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채소 자수 - 키친 가든을 수놓는 풍성한 채소 72점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마이다스의 손이 있는가 하면 마이너스의 손이 있고 황금 손이 있으면 똥 손도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 측면의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신의 경지에 올라 넘사벽인 사람들도 어느 분야에나 있다.

마이너스 똥 손인 나에게 자수계의 넘사벽은 아오키 카즈코다. 한자로는 靑木和子! (한자를 어떻게 일본어로 읽는 줄 몰랐을 때 청목화자 자수책 있어요?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ㅋㅋ)


처음에 아오키 카즈코의 자수책을 보고 이건 사람이 아니야! 싶었다. 어떻게 이런걸 바늘을 통해 실로 수놓을 수 있단 말인가? 경이와 감탄 그 자체였다. 내가 수를 좀 놓아 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전혀 놓을 줄 몰랐기에 그 감동이 더 컸다. 그러면서 해 본 적은 없지만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어디선가 불끈, 솟아 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청목화자씨 것으로만.^^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일본어 뿐인 책을 무슨 생각으로 사쟀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수놓기의 목적보다 힐링의 목적이 더 컸던것 같다.

꼭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실이 그려놓은 예술의 성취를 느끼지 않아도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책이 아오이 가즈코의 수놓기 시리즈다. (실제로 따라 해 본 사람으로써 하는 말인데 직접해 보면 손이 발만 못한 나같은 사람은 바늘을 드는 즉시, 실이자기 갈 길을 알고 있다는 듯 생각과는 다른 모양을 그리고 있어 힐링보다는 스트레스가 훨씬 큼을 깨닫게 된다. 슬픈 일이다.ㅠ) 


 

아오키 카즈코의 여러가지 시리즈가 있지만 이번은 정원 채소 자수다.  

지인이 보내 준 각양각색의 채소를 스케치하면서 시작되어 직접 토마토를 기르고 채소 재배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자수라면 의외로 표현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펴 낸 책이라 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수채화로 그리기 어려운 채소들을 자수로는 쉽게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흠, 사람이 아닌게야..할 수 밖에.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갖가지의 채소와 야채,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과 곤충, 채소를 기를 때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들이 그림처럼 나온다. 이걸 모두 수로 놓았다니 생각하면 책인데도 손으로 쓸어보게 된다. 각각의 특색과 질감을 어떻게나 잘 표현해 놓았는지 현빈의 츄리닝 만든 이탈리아 장인은 장인도 아니군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사실적이고 어디에 포인트를 주어야 수놓기가 살아나는지 오랜 경험과 내공으로 표현해 놓았다. 해 보면 쉽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도록 아무렇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장점이자 함정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 마시라.

마이너스 똥 손인 나도 시도를 해 볼 만큼 자세한 설명이 뒤에 첨부 되어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면 바로 도안을 그려 본격 작업에 들어가면 되고 초보자를 위한 기초 자수 스티지를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놓았으니 하나씩 따라해 본 후 시도하면 된다.  자수를 놓을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요령도 알려 주고 있으니 참고하면 실이 제멋대로 가는 걸 통제하는데 도움이 좀 된다.

(출판사가 진선 아트북인데 실용서를 가장 알차고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실용서 답게 만드는 출판사가 진선이라고 느껴왔다.)


서당 개 삼년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아직은 초보가 확실 하지만 꾸준히 한 보람이 있어 더러 칭찬도 듣기도 하는데 좀 더 열심히 해서 정원 채소로 이어지는 부엌 바란스를 만들어 보는게 목표다.


수를 놓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수실처럼 정리되고 마음의 시름이 실을 통해 천으로 옮겨져 그림으로 승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남 발만 못한 손을 가진 내가 수준에도 안 맞는 책을 사 모으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수놓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격도야의 장이자 자기성찰로 이어지는 수도의 시간이 수놓기 시간이라 나는 생각한다.


자, 이젠 도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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