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 빈센트 반 고흐 전기, 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
프레데릭 파작 지음, 김병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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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비운의 화가 - 빈센트 반 고흐'

나는 그에 대해 무얼 알고 있나 잠시 생각했다.

돈 맥클린의 노래가 떠오르고 조용필의 킬리만자로도 잠깐 떠오른다. 그리고 영혼의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  존경했으나 서로 너무달랐던 고갱, 한 점 밖에 팔지 못한 작품, 네들란드, 프랑스, 정신병원, 자살!

너무나 단편적이고 가시화된 사실 외에 깊이 알고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이 책을 쓴 프레데릭 파작도 그러했을까?

고흐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너무나 많은 일화들이 소개되어 씌어지지 않는 게 없을 정도지만 그와 함께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던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안으로 들어가 이 글을 적고 싶어했다.

그를 좀 더 잘 되찾기 위해서, 더는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빈센트 반고흐 전기, 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이라 붙였다.

소설가이자 화가인 작가는 이 책 안에 그려진 모든 삽화를 고흐의 작품을 흉내 내거나 자료를 참고 삼아 직접 그렸다고 한다.

빈센트의 강렬한 작품에 빠져 정작 빈센트는 잊고 있었다고 고백하지만 그가 고흐를 얼마나 사랑하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는지지 고흐가 태어나면서 부터 권총 자살로 서른일곱의 나이로 죽을 때 까지의 여정이 빽빽히 기록되어 있다.


돈 맥클린의 노래가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당신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나는 이제 이해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와지려 노력했는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아마 그들은 이제는 듣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고흐의 마음이 되어 고흐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가슴이 뭉클해 지는 대목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그랬듯,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흐의 고통에 대해 자유로운 정신세계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조용필 노래 가사처럼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사나이-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가슴이 아프다.


그가 단순히 보통의 시대적 불행을 겪고 간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를 이토록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느 순간 그의 불행과 고통마저도 상업적 클리셰의 한 부분으로 자리해 가는 걸 느낄 때 마다 그 영혼의 순결함과 불멸의 아우라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고 화가 난다. 정신병을 앓으면서도 죽기 전까지 쏟아낸 그의 그림들은 그림이라기 보다 고흐 내면을표현해 낸 일기였다고 생각한다.

*고흐가 생전에 팔았던 단 한 점의 작품 - 붉은 포도밭


언젠가 비록 모작이긴 하지만 작은 소도시의 고흐 작품의 전시회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는데도 이해하는데도 이렇다할 지식이 없었지만가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보는 고흐의 그림들은 감동이었고 강렬 그 자체였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그릴 때의 명암과 아름답고 인상적인 풍경을 그릴 때의 빛갈이 꿈틀대며 살아있는 거 같은 (모작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만큼)감동이 전해왔다.


바라건데, 고흐가 파리로 건너와 그림을 그렸던 아를, 생 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집을 들고 다니며 고흐가 바라보았던 들판, 풍경, 하늘을 느끼며 자취를 더듬어 볼 기회가 내 생전에 한번이라도 있다면 정말 좋겠다.


작가는 반 고흐 이전이 있고 반 고흐 이후가 있다고 했다. 백번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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