게 돼 있다는 얘길 해 주고 모모도 뒤에 두 영감을 회상하면서 이 얘기를 또 한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고 교훈이나 격언의 뜻이 담긴 얘기도 아니다. 너무 평범해서 귓등으로 흘려 버릴 수 있는 얘기지만 이런 말은 강호동이 했고, 김제동이 했고, 거 누구냐? 그래, 소설가 김중혁의 에세이 제목 '뭐라도 되겠지'로도 나온 바 있어 식상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말에 뭔가 의미를 덧 씌워 괜찮은 말로 들리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자주 듣는 람을 약발이 약해진다는 건 슬프지만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열린 결말로 노인들의 생사를 밝히지 않은 건 좋았지만 이것도 배에 가득 술 병을 싣고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비슷한 상황을 또 설정해 내지 말란 법 없으니 그럴 수 있지- 내가 뭘 좀 읽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 그런거라고 생각해 주길. 허허허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 했다. 처음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구성도 이야기의 속도 내용도 좋았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있는 힘이 느껴진다는 게 가장 좋은 장점으로 느껴진다. 차기작을 기대해도 좋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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