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유승훈 지음 / 가지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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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특선 영화로 [국제 시장]을 보았다.

현대사 파란만장의 정점 한국전쟁과 전란 중 임시수도가 된 부산이 클로즈업되는 영화 -

아이고.. 싶다가 울컥해지기도 하고 '저런 세월의 거쳐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지' 또 봐도 재밌네 하면서 봤다.

영화의 배경이 된 '꽃분이네'는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촬영으로 인해 주변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정민의 혼자서 현대사 굵직굵직한 소용돌이를 다 겪었다고 하기엔 설정이 과했고 국가공익단체에서 후원한 애국심 발로용 영화는 아닌가 싶은 게 옥의 티로 느껴졌지만 여긴 서평을 적는 곳이니 이제 그만~ 텔레토비 친구들과 꼬꼬마 동산으로 들어가야 겠다.


국제시장을 보고 부산 생각이 나 책을 폈다. 황정민의 (부자연스럽긴 했지만)무뚝뚝하고 억센 부산 사투리를 이명으로 들으며 읽은 책,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

여행자들이 여행지를 염두에 두고 인문학적 접근을 하긴 쉽지않다.

우선 여행이 주는 일탈의 설렘이 앞서 묵직한 주제로 접근하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일테고 여행코스, 맛집,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진을 빼는 일인데 그 도시의 인문학적 요소까지 파악한다는 건 여행인 듯 여행 아닌 여행같은 현장체험학습 답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특히, 나같은 유희의 인간은 놀러가는 데도 공부를 해야한다고 누가 그러면 고마 안갈랍니다- 할 게 뻔하니, 이건 여행에 있어선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다. 


여행 갈 생각은 언감생심, 전이나 덜 부치면 다행이겠다 싶은 몇 십 년 만에 오는 긴 추석 연휴  설거지에서 벗어난 틈틈이 읽었다. 여행 떠나기 전에 숙제처럼 읽은 책이 아니어서 그런지 술술 잘 읽혔다.

한때 부산에 적을 두고 좀 살기도 했고 지금도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낯설지 않은 까닭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쫌 알고 있던 동네라 여겼던 부산이 이 책을 읽고나니 배율이 높은 확대경으로 샅샅이 훑은 기분이 들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멀수록 더욱 됴은 뭉텅뭉텅한 유화로 보아왔던 동네를 잎맥의 가는 선까지 세세히 보이는 세밀화로 다시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부산의 재구성이었다.


모두 6부로 나누어서 부산의 풍경, 맛, 멋, 동네,명소,역사,사람, 정신에 대해 간략하지만 핵심 팩트를 소개해 주었고 부록으로 '걸어서 부산 인문 여행'추천 코스를 실었다.

저자는 인문여행을 지역의 환경과 역사, 사람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도시의 속살까지 체험해 더 재밌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방법이라고 어필한다.

역사적으로 항구도시, 문화적으로 용광로와 같은 도시,외부 문화가 토종 문화와 충돌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에너지가 넘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도시로 묘사한 부분에선 맞네, 맞네! 내가 알던 부산 이미지와 딱 맞아 부산을 겉으로만 알고 멋으로만 쓴 책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신뢰 팍!


조선통신사가 해신제를 지내고 일본으로 출발했던 동래 부산포 영가대의 역사적 의미와 현 주소,고무신으로 시작된 신발 산업의중심지 강서구 송정동 (내가 아는 이도 부산 강서구에서 신발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상의 품질로 세계 최고를 향한 신발굴기의 신화를 날마다 쓰고 있다고 한다. P씨 화이팅!!^^), 부산 초빼이가 사랑한 산성막걸리, '영화도시' 부산을 각인시킨 부산국제영화제, 최후의 헌책방 보수동 책방 거리,갈매기와 걷는 갈맷길, 원양어선의 꿈 부산 마도로스, 부산 인문 여행 코스에 대한 재미있고도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부산에 대한 인문학 지식을 익힌다는 생각은 안들고 골목골목 숨어 있는 이야기를 말빨 좋은 안내자에게 소개 받는 기분이었다. 말이 끝날 때마다 뭐, 더 재밌는 얘기 없어요? 되묻고 싶어지는 내용들이었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에 정착한 민속학자다. 어쩐지~


부산에 사는 사람들도 잘 알지 못했을 부산의 속살을 쓰다듬으며 느끼는 기회가 된 책이다.

부산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건 알았지만 이전의 부산이 겉보기에 좋은 도시였다면 이 책을 통해 본 부산은 알차면서도 생명력이 충만한 도시라는 거였다. 

부산에 가기 전에 읽으면 부산을 더 깊이 볼 안목을 가지게 해 줄 책이고 갔다 와서 읽으면 '또 가봐야겠다' 예상치 못한 결심을 하게 될 성 싶은 책이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하기만 한 부산의 삶에 지쳐있는 P씨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다.


P씨, 조방 앞 낙지볶음이 그리 맛있다는데 밥 한 그륵 하입시다. 산성 막걸리 한 뱅 놓고예~

내가 이 책 들고 가가 부산 사람들도 모리는 부산 야그 밤새도록 해 보께예~

됐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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