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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26
양인자 지음, 안녕달 그림 / 책과콩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안그래야지..하면서도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남의집 아이 같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그럴수도...하면서 넘어갈 일을 내 아이가 같은 일을 저지르면 벌컥 화를 내고 마니
돌아서고 나면 후회하지만 잘 안된다.
건강만 하면 되지..하던 마음은 정말 건강만 하려는 아이 모습에서 답답해지고
옆집 아이만큼만 해도..하는 마음은 어느새 옆집 아이보다는 나아야지 하는 욕심으로 가고 만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고 나름의 역량과 개성이 다름을 알고 있으며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는 건 겪어 온 부모가 더 잘 안다.
내가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사람인데 나에게서 태어난 아이에게 나와는 달리 모든 걸 다 잘하는 아이이길 바라는 마음은 누가 봐도 욕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큼은 나를 뛰어 넘는 우월한 존재로 탈바꿈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래서 우리 아아들은 날마다 피곤하고 해가 갈 수록 더 무거운 중압감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늦게 피는 꽃]의 국인이는 또래 아이들 한테는 '재수 없는 애'이자 엄친아로 모르는 것도 없고, (체육빼고) 못하는 과목도 없는 똘똘한 아이다.
한때 국인이와 같은 학원을 다녔던 재익이는 국인이와 친하지만 은근히 라이벌 의식으로 야구도 못하는 마마보이라고 놀리는 장난꾸러기다. 그 사이에 있는 미향이는 국인이와 짝꿍이 된 식물에 대해 관심이 많고 동물을 사랑하는 말총머리 소녀다.
학교에서 키울 화분을 하나씩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숙제에 국인이 엄마는 엄청나게 큰 화분을 보내지만, 미향이는 미모사라는 건드리면 줄기를 늘어뜨리는 신기한 식물을 가져온다.
국인이가 가져온 큰 화분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미향이의 미모사는 반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데, 화분 같은데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라는 국인이 엄마의 말에 국인이는 누군가에게 던져 화를 풀 수 있는 돌맹이를 날마다 모으고 급기야는 엄마가 사 준 화분을 발로 차다가 선생님께 발각 되고 만다.....

[늦게 피는 꽃]은 저마다 개성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관심분야도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독거려야 하는지를 어른들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책이다.
아는 것 많고 똑똑한 아이는 아이대로 개구장이지만 씩씩한 아이는 아이대로 자연과 소통하며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는 아이는 아이대로 다 생각이 있고 스스로 가진 재능을 펼쳐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결과가 어른 눈에 더디고 어슬퍼 보인다고 해서 채근하거나 딱달하지말고 기다리다 보면 더 향기짙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날 수있음을 알려준다.
왜 모르겠는가 마는 내 아이에게는 '천천히' 가는 발걸음이 혹 '뒷처짐'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에서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으로 인해 내 삶의 팍팍함으로 인해 아이에게 괜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국인이 엄마처럼 내 마음의 가시를 아이에게 옮기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대기만성!
큰 그릇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건 어른의 몫이고 그릇이 다 만들어졌을 때 그 안을 채워나가는 건 아이들의 몫이니, 내가 아이의 그릇을 얼마만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엄마가 반성하고 진심으로 안아 주었을 때 엄마 품에서 분홍색 향기를 맡은 국인이 처럼 우리 아이들을 늦게 피어도 향기 짙은 아이로 만들어 나가는 건 엄마 역할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믿고 기다려 주는 일이라는 걸 이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