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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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잘 읽히는 소설을 만났다.

새벽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기를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동틀 때까지 읽고 말았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지만 욕망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심오해지지 말고 스토리만 따라가며 인물들의 상황을 즐기다 보면 책은 어느새 마지막장이다. 그런 다음 천천히 이 이야기는 무얼 얘기하려 하는거지? 생각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띠지에 적혀있지 않은가!

무얼 얘기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필요까진 없는 걸로.

사람의 욕망이라는 게 똑같은 형태로 나타나지도 않고 진실이라고 항상 진리처럼 빛나는 것도 아니니까.

상대방의 욕망 뒤에 교차되는 심리를 즐기고 교차되는 이야기 속에 재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값을 한다고 - 나는 생각한다.


1963년생 희연과 2012년을 살아가는 소설가 이재영, 사회복지사 김정인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펼쳐진다.

화상을 심하게 입어 혐오감을 갖게 하는 김정인과 첫 작품 이후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쓰고 있는 이재영의 우연한 만남에서 기인된 이야기는 도계의 탄광촌에서 태어난 희연의 삶과 교차되어 펼쳐지다 접점을 만나는 순간, 급물살을 타게 되고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긴장의 최고조를 이룬다.


"소중한 것을 돌보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소중한 것들을 돌보기 위해 타인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이고 육제적인 고통이 정당화 될 수 없겠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뿐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했다.

폭력의 정당성이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두어도 힘든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주변의 부담스런 관심이 스스로의 인성을 훼손하고 현실을 더 분노케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았다.

드러내고 싶지 않는 과거를 가진 사람들의 옹이 진 상처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라는 미화된 폭력과 진실을 파헤친다는 합리성을 부여해 그들로하여 더 큰 폭력에 노출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책에서 교훈을 받는 편도 아니고 잘 찾아내는 사람도 아닌데 새벽의 형형한 욱기가 나로하여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성찰을 갖게하는 교훈의 시간이었다.^^


책의 처음에 나오는 월리엄 그라써의 이론, 사람이 행동하는 이유 다섯 가지와 TV 명화 극장에서 했다는 [심야의 미술관] 이야기는 흥미로운 얘기들이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각각의 욕구 충족이 다르고 행동하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 눈먼 귀부인이 눈을 이식 받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헌 비디오라도 구해 돌려보고 싶어졌다.


공학도 였고 신춘문예 당선자고 전업작가로 들어서면서 쓴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데뷔작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과 재미를 지녔다. 공학도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시적인 문장이 드러 보여 시 읽는 공학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의 반전을 자연스럽고도 흥미진진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얼마나 숙고하고 다듬었을지 첨부된 참고 문헌만 봐도 가늠이 되었다.

다만, 문장 자체로는 괜찮았지만 미스터리 서사를 끌고가는데는 생뚱맞은 아름다움이라 눈에 걸렸다. 칼 가는 손에 보이는 매니큐어같아 이 매니큐어는 지우는 편이 나았겠는데..하는 생각? 그냥 내 생각이다.^^


스테디 셀러로 검증된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기는 쉽지만 신인의 신간을 들었는데 재미있기 조차 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새벽 독서로 인한 아침 피곤이 견딜만 했다.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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